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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힘있..아줌마 뉴질랜드 이민온 이야기 (23) 칠억 오천만원 된 내 13평 짜리 아파트


BY nz_Olivia 2002-09-28

요즘은 거의 매일 집을 보러 다니느라 너무너무 바쁘고 힘들다. 하지만 기분은 너무 좋다.
이민 오자마자 경황없이 산 집이 아이들이 커가니 딸아이들도 각방을 달라고 하고 가끔 한국서 손님이라도 다니러 오시면 거실에 잠자리를 마련해야 할 판이니 이 참에 방도 대 여섯 개정도 되는 크고 좋은 새집으로 한번 옮겨볼 참이기 때문이다. 다녀보니 정말 좋은 집들도 참 많다. 오늘보고 온 집은 깨끗하게 정리된 예쁜 정원에 넓은 거실 두 개에 부엌도 엄청 넓고 큰방이 다섯 개나 된다. 차고 옆엔 커다란 방이 하나 더 있어서 탁구대라도 하나 가져다 놓으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집 바로 옆에는 놀이터가 있는 작은 공원도 있으니 그야말로 마음에 쏙 드는 집이다.

12년 전에 2천 800만원 주고 사놓은 강남의 13평짜리 소형 아파트가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값이 눈덩이 처럼 불어 7 억 5천만원 이 되었다고 하니 졸지에 부자가 되어버렸다. 재개발이 되고 나면 10억은 가벼이 넘어선다고 하나 지금 팔아도 전세금과 복비를 빼고라도 7억이 손에 쥐어진단다.
월급쟁이 평생 벌어야 애들 공부시키고 먹고사는 거 빼고 나면 빛 안지면 다행이고 그나마 집이라도 한 채 남으면 더더욱 다행일거라 생각했는데 10년 조금 넘는 사이 조그만 아파트 하나가 몇 십배 로 불었으니 갑자기 산 복권이 억억 당첨된 기분이다.

그 억 아파트 팔아 어제 본 크고 좋은 집도 하나 사고 칠년 넘게 몰고 다니던 우리 떵차 처분해 버리고 큰맘 먹고 좋은 차도 하나 사야겠다. 이참에 벤츠 한번 타 볼까? 까짖 새차도 한 오천만원, 중고로 사도 이, 삼천만원이면 살수 있다던데.. 몇억이 생겼는데 그깐 몇천이 머 그리 대수랴.
새집에 맞게 그동안 쓰던 오래된 가구들도 확~ 바꿔 버려야 겠다.
아들녀석 뛰고 뒹글어 다 내려앉은 쇼파도 따듯한 천으로 된 소파로 바꾸고 검으 칙칙하니 거실에 자리잡고 있는 저 덩치큰 30년 다 되어가는 피아노도 이참에 새것으로 바꿔야지.
그동안 자주 사주지도 못하던 딸애들 옷들도 좀 사 주고 그리들 갖고 싶어하는 핸드폰도 하나씩 사 주어야겠다.
계산기 잘 두들겨야 한번 나갈수 있는 한국, 이번에 한국 나갈땐 비좁은 삼등석말고 편안한 일등석으로 예약을 해야지. 친정에 매번 짐 푸는 것도 미안스러운데 이번엔 큰맘먹고 호텔 예약 한번 해 볼까?
아이쇼핑만 하던 백화점 가서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도 이참에 맘놓고 장만해 봐야겠다.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친구들한테 한턱 근사하게 내고 오랜만에 맘놓고 수다도 떨어야지. 돌아올 때는 가까운 일본에 들러 온천이나 한번하고 애들 가고싶어하는 동경 디즈니랜드에도 한번 들렸다 와야겠다.
20년 넘게 다니는 직장생활 지겨울만도 한 울 신랑 이참에 휴가좀 내서 몇 달 쉬게 하고,돈이 웬수라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호주랑 북섬도 한번씩 다녀와야지.
가까운 친척분 들도 한번씩 다녀 가시게 하고 이번에 집 장만한 시누이 은행 융자비도 좀 갚아줘야겠다. 그리고 그동안 마음뿐이던 불우이웃 돕기에도 성금 많이 보내야지.
아참, 다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살집은 있어야지. 남은 돈으로 투자가치 높은 아파트나 다시 하나 알아볼까?
ㅎㅎ 아무래도 은행이자보다는 그래도 집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재태크 가 아닐까 싶다.
와~ 돈이 갑자기 몇억이 생기니 하고싶은 일도 많고 갖고 싶은 것들도 갑자기 너무 많이 생기네...정말 마니가 마느니 넘 넘 좋네. 마니 만세~~

