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참 꾸물꾸물하다.금방 비라도 내리거나
아님 싸락눈이라도 내릴 것 같다.
오늘따라 어릴적이 참 행복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왜일까
내가 뭐 중년도 아니지만 그래도 어릴적에
없던 시절에 가난했지만 가족이 있었기에 나눠먹는 재미가
있었기에 그래도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 하시느라 늘상 나혼자서 놀았다.
오빠들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학교끝나도 동네아이들과
나가 놀고 큰오빠는 시립도서관가서 공부하고
난 언제나 혼자였다.나도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용돈이 없던 나에 비해 친구들이 마음대로 돈을 풍족하게
쓰는걸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그런데도 어린마음에
얻어먹고 다니는게 부끄럽진 않았다.
뽑기,뽁기,달고나,쫀대기, 튀김,쥐포,아폴로
등등 내가 좋아하던 군것질거리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나갈 때쯤 떡볶기집 아줌마는
다팔린 떡볶기를 뒤적이며 장사를 접을 채비를 하신다.
난 그 남은 떡볶기가 얼마나 먹고싶던지 침을 질질 흘리며
쳐다보았다.어쩌다 운이 좋아 용돈이 생겨 사먹는 날엔
난 떡볶기가 내가 먹어서 없어지는게 아까워서
떡볶기 하나를 열조각으로 잘라서 아끼고 아끼고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튀김집을 지나갈쯤엔 심지어 튀김은 고사하고
튀기다 남은 찌꺼기가 그렇게 먹고싶었다.
초등일학년때였다. 입학식날 학교앞에서 고구마 핫도그를(속에
쏘시지대신 고구마를 넣은)
파는데 엄마에게 사달라고 졸랐다가 무척이나 혼났다.
난 계속 떼를 썼고 엄마는 급기야 사주셨지만
난 먼지구덩이 속에서도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엄마에게 철없는 마음으로 왜 맛나는걸 안사주냐고
했다가 엄마가 그 강한 엄마가 눈시울을 적시던
시절도 있었다.왜 엄마라고 자식 맛나는거 사주고싶은 굴뚝같은
마음이 없었으랴.돈못버는 아빠때문에 사고싶은 것도
제대로 못사신 우리엄마.
한번은 내가 아파서 누웠는데 친구가 찾아왔다.
엄만 그친구를 위해 누릉지를 튀겨서 설탕을 쳐서 내놨는데
난 아픈몸을 일으켜 친구와 맛나게 먹었던 것같다.
그렇다고 뭐 내가 먹는거에 걸신이 들린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엄마아빠의 월급날은 그야말로 파티날이나 진배없었다.
왜냐하면 치킨 두마리를 사오셔서 아무리 밤 열두시가
넘어도 난 졸린 눈을 비비며 맛있게 오붓하게 먹었던 기억이난다.
지금 나는 남편과 둘이 산다.물론 어릴때보다 풍족해졌지만
그는 내가 좋아하는 군것질을 거의 안먹어서 같이 먹는
오붓함이 없다.그는 바닷가가 고향이라 비릿비릿한 걸
좋아하고 난 산이 고향이라 땅에서 나는걸 좋아한다.
지금도 장을 보면서 튀김이나 떡볶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 그냥 사서 나혼자 먹으면 재미는 없지만
어릴때 추억에 잠긴다.요즘 아이들보면 참 용돈도 풍족해보이고
페스트푸드점도 자기들끼리 들어가서 잘도 사먹는다.
하지만 없이 살아봐서 돈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얻는 점도 많은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