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이 올해 대선 국면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려는 이회창·노무현·정몽준 세 대통령 후보 합동토론회가 이·정 후보쪽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문화방송> ‘100분 토론’ 불참 방침을 대체로 굳힌 가운데 24∼25일께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미디어대책위원회 본부장은 23일 “각 후보 지지자를 출연시킨 최근 <문화방송> ‘100분 토론’의 형평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라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합동토론 참가 문제는 기본적으로 편파방송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정리가 선행돼야 해결될 수 있다”며 불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후보 진영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보도 태도를 둘러싼 <문화방송>과의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는데다, 합동토론에 참여할 경우 노·정 두 후보에게 추격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에서는 방송사와의 긴장관계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후보등록(11월26일) 이후의 법정 합동토론엔 결국 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기회에 발상을 바꾸자는 견해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국민통합을 주장하면서 특정 방송사와 거리를 두는 모순을 이제는 털어낼 때”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몽준 의원 쪽은 애초 “개별 토론이든 합동 토론이든 모두 응한다”던 입장을 바꿔, 이날 합동토론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정광철 공보특보는 “이회창 후보가 불참한다는 것은 제왕적 발상”이라고 책임을 떠넘긴 뒤 “이 후보가 안 나가면 우리도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쪽의 방침 선회는 노·정 후보만으로 토론을 할 경우, 가뜩이나 지지율이 주춤한 상태에서 자칫 노 후보에게 ‘2위 탈환’ 기회를 내줄 가능성을 경계한 탓으로 해석된다.
이에 노 후보 쪽은 “두 후보의 태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돈 안드는 선거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경 선대위 대변인은 “국무총리 한 사람을 검증하기 위해 국회가 이틀간 청문회를 한 마당에 두 후보가 국민의 검증을 피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문화방송>은 토론회 일정을 1주일 정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후보들에 대한 설득을 계속하기로 했다. <문화방송>은 애초 일부 후보가 불참해도 다른 참석자들만으로 토론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정 후보마저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난처해진 상황이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에혀.. 피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