이렇게 근사한? 꿈들을 꾸며 나는 몇일을 시름하니 앓아 누웠었다.
엊그제 여기서 발행되는 조그만 교민 신문을 보다 눈에 들어오는 7억 5천을 호가한다는 강남의 한 조그만 소형 아파트에 관한 기사.
정확히 12년 전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서울 변두리에 있던 주택을 잠시 전세를 주고 바로 그 소형 아파트인 강남 도곡동 13평 주공 아파트에 전세를 산적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세브란스 영동 병원이 있었고 바로 밑으로 백화점과 재래 시장이 있어 쇼핑하기 좋고 가까이 전철역도 있고 아파트가 꼭대기다 보니 전망도 좋고 이웃해 있는 학교들도 가깝고 좋은 학교이고...그때 아직 젊은 새댁이던 내 소견으로도 변두리 허름한 단독주택보다 비록 낡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그곳이 앞으로는 더 발전이 있을 것 같고 생활권도 나아 보였다. 그래서 신랑을 꼬득여? 주택을 팔아 그 소형 아파트를 두개 사자고 했었다. 하나는 우리가 들어와 살고 하나는 전세를 끼면 사놓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낙 돈 이랑은 거리가 먼 너무나도 경제적 감각이 없는 이 아저씨 낼 모래 몇억이 된다해도 자기는 그 좁은 아파트에서 는 죽으면 죽었지 더 이상 못산다는 거다.(ㅉㅉ 복을 차요...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 먹지..- -)

그리하야 그 어느 유명역술가 보다 더 귀신같이? 앞일을 내다본 마누라의 선견지명? 을 어느 동네 강아지가 짖어대나 한귀로 흘려들은 우리신랑 오늘도 티끌모아 티끌이라는 월급장이에 목숨걸고 열씸히 무전기랑 씨름하며 마누라한테 바가지 긁히며 살고 있다.
더불어 부동산 투기로? 대박 터뜨려 팔자가 피었을? 지도 모를 이 아줌마의 생활도 별 볼일 없이 콩나물 값이랑 씨름하는 아니, 키위한테조차 플리스~ 디스카운트 를 입으로 달고사는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는거다.

오를대로 오른 아파트값에 애닯아? 하며 그때 그 13평 짜리 아파트를 사 놓았어야 하는건데... 오늘도 쓰린 가슴을 달래며. 한편으론, 이게 말이나 되냐~ 정확히 12년전 이천 팔백 하던 아파트가 낼 모래는 10억 된다 하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같은 월급쟁이 정말 억울해서 살맛이 안난다. 그래서 며칠 끙끙 앓았다. 그때 그 아파트 사놓지 못한 것이 너무 억울해서...괜히 가만히 있는 남편 속도 확~ 긁어 놓고 에고..그 아파트만 하나 사 놓았어도...지금 내가 요모양 요꼴로? 살지는 않을텐데...

아니다. 사실 내가 그 아파트 못사놓은게 억울해서가 아니라, 몇억을 손에 못쥔게 억울해서가 아니라, 이노모 세상이 너무 한심스러워 그런다. 오늘도 열씸히 열씸히 일하며 사는게 괜히 너무 억울해서 그런다. 누가 수백억짜리 복권에 당첨 되었다한들 자수성가해 수백억을 벌었다 한들 이리 배가 아프지는 않을텐데 가만 앉아서 아파트가 몇억이 되어 버렸다고 하니 왜 이리 배가 아픈지...ㅎㅎ 만일 내가 그리 되었다면 배 하나도 안 아플텐데 말이다.^^

요즘 방 하나 더 있는 집으로 옮겨볼까 하고 집을 보러 다니다가 너무 화가나고 서글퍼 기분 엄청 우울했다.
요즘 또다시 새로이 이민열풍이 불어 이민들을 많이 오다보니 집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여기의 집값도 많이 올라버렸다. 이민 7년만에 집한번 옮 겨 보려는 꿈이 도대체 집 값을 따라 가질 못한다. 월급쟁이 이리저리 쪼개 돈좀 모아 뭘 해보려고 하면 벌써 모든게 저만치 달려가 있다.
그래서 며칠 우울증에 걸렸었다. 그냥 기운도 없고 의욕도 없고 이렇게 한달 남편 월급 받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며 사는 내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아파트 사 놔서 때돈 생겼다면 지금 정말 엄청 행복할 것 같은데 말이다. 좀더 넓은 집으로 옮겨서 애들 방도 하나씩 주고 탁구장도 없는 이 나라 애들 치고 싶어하는 탁구대도 하나 사줄수 있을텐데...
여유 없어 빈말로만 한번 다녀가세요 인사했던 내 가까운 친척들 다 불러서 내 사는것도 보여주고 좋은 곳 구경도 많이 시켜줄수 있을텐데... 20년 넘게 직장생활 다람쥐처럼 다니고 있는 울 신랑이랑 가까이 있어도 아직 한번도 못가본 호주도 한번 여행 다녀올수 있을텐데...
전화비 비싸서 선뜻 못사주는 핸드폰도 애들한테 사주고, 갖고 싶어하는 옷들도 맘껏 사줄수 있을텐데... 정말 마음만 있어서 안타깝던 불우한 내 이웃들에게 좋은 일도 많이 많이 할수 있을텐데... 이제 겨우 집 하나 장만해 헉헉대는 시누이 집 값도 좀 보태줄수 있고 가게 새로 시작한 동생네 사업자금도 좀 보태줄수 있을텐데...그리고 가끔은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들도 아이들에게 사 줄수 있을텐데...

