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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자....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과 슬프게 하는 것들...


BY 로리 2002-09-17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세상을 살다가 간다.

이점에 있어서는 이민을 간 사람들이건, 태어난 그 곳에서 한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건 간에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해 하고 싶어 한다.

이점은 이민자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보다 나은 그 무언가를 얻거나 추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고향땅을 등진 것이 아니겠는가?

얻을 수 있는가? 얻었는가... 그 무언가를?

무엇이 이민자들을(아니면 나를) 기쁘게 하고 또 슬프게 할까?


***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 티없고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애들을 보면 이 아이들에게 한없이 감사하고 싶고, 다행이다 싶고 그리고 기쁘다.

- 못난 가장을 따라 이국만리 타국에 따라와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애들 엄마가 여전히 곁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그리고 감사한다.

- 이 땅에서 한국인이 나 만이 아니고 또 다른 한국인들, 즉 내 동포가 함께 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한 없이 기쁘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같은 한국사람을 만났을 땐, 정말 반갑고 살 맛이 난다. 이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 때로는 이웃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꼈더래도...시간으로 치유되고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서로의 마음에 감사한다.

- 비록 색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풍습이 서로 다를 지언정 같은 사람으로서 정과 감정이 통하는 이웃이 너무 멀리 있지 않고 내 집 앞에도 그리고 옆에도 있다는 사실이 믿음직하고 다행스러워 감사한다.

- 내게 시력이 있어서 푸르고 싱그러운 초원을, 그 곳에서 천연스레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을 볼 수 있고 또한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 어쩌다 조국에서 들려오는 낭보나 밝은 소식들을 접할때는 아~ 저런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 왔으면 싶고 또한 자랑스럽고 기쁘다.

- 박세리 ,김병현,박찬호 의 승리에 함께 기뻐하는 나날들에 감사한다.

- 평화로운 아침녁에 이슬 함초롭게 머문 풀 위로 햇살이 비출 때...그리고 해질녁엔 뭐라 재잘대는 새 소리를 들으면 마음 평화스럽다. 그리고 감사한다.

- 내게 무언가 해야 할 일들이 있고...그리고 이런 일들을 할 만한 건강이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맙고 기쁜일이다.

- 인터넷을 통해 고국의 여러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내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 속 상할 때, 그리고 언짢을 때...읽고 마음을 다스릴 만한 책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들을 만한 음악들이 있다는 것...이들의 저자나 음악가들 ...먼저 살면서 뭔가를 남겨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위로를 받음에 감사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와 같지 않게 늘 한결같은 자연 속에 내가, 한 미물이 다른 생물들과 함께 숨쉬며 함께 존재함에 늘 감사한다.

그 성스러운 자연에게.. 늘 감사한다.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인간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볼 때...슬프다.

- 내 자신속에서 비인간적인 그런 모습을 들여다 보면 부끄럽고도 슬퍼진다.

- 남을 용서를 하는 것은 좋다.그러나 그 사실 자체는 잊혀지기 힘든 것은...어쩔 도리가 없다. 기억을 필요시 지울수가 있는 지우개가 있었으면 한다.

- 새로온 이민자가 반가워서 접근하고 인사를 했을 때, 굳어지는 표정으로 경계의 눈길을 보낼 때...한없이 씁슬하고 슬퍼진다.

- 남의 흉을 보는 이웃들이 밉다. 그런데 어쩌다가 내 자신도 그들과 함께 함을 깨닫고는 내 자신을 경멸하게 될 때는 내 자신 한없이 초라해진다.

- 하찮은 액수의 푼돈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음이 싫다. 이고지고 들어가는 돈이 아닌 것을...

- 사업 성과를 정산해보며 돈을 계산해 보며...이것은 줄이고 이것을 넓히고...손해다 이익이다...하는 일들은 끔직히 싫지만...해야만 한다는 것이 현실임을 어찌하랴.

- 같은 한국사람으로 부터 실망감을 느낄 때는 이웃 미국인들 에게서 실망을 받을 때 보담 몇 곱절로 증폭된다는 사실이 싫다. 왜? 차별이 있어야 하는지...원.

- 단 한 가정이라도 맘에 맞아 오손도손 했으면...하면서도 내 자신 그럴만한 주제인가? 하고 주제를 파악하게 될 때는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들의 반복들이 이젠 지겹다.

- 영어를 배워서 어디에 써 먹을까? 꾸역꾸역 채 젖 내음이 가시지 않는 애들이 조기유학이라는 허울하에 밀려오는 것...그리고 지친 듯한 재미없는 듯한 그네들의 얼굴...가끔 엉뚱하게 빠지는 유학생 애들이 있다는 사실들은.. 참으로 허탈한 느낌이며 원정출산?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 이 먼 땅으로 이민을 와서...무엇을 할 것인가? 두리번 거리는 초조한 그 얼굴에는 여유가 없어 보이기에...살벌하기에 싫어지고 피하고 싶다. 그리고 왜? 오는가를 따져 보았을 때, 좀 서글퍼진다.

- 9.11 미국의 참사를 한 인간의 따스한 눈길과 마음으로 바라 볼 수 만은 없는 이 마음이 괴롭다. 저 밑 바닥, 마음의 심연에서는 '더 당해 봐야 안다'는 내 마음에 스스로 개운치 않다.

- 한국의 관료주의가 밉다. 외국에 파견되는 외교관의 자질을 생각할 때, 그리고 그들의 무사안일과 피해를 당하고도 마땅한 보호를 받지 못해...결국 개인의 일로 치부당하고 한 개인이 힘겹게 투쟁하는 모습에서 비애를 느낀다.그리고 한국의 정치현실에 조소와 저주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이민지에서 동족간의 불신이 한국에서의 그 것 보담 더욱 심한 것 같다. 그런비참한 현실은 외면하고 싶다.

- 그래도 한국보다는 여기가 낫다고 생각되는 한국의 제반상황들을 보면...서글퍼진다. 정치.사회,문화적으로 황폐화 되는 것을 지켜 본 듯한 느낌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마지막..고국을 버리고 떠난주제에 왜 고국을 들먹이냐며 반성하라는 식의 일부 고국동포의 시선은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곧 추석이다..이곳에서보는 보름달과 고국에서 보는 보름달은 같은 보름달일텐데...왜 이렇게 맘이 스산해 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