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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정씨가 쓴 일기1편


BY 지니짱 2002-10-04

제목 : 2002. 9월 23일.제발 마지막이길(1)


오늘 저는 신경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것은 정기적인 상담이며 벌써 3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의사선생님에게 감사하다고말했습니다.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일깨워 주셨으니, 이만큼 치료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복용해야하는 수면제와 항우울제의 약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 매일 12알의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잠이 들고 그나마 2-3시간 자는 잠 속에서도 악몽을 꿉니다.
지금 저는 '암'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참고 억누르고 또 참고 견뎌내야했던 '홧병'이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그것마저도 그러려니, 옆에 두고 저의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밝은 세상을 보려하고 정직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살려하고 불의에 항거하며 살려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졌다해도, 그 혼탁한 세상에 물들지 않고 진실과 순수를 지키려는
언더그라운드의 정신으로 노래하고 방송하며 살아왔습니다.

* 장기 기증신청 후에 *

죄송합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두 분께
너무나 죄송합니다.
두 분께 빛이 될 귀한 눈임을
미처 알지 못하여
아름답고 깨끗한 것만
눈에 담지 못했습니다
더러는 진실도 외면했고
편한 것만 취했습니다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했고
순간의 이익을 위해
질끈 눈 감았습니다

바라건데
제 눈의 새 주인이 되실 두 분
제가 보고 담은 것은 부디 잊으시고
맑고 투명하게 세상을 보아 주십시오
두분의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선으로
그곳에 사랑의 꽃 피어나도록.

이것은 제가 사후 장기기증 신청(각막. 시신)을 한 후에 썼던 시(詩) 입니다.

더러는 진실도 외면하고, 불의를 보고도 못본 척했다고 자책했습니다.

지금까지 생을 살아오면서, 사람들이 모두 저와 같으려니 믿었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하지 못했습니다.
실망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꽤 있었지만, 그것은 그래도 양심이 남아있고 어느정도의 도리는 아는 사람의 경우였었습니다.
바르게 자랐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설마, 사람인데 그런 사기를 칠까!' 의심하는 제 자신을 탓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에 사기꾼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의 공통점은 죄책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인데도 스스럼없이 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또 속이고 속이고를 반복하면서도 자신이 피해자가 된 듯 행동하는 겁니다.
남이야 죽던 말던,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그 뿐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저질렀던 사기나 만행으로 인해 사실이 밝혀지면 억울하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얼굴을 바꾸고 연기를 합니다. 모든 나쁜 행적이 다 들통나도, 죄의식이라는 것이 아예 없기 때문에
또다시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 형태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게 어떤 못된 짓인지, 도덕관념도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척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온갖 비리는 다 저지르고 삽니다.
강한사람에게는 한없이 비굴하고 약한사람에게는 강한 척 합니다. 뇌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자신은 절대 노력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남의 것을 송두리째 그냥 빼앗으면 되는, 쉬운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저와는 아주 먼 세상 사람일 줄 알았던 이런 사기꾼에게, 제가 걸려들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방송에 초대가수로 나와서, 제가 혼자 산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목표로 설정한 것입니다.
당시 함께 6년이나 살아오던 여인에게서는 더 이상 빼먹을 것이 없어졌으니, 다른 먹이감을 사냥하게 된 것이지요.

제가 그 새로운 사냥감이었고, '안산'에서 함께 살던 그녀는 하루 아침에 버림 받았습니다. 편승엽이 남긴 빚만 잔뜩 짊어진 채...
그녀와 제게 그가 접근했던 방식이 똑 같았습니다.
그녀와 저는 이야기를 나누며, 기가 막혀 그저 웃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섭니다.
그렇게 바보처럼 속았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누구에게 말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안산 그녀가 협박을 해서, 위자료를 준 바람에 자신에겐 돈이 없다'라고, 나중에 들통이 나자 제게 했던 말입니다. 물론 편승엽의 새빨간 거짓말이지요.
'길은정 병구완을 하느라고 가진 돈을 다 날렸다. 그래서 돈이 없다' 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닙니다.
이 말 역시, 기가 찰 만큼의 거짓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거짓말을 보태고 보태고 뻔뻔한 얼굴로 살고 있습니다.
'안산'의 그녀는 편승엽이 밑바닥 생활을 하는 동안 생활을 책임지며, 그의 성공을 바라고 그에게 모든 것을 바쳐 헌신했건만, 노래가 조금 뜨기 시작하자, 옷가게를 하는 아내가 가수생활을 하는 자신에게 부끄럽다해서 단칼에 버림받았고, 저는 '저와 헤어지게되면 자신의 가수생명이 끝난다고 해서, 거짓말로 기자회견을 해주고 그에게서 겨우 도망쳐 나왔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입니다.

저보다도 그녀가 입은 피해는 더욱 큽니다.
그녀는 그 억울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저 온 몸으로 온 정신으로 참아내며 홧병을 가지고 피폐해져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으라니요.
누구를 위해서 참아야 하는 겁니까!

잊으라니요. 그 고통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사기를 친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협박을 하면서 자신은 평안을 누리며 잘 살고 있는데,
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왜! 참으며 홧병을 앓고 점차 폐인이 되어야만 하는 겁니까!

그 가해자 사기꾼의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서 참으라고 하십니까?

편승엽의 세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엄마'라고 불렀던 사람이 도대체 몇명이나 되는지, 그로인해 아이들은 벌써 얼마나 단련이 되었는지
참으로 가엾은 아이들입니다.
편승엽이 21살때 동거녀에게서(첫번째 부인) 낳은 세 아이들을, '안산'의 그녀(두번째 부인-알려진 바로는)는 헌신을 다해 키워주었답니다.
그랬지만 그녀는 칭찬 한번 받지 못햇었답니다.
그녀와 지내는 6년동안 편승엽이 저지르는 수 많은 여자와의 바람도 인내하며 견뎌냈답니다.
그런 그녀를 한순간에 버리며 짐을 싸들고 나갈 때, 편승엽이 한 말은 정말 명대사 였습니다.
'다음 세상에서 만나자!'
그리고 그 짐은, 조건이 더 좋을 것 같은 제 집으로 옮겨진 것이었습니다.
저한테는 모든 것을 속였습니다.
그러나 그 속임은 얼마 못가 금방 들통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서 벗어났습니다.
그게 다 인줄 알았었습니다.
편승엽과 헤어지고 난 다음, 그에 대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은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차마 부끄러워 제 입으로 밝힐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 자신마저 그렇게 추악해 질테니까요.
그렇게 한심하게 속았었다는 배신감을 아시기나 하십니까!
참으라니요! 누구를 위해서 참아야 합니까!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