이런 허황된 꿈을 꾸고 앉아있는 한심한 마누라에게 울 아저씨 성인군자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

비록 좋은 집은 아니지만 우리 식구 편안하게 살수 있는 커어다란 우리 집 있지, 식구들 다 건강하지, 애들 아무 탈없이 착하게 잘 크지, 남한테 돈 빌리러 안가고 하루하루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혼자 끙끙대며 병 만드느냐고? 가늘게 먹고 가늘게 싸? 는게 행복한 거라고...? (흥! 그래도 난 굵게먹고 굵게 싸 봤음 좋겠당.)
갑자기 그런 거한 돈 생겨 잘못하면 돈벼락 맞아서 몇십년 먼저 갈수도 있다나?
만약 그 돈 있어도 내 욕심 다 채우고 남을 위한 배려들은 아마 하나도 지켜지지 않을 거라고...조그만 우리 그릇에 거한거 꾹꾹 눌러 담느라 잘못하면 쪽빡?이 깨질수도 있다나?..에고..그럼 그 아파트 안사놓기 엄청 잘 한건가?
으이그..그래 혼자 성인군자 되셔~ 난 욕심장이 팥 쥐 엄마당.

그래..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데 그 돈 생기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욕심부리고 인색해 질 수도 있을거다.
내 욕심 채우기에만 바쁘지 누구에게 뭔가 베풀 것 같은 마음조차도 없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욕심이 그 7억보다 더 몇 십배 불어몸과 마음이 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는 내 나라에 가서 살아야지 항상 주문처럼 외우고 살았는데 아파트가 억억 한다고 하니, 집값이 날개 돋친냥 날아다닌다고 하니...그냥 속이 상해서 그런다.
이제 여기 있는 우리 집 팔아야 변두리 허름한 아파트 전세값이나 될런지 모르겠다.
이젠 정말 한국 돌아 가는건 포기하고 살아야 될까보다.
오늘부터 복권이라도 열씸히 사 봐야지.

하긴, 사람이 앞일을 다 알 것 같으면 울 친정 어머니 말씀 마따나 누가 발을 땅에 디디고 살겠는가. 우 빛을 내어서라도 다 부동산 사놓아 억억 하며 살지 돈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아직도 그 13평 아파트가 눈앞에 어른거려 내 사는꼴이 한심해 의욕이 없다 하면.. 나 욕얻어 먹을까??

---------------------------------------------오늘야그 끝..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석들은 잘 지내셨는지요. ㅎㅎ 고난의 시간들이 었으리라 추측 하렵니다.^^

실수방 모든님들~ 건강 잘 챙기시고요~ 항상 행복하시길 빕니다.

피에쓰:
저번글 답글 주신 ajkkk 님~ 황당해 님~ 시츄님~ 나의 복숭님~ 포커페이스님~ 고맙습니다.^^

가슴이 작다고 푸념하는 제가 정말 한심하죠?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사시는분들이 한 두분이 아니실텐데 말예요.

어느날 젖가슴이 너무너무 아팠더랬습니다.쿡쿡 쑤시는 고통에도 한달이 넘게 병원을 찾지 못했지요.
너무 무서워서요. 혹시나 나쁜병이면 어쩌나..저 어린 새끼들 에미가 나쁜 병에 걸렸으면 불쌍해서 어쩌나...

다행이 검사결과 아무 이상이 없었고 그 아픔도 차츰 사그라 들었지만 저 이후로 찾아 왔던 두 키위 아줌마가 다 나쁜 병이 였다고 넌 참 다행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서구에서는 10명중 한명이 유방암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하는데 요즘은 동양에서도 많이들 발병 하니까 40 이 넘으면 적어도 일년에 한번씩은 꼭 유방암 검사를 받아 봐야 된다고요.
집안에 누가 병력이 있었던 사람들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더군요.
가슴 작은것도 사실 쫌 그럴때가 있긴 합니다만 어찌 병을 앓으시는 분들의 고통에 비하겠습니까.

어쟀거나 모든 병이 조기발견이 중요 하다고 하니까 40 넘으신 분들은 꼭 1년에 한번씩은 기본적인 검사를 해 보는게 좋을것 같아요.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죠.^^

님들~~ 건강하시고요~ 항상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