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은이는 병원집 딸이고,
냉정하고 얼음 같은 아이였다.
피부는 희면서 약간 노르스름 했는데 독보적이며..
그래선지 누구랑 어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성적은 항상 톱이었다.
난 그애의 짝꿍이었고
걔가하는 모든 행동을 관찰 할 수 있었다.
필통은 언제나 단정히 정리 되어 있었고
필요한 것 외엔 넣어 다니지 않았다.
걔네 집에 가면 일본식으로
지어진 오래된 병원이어서,
침침하고 축축한 기운이 감돌았다.
할아버지가 의사였다.
안경을 낀 영순이는 우리 반 학급의 반장이며,
교육청 장학사의 딸이었고
잘 지어진 사택에서 살았다.
그애의 어머니는 매우 엄격해서,
영순이의 일과표를 짜서 실행에 옮겼고
외출 시간을 규제하고 체크했다.
잡초 처럼 맘데로 자라는 나를 비롯한
보통의 아이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어쩌다 그애 집에 아무도 없을때는
떼를 지어 놀러 갔다.
빈집에서 우리들은 학예회 연습도 하고
풍금을 치며 무용도 했다.
영순이와 경은이는 라이벌 이었고,
걸핏하면 편을 갈라 그 애들을 추종하는
신하들끼리의 싸움이 붙곤했다.
영순이와 경은이는
왕 처럼 운동장 높은 곳에서
스페인의 투우를 보듯 관람했고,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전학온 연두는
혼자서 조용히 사색이나 하는 나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 왔다.
그앤 교장의 손녀였는데
그 애 역시 상위권 성적이었고
착하며 소극적인 성격 같았는데,
세월이 흐른 후 승려 생활을 한다는 소문이
바람 결에 들려 왔다.
현숙이는 약국집 딸이다.
공주 처럼 예쁘게 옷을 차려 입고
피아노를 잘 쳐서 운동장 조회때는
이아이의 반주로 우린 애국가도 부르고 교가도 불렀다.
솜씨마져 좋아서 뭘 잘 만들었다.
혜숙이는 그림을 잘 그려 상을 여러번 탄 아이고,
글씨를 예쁘게 써서 부러움을 샀다.
규옥이는 집이 부자였고
3대가 한집에 살았는데 할아버지가 매우 무서웠다.
우린 이불을 뒤집어쓰고
민화투를 쳤다.
규옥이는 체육 시간에
가루쥬스를 물에 탄 다음,
플라스틱으로 된 원기소병에 넣어
혼자서 마시다가 마음에
드는 아이에게만 맛을 쬐끔씩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