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여덟....
가을 바람이 스산함을 더해주고 길위를 구르는 낙엽들을
보니 지난 일들이 스쳐간다
내 나이 스물둘이던 그때 .....전문대 졸업하던 그해 난 조그만
회사에 취직을 했었다.
아래층 현장 윗층 사무실....
작았지만 분위기 있고 윗사람들 좋아서 일할만 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거래처 모모기업에서 온 운명의 한 남자를
만났다.
생긴건 촌스러웠고 깡마른 체형에 정말 밥맛없이 생겼다 했다.
거기다 매일이다시피 찾아와서 현장에 가서 늘어놓은 잔소리며
불량품얘기며 더 밥맛떨어지는 인간이었다.
높은 지위에 있다가 하청업체 무시하는 그를 정말 증오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식자리에 우연히 그가 오게 되었고
난 그날 먹지 못하는 술을 마셨다.
옆자리에 앉은 그와 본의 아니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내가 미워한만큼 딱 그만큼의 정이 그에게로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나보다 딱 16살이 많았던 유부남.......
난 그땐 정말 잘빠진 몸매에 섹시하게 생긴 그야말로 잘나가는 미스
뒤를 따르는 총각들이 수두룩 했건만 .......내 맘은 어느새
그에게로 휘말리고 있었다
전화 통화를 하고 만나서 밥을 먹고
점점 그가 더 좋아져갔고 그도 나와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늘 회사 멀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태워서 같이 퇴근을 했고
둘이서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강변으로 놀러도 가고....
정말 그땐 꿈같았단 말이 어울렸다.
난 그와 만날땐 그가 유부남인지 총각인지를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왜? 그는 이미 나의 전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점점 정이들고 사귄지 3년이 되었을 무렵에......남편의 행동
을 수상하게 여긴 부인에게 들키고 말았다.
울고 불고 내 방 다 때려 부수고......
난 그때 내가 한 짓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조차 몰랐다
단지 사랑하는데 무슨 죄냐.....이런 논리였었다
그의 부인은 나를 만나서 절대 나쁜말을 하지 않았다
놓아 달라고만 했다
나한테 미쳐서 그러니깐 제발 떠나 달라고......
울면서 나도 다신 안그러마고 했다
여자의 절절한 눈물이 저런거구나 싶었다
그래서 정말 회사를 정리하고 짐을 꾸렸다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다시 찾아왔다.
절대 떠나지 말라고 어디가든 다 찾는다고 했다
굳게 먹은 내 맘을 왜 그렇게 흔들든지.....
난 다시 맘이 약해졌고 부인몰래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도 전처럼 자유롭진 못했어도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눈치였다
심지어 나를 만나기위해 아이하고 운동간다는 핑게를 대고 아이까지
데리고 왔을정도였으니........
정말 불타는 사랑이었다
그는 나 없으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했던 사람이다
이젠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겠지
나 지난시절 회상하면 그때보다 더 후회스러운 일은 없다
내가 한사람의 아내가 되고보니 내가한 그 행동이 얼마나
나빴는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정말 그땐 그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아니 듣기도 싫어했다
이젠 정말 용서를 빌고싶다
그 부인에게......
내가 왜 그런 못된짓을 했는지.......
난 그 모든걸 사랑이란 한 마디로 다 이해 되고 용서될거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들이 바람피고 헤어지고 하는거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고
나를 합리화시켰었다
하지만 그 이유들이 얼마나 정당화 될수 없었던 바보같은
생각이었는지 요즘와서 뼈저리게 후회한다
이런 생각조차 하기 싫고 과거를 떠 올리기조차 싫었지만
그분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쓰기로 했다
돌을 던지면 돌을 맞고 싶은 심정으로......
이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깐 모든게 서글프고 후회뿐이다
황금같은 그시절을 금지된 사랑으로 채웠다는 생각만 하면
소름끼치도록 내가 싫다
혹시 나처럼 이런 사랑에 괴로워하는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빨리 일어 나라고 말하고 싶다
나 처럼 후회하지말고.......
이 가을......
정말 기도하는맘으로 속죄를 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