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은 악몽이다/ 최상천
몇년 전부터 `조폭 컴백’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위 `박정희 향수’가 코를 찌르더니 작년에는 <친구>, <조폭 마누라> 따위 조폭 영화가 극장을 점령해버렸다. 천만명 넘는 청년들이 조폭 문화에 흠뻑 빠졌다. 이건 문화적 적신호였다.
조폭이 올해는 방송전파를 타고 안방까지 쳐들어왔다. 서울방송의 <야인시대>를 보자. 김두한은 주먹 하나로 `민족적 조폭’, `민중적 깡패 두목’으로 찬란하게 떠오르고 있다. 깡패가 상인들 등쳐먹는 게 독립운동으로 둔갑하는 나라! 깡패 두목을 형님, 서방님, 민족적 영웅으로 섬기는 나라! 우리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실은 조폭 드라마보다 더 암담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김두한보다 훨씬 힘이 세고 위험한 인물이 등장한 것이다. 고작 종로의 자릿세나 뜯겠다고 나선 `장군의 아들’ 정도가 아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등에 업고 대통령을 먹겠다고 나타난 재벌의 아들이다. 바로 정몽준이다.
정몽준의 대통령 출마선언을 보면서, 내 머리에는 왕회장 정주영, 현대중공업, 정경유착, 경찰과 구사대의 폭력 진압, 제임스 리, 1987년의 2개월 파업, 1989년의 109일 파업, 1989년의 1·8 테러와 2·21 식칼테러 따위 살벌한 광경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1·8 테러는 제임스 리를 비롯한 노조파괴 테러단을 동원해서 현대그룹 노동운동가들에게 무차별 테러를 자행한 사건이다. 2·21 식칼테러는 회사 간부들의 진두지휘 아래 파업노동자들에게 식칼을 마구 휘둘러서 피바다를 만든 사건이다. 이런 회사가 현대중공업일까 현대테러단일까
이 무렵 현대중공업은 장기 파업, 폭력 진압, 공공연한 테러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 모두 36살 청년 정몽준이 현대중공업 회장으로 취임(1987)한 이후 벌어졌던 일들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정몽준이 대통령에 나선 것이다. 이건 정치적 적신호다.
혹자는 그런 테러는 정몽준 몰래 아랫것들이 저지른 과잉충성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소리는 말이 아니라 방귀다. 아무리 간 큰 사람이라도 정몽준 말 한마디면 테러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지를 수 없다. 회장의 명령을 거부하는 건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회장’ 정몽준은 아직도 황제의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정몽준의 인기가 올라가는 게 겁나서 한나라당은 한국 축구팀이 지기를 바란 게 아닌지 답변하라“고 다그쳤다. 정말 굉장하다. 이런 사람은 청와대가 아니라 청량리로 가야 마땅하다.
`테러 재벌’의 회장님은 대통령감이 아니다. 나는 정몽준 후보 텔레비전 토론을 세번 봤는데, 도대체 질문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그의 답변은 십중팔구 동문서답, 횡설수설이었다. 이런 그의 답변 중 압권은 `빌 게이츠 타령’이다. 정몽준은 빌 게이츠만큼 재산이 많아서 자선기관이나 대학에 많이 기부하는 것이 자기의 소원이라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2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정도 재산 가지고 마음대로 기부를 못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되어야 마음놓고 기부할 수 있을까 정몽준의 아름다운 기부를 위해 국민 모금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만약 이런 정몽준이 대통령이 된다면 귀족정권보다도 훨씬 무서운 재벌정권이 될 것이다. 한국 최초로 정경일체정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라사람을 피고용자로 보고 폭력을 휘두르는 테러정권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것이 두렵다.
현대 출신 정몽준의 출마는 정당한가 현대가 어떤 그룹인가 역대 정권이 베푼 특혜는 무시하기로 하자. 김대중 정권 들어서도 엄청난 특혜를 베풀었다. 투입된 공적자금이 33조원에 이르고 그 중 24조원은 회수조차 어렵다고 한다. 정몽준을 비롯한 `몽 브라더스’는 이 빚부터 갚아야 `국민’ 앞에 나설 자격이 있다. 정몽준은 이런 일에 목숨을 걸어라! 일곱살짜리 막내아들이 청와대에 살고 싶다고 해서 대통령에 나설 일이 아니다.
최상천/ <알몸 박정희> 지은이·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