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이익치씨는 현대전자 주가조작건으로 실형이 선고된데다 현대중공업 주식재매수 각서건으로 1천7백억원 배상판결을
받은 상태다. 게다가 두 아들의 병역비리 사건으로 수배까지 됐다. 이 때문에 2년 동안이나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해 왔다.
그런 처지의 이씨가 돌연 도쿄로 건너와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는 뭔가.
둘째, 기자회견 전날 각 언론사의 도쿄 특파원들에게는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익치씨가 내일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한 번 알아봐라"는 내용이었다. 이씨의 기자회견을 예고까지 한 그 미스터리의 남자는 누구인가.
셋째, 이씨 기자회견 보름전인 지난 11일 한나라당 박모의원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특수1부에 사건
관련 공소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과연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가.
넷째, 이익치씨는 지난 97년 대선직전에도 이회창 후보 동생 이회성씨에게 10억원을 제공하고 한나라당 후원회에 20억원을
납부했다. 더욱이 이씨는 이회창 후보의 고교 후배이자 회성씨와 절친한 고교 동기사이다.
이런 '끈끈한 관계'가 도쿄발언과 정말 아무런 함수관계도 없을까.
다섯째, 이달초까지도 한나라당은 대북 비밀지원의 주범으로 이익치씨를 지목하며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최근 대북 비밀지원 6인방 명단에서 슬그머니 이익치의 이름을 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진실을 밝혀줄 사람" "대신 감옥살이로 가슴에 한이 맺힌 사람"운운하며 이씨에게 존중과 동정의 눈길을
보내기에 바쁘다. 불과 보름만의 이같은 극적 태도 돌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여섯째, 도쿄 특파원들에 따르면 기자회견 당일에는 정체불명의 남자 3명이 동석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신분을 묻자 활급히
달아났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일곱째,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은 1998년에 있었다. 2심 판결이 난 것도 2년 전인 2000년 7월 이었다. 몇해 전의 일을 대선
출마 선언 직후도 아닌, '대선 50여일 전'이라는 미묘한 시점에 재론하고 나선 것이다. 이씨가 이런 '대선의 전략적 시점'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혼자 선택한 것이었을까.
여덟째, 이익치는 드디어 정몽준과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가 시작하는 24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기에 이르렀다.
왜 하필 이러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하는가. 그리고 검찰에게 구속될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믿고 귀국했는가.
2.
[고개드는 한나라당 정치 공작설]
언론에서도 이같은 점을 들어 한나라당의 '정치 공작설'을 일제히 보도했다.
한국일보 등 각 언론은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의 발언을 인용, “이익치씨 주장이 제기되기 전인 지난 11일 한나라당
박모의원이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특수1부에 사건 관련 공소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정치공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내용을 전했다.
특히 이익치씨는 현대증권 사장이던 지난 97년 대선직전에도 이회창 후보 동생 이회성씨에게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을 통해
10억원을 제공하고 한나라당 후원회에 20억원을 납부하는 등 한나라당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이회창 후보의 고교 후배이자 회성씨와 절친한 고교 동기다.
한술 더 떠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조차 “대신 감옥살이 한 사람의 가슴에 원한이 맺혀서" 운운하며
이례적으로 이씨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달초만 해도 이익치씨는 대북송금 지시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던 한나라당의 태도에 비춰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극적인 변화다.
[언론들도 "정치적 배후" 의심]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그(이씨)의 발언이 느닷없기는 하다."며 "이씨는 대선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폭로를 한다지만 미국에서 한동안 소식을 끊고 지내던 그가 도쿄로 날아와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체가 예사롭지 않아 그 배경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사설도 "'증거는 없으나 정황이 그렇다'는 이씨의 알쏭달쏭한 발언등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그의 처신은 자신의 행동의 진의(眞意)를 의심하게 만들거나, 배후(背後) 의혹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익치의 더티 네고]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이익치의 더티네고'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뜬 금 없이 '정몽준 킬러'를
자임하고 나선 이익치, 그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과연 무엇을 노리고 대선정국에 뛰어든 것인가"하고 운을 뗀 뒤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익치 전 회장은 27일 일본 도쿄에 나타나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자청, 기자들이 묻기도 전에 정몽준 후보의 현대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고 의혹의 눈길을 던졌다.
이 신문은 또 "이달초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2000년 5월 이익치 현대회장이 현대건설 김재수 부사장에게 대북송금을 지시했다'며
이익치 연루설을 주장했으나 어이된 일인지, 그후 이익치라는 이름은 한나라당의 의혹설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꼬집은 후
"그러던 중 27일 이익치의 '도쿄 발언'이 나오자 그의 발언을 계기로 집중적으로 대 정몽준 공세를 전개하기 시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귀국시 전재산을 몰수 당하고 경우에 따라선 사법처리까지 받아야 하는 그가 지금 '귀국 운운'하며 정치참여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며"'더티 네고(더러운 거래)'를 국내 정치권에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시각으로 봤을때 전혀 얘기가 안 되는 사건"]
지난 99년 서울지검 특수1부 검사로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동부지청 한견표 형사1부 부부장은 29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주장한 정몽준 당시 현대중공업 고문의 연루설에 대해 "검찰시각으로 봤을때 전혀 이야기가 안
되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한 부부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현대증권이 계열사 돈을 이용, 현대전자 주가를 조작해 이익을
취한 것"이라며"주범은 당시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익치씨가 현대중공업 김형벽 회장이나 이영기 부사장에게 ‘삼성전자 주가처럼 현대전자도 뛸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를 했고 현대중공업 임원들은 이를 따른 것으로 드러나 무혐의 처리했다”며 현대 중공업 임원들의 무혐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주가 조작 지시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시 우리도 이씨의 단독 플레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정몽헌
회장을 소환 조사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문제가 되면 정몽헌회장이지 정몽준 의원은 아니다“라고 확언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에서 이사건 조사를 담당했던 박태희 현 금융감독위 조사기획과장(당시 금감원 조사2국장)도 29일
“당사자인 정의원이 대통령후보가 되니까 논란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지만 이익치씨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전 재산 몰수에 병역비리로 수배된 이익치]
이익치씨는 현재 2건에 대해 실형선고및 배상 판결을 받았으며 병역비리 관련건으로 수배되는 등 범법으로 얼룩진 인물이다.
이씨는 현대증권 주가조작 사건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 1월에는 현대중공업
주식재매수 각서를 써준 사건과 관련, 1천7백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 귀국 하면 전 재산을 몰수당할 처지다.
더욱이 지난 96년,97년 박노항 전원사에게 각각 8백만원씩 건네고 자신의 둘째, 셋째 아들을 카투사에 입대시킨 사실이
드러나 수배대상에 올랐다.
이와관련, 정치권의 한 인사는 "막다른 길에 몰린 이씨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딱 맞아 떨어지는 형국"이라며 "귀국하면
사법처리는 물론 무일푼의 처지가 될 이씨가 '곧 귀국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뒷배경이 뭔지 정말 궁금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