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이에도 경찰관이 좀 무섭다면
말되는 소린지 모르겠다.
왠지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제복입은 경찰만 보면 겁이나고
똑바로 쳐다보기도 두려운데...
글타고 모 경찰관하고 언성높여 싸운적이 있나하면
그것도 아니고 원수진일은 더 더욱 없지만
일단 경찰관만 보면 긴장이 되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아마 내가 여자로 태어났기 망정이지
남자로 태어났다면 맨날 불심검문에 걸렸지싶다.
괜히 경찰보고 주눅들어서
눈동자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지 망서린다면
틀림없이 용의선상에 든 사람인줄 알고
주민증 제시하라하지 않을까?
서울역 같은데서 불심 검문에 걸려서
주민증 보자고하는 사람 보면
꼭 잘차려입고 부티나게 보이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고
나처럼 후줄근하게 입고 빈티나는 사람만
보자고 하드만...
아침일찍 집근처에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였다.
가게의 대부분이 식당이라 문열기는
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닫아놓았는데...
한집 두집 지나치며 무심코 보도불럭을 보니
시퍼런 만원짜리 한장이 네모나게 접혀서
얌전하게 떨어져 있는게 아닌가?
아이구 왠 횡재여.
그렇지만 1000원짜리도 아니고
액수가 좀 큰 세종대왕이라 곁눈질로 양 사방을 둘러 보았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얼른 줏을밖에...
휴우~
양심상 차마 재빠르게 주머니에 못넣고
혹시 근처에 빠트릴만한 사람이 있나싶어
앞뒤 휘익~ 둘러봤다.
물론 속으로야 그런 사람 없기를 바라면서..ㅎㅎㅎ
천만 다행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날 이상하게 쳐댜보는 사람도 없어서 얼씨구나싶어
포켓에 넣을라 하는 찰라~
경찰관 두명이 길 모퉁이를 돌아 내쪽으로 걸어오는게
보였다.
목표가 내가 아닌데도 좁은 보도불록으로 걸어오다 보니
각도가 꼭 나한테로 오는거 같다.
엉거추춤~
손에 줏은 만원짜리를 들고 있으니
꼭 죄진거 같은기분이고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이넘의 얼굴은 왜 이리 벌겋게 달아오르는지....
경찰 아저씨랑 내랑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내 입에선 반사적으로 나도 모르게
'아저씨. 돈 이거 줏었는데요"
그리곤 손에든 만원짜리를 들어보였다.
누가 물어봤나?
진짜 죄진넘이 지바람에 찔려서
자백하는 기분이다.
에이~ 하필이면 이때 경찰이 나타날게 뭐람~
요건 순전히 속으로만 그랬다.
근데 경찰 아저씨 두사람이 내꼴이 우수운지
서로 마주보며 웃드니만
"아줌마가 줏었으니 불우이웃을 돕든지 맘데로 하세요"
그리고는 지나가버렸다.
휴우...
자나갔으니 당연히 돈임자는 내겠지.
그래도 경찰관이 착하구먼.
습득물이라고 이름적고 뭐적고 하면
돈도 뺐기고 얼마나 귀찮은가?
근데 만원을 불우이웃 돕기하라니까
좀 깨름칙하다.
걍 아줌마 쓰라고 했으면 부담이 없었을껀데...ㅎㅎㅎ
글타고 이돈을 들고
불우이웃돕기 한답시고 신문사나 어딜 찾아갈수는 없잖은가?
울 아파트 부녀회에서 불우이웃돕기를 하긴 하는거같은데
그기 갖다주긴 좀 그렇다
일부러 천사표 표낼라고 하는거 같고...
글고 주운것도 오늘 운수좋은 내 福 아닌가? 히히.
원래 돈 주우면 쓰야 된다든데...
지난번에 길에서 1000원 줏을땐 보태어서
김밥 사먹었는데 이번엔 뭘할까?
만원이나 되니 김밥은 몇인분이나 사겠구만.
근데 평소 별로 양심적이지도 않으면서
얼른 쓰기가 좀 깨름직하다.
잃어버린 사람이 누굴까?
꼬깃하게 접힌거로봐서 돈 있는 사람건
아닌거 같다.
있는 사람이사 지갑에서 처억~ 빼낼꺼니까...
제발 없는 할부지나 할머니의 담배값이나
쌈짓돈은 아니었으면 좋겠구만...
횡재한 돈만원을 나도 혹시 잃어버릴까봐
땀나도록 손에 꼬옥 쥐고 정육점에 들어갔다.
삼겹살을 간도 크게 만원어치나 샀다.
평소엔 5000원어치가 기본인데....하하
역시 공돈이 사람 간을 크게 만들구먼.
이왕 줏은돈.
잃어버린 사람은 재수 없을꺼지만
줏은 나는 횡재한건데
양심에 좀 찔리기는 하지만 어쩌겠남.
고기사서 피가되고 살이되게 맛나게 구워먹어야지....
다른 사람은 돈 줏으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속물인 나처럼 요렇게 쓱싹 착복은 안하지싶다.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마호멧트님.
오늘 저의 비리를 한번만 눈감아 주시고
용서해주세요.
그래야 제가 고기 맛나게 묵을꺼거든요.ㅎㅎㅎ
피에수: 실수방님들 안녕하세요?
늘 제 글 열심히 읽어주시고 답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새는 실수방이 유머방으로 변한거 같아서 글올리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네요.
저밑에 나유나님이랑 제 홈 문이 안열린다고 하셨는데
제가 묵고사는게 좀 바빠서 닫아놓았답니다.
곧 엎그레이드 시키겠으니 양해바라고요
혹시 시간있으시면 www.skincare21.com 으로 오시면
제가 있답니다. 한번 놀러 오세요.
감사합니다.
나의복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