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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이 시아버지라면 얼마나 좋을까


BY 유일신도 2002-09-21

[제목] 명절서론

t.v도 끄고, 전등도 끄고 ....식솔들을 우루루 몰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뻔적뻔쩍 움직이는 것이나 새로운 정보가 될 만한 것은 사족을 못 쓰고 보지만 가는 듯 서는 듯 한 달 보는 것은 보는둥 마는둥입니다.

금방이야 보나 안 보나 그게 그걸런지는 몰라도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 훈훈한 세상을 보게 되는 눈이 생기는 것은 짐작도 못 하는가 봅니다.

하필이면 이런 날 텔레비젼에서는 재미난 프로만 틀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라에서도 이런 날은 부러라도 달 보는 시간을 전국민이 갖자고 한 시간이라도 방송을 중단하면 어떨까 싶은데...킥킥...그건 어찌 되었거나 내 생각이고 내 식구들이라도 챙겨먹을 작정으로 저는 꼭 그런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허기야 꼭 달을 보아서야 맛이겠습니까...밥 상에 둘러 앉은 얼굴들만 보아도 다 보름달 보다도 더 곱고 이쁘니 그게 그거겠습니다만...

그러나 저러나 우루루 몰고 나가서 소원 하나씩을 빌으라 이르고는 덕담 한 마디씩을 건네면 그나마 명절 같아서 공연히 좋습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제사를 그쳤습니다.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이나 골고루 해서 먹는 맛이지 젯상을 차린다던지 따로 추모예배를 드리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연휴가 시작되는 때부터 이 음식 저 음식을 시작해서 앞 뒤가 없이 연휴 끝날까지가 명절인 셈입니다.

허지만 꼼꼼하고 다정스런 아내 덕분에 언제고 명절음식은 빠지는 것 없이 골고루 맛을 보고 삶니다.

그러다보니 남자고 여자고 구별이 없어 이 놈도 달려들고 저 놈도 달려들어 설겆이는 물론이고 뒷 심부름까지 야단들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장가드는 막내 놈이 쏜다고 해서 서산 장까지 나가서 꽃게를 잔뜩 사다 찜을 해 먹었습니다.

이런 건 제가 당번이라 그럴 듯하게 상을 차렸더니 둘째 손주를 가져 요즘 입덧이 한참인 큰며느리까지 얼마나 잘 먹든지 괜히 먹는 것만 보고 있어도 배가 다 부릅니다.

요런 명절 때는 또 다른 재미 하나가 있답니다.

아내랑 둘이서만 하기가 벅차 차일 피일 미루던 일들을 자식놈들이랑 매달려 훗딱 해 치우는 맛입니다.

일을 거들어 주는 놈들도 신이나고 거추장스럽거나 힘이 든 일들을 해치우는 나도 여간 개운 한 일이 아니니 서로가 가족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닳는 것이라 좋은 시간이 됩니다.

이러다는 명절 전날 수다나 잔뜩 늘어 놓는 주책스런 사람이 될까봐서 이만 하고 물러 갈랍니다.....낄낄.

좋은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
어느 시골에서 농사짓는 어르신의 모습입니다.
시골지기 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시고,
저는 이분이 막내아들 장가 보내시려는 계획을 보고 읽을 때마다 줄줄 눈물을 흘리곤 했답니다. 이런분을 시아버지로 모신 분은 전생에 어떤 복이었을까 싶어서.
집안의 어른의 모습 때문에 행복해 보이는 그 분 가정이 너무 부러워서 여기 옮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