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삼삼거려 드뎌 거금 4만원을 주고
안경을 맞추었다.
뭐든 새것을 사는건 즐거운일이지만
이런건 좀 안샀으면 좋겠다.
몇년전에 돋보기라고 한개 산게 있긴있는데
잘 안쓰다보니 버렸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잘 간직해두는건데...
꼭 필요없다고 버리고 나면 아쉬워지고
쓰이게 되는게 우리 인생사에서 어디 돋보기뿐이랴.
그래도 새로산거라고 신기하여 조심조심 껴보는데
아들넘이 자꾸만 웃는다.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왜 자꾸 웃어?"
내가 말해놓고도 우습다.
허파에 바람이 들면 죽는데...
신문을 펴놓고 보는데 가물거리든 글씨가
기차게 잘 보인다.
이야...진작에 살걸.
오래끼면 어지러울까봐 좀 쉰다고
안경을 벗어놓고
빨레를 널어놓고 돌아오는데
어 안경이 없다.
금방 벗어놓았는데...
동서남북 돌아봐도 없는데
아들넘 방문을 보니 얌전하게 딱 닫겨있다.
아하...저넘이 안경이 끼고싶어 껴보는구나.
아들 방문을 후닥닥 열었다.
문화인은 녹크를 해야 하겠지만 얼른 안경찾을
맘이 급해서 열었는데
이넘이 후달짝 놀래고선 얼른 책상밑으로
뭔가를 숨긴다.
게다가 이상한 냄새도 나고...
순간적으로 내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니 이넘이 뭔짓한거여?
갑자기 머리에 확 떠오르는 생각.
건강한 남자니까 혹시 혼자?
"뭔데? 나쁜짓한거 아녀?"
나도 모르게 무안한 맘을 감출려고 킥킥 거렸는데
이넘이 책상밑에서 뭔가를 내어놓는다
아니 이게 뭐라?
털이 뽀글뽀글한 시커먼 강아지다.
"아니 또 왠 강아지야? 어디서 가져왔냐?"
"친구껀데요 이틀만 맡아달라고 해서
데리고 왔어요"
아들넘 짐짓 미안한듯 머리를 긁적거린다.
내가 개라면 질색을 하는걸 알고도
허락없이 몰래 델고 와서 들켰으니...
'아니 울집이 만물상이가? 심심하면 개같은거나
데리고 오고...."
울 조카넘도 어딜가면 개를 꼭 울집에 델다 놓는다.
아들넘이 개를 너무 좋아하니 내 의견은 아예
묻지도 않고...
슬금 슬금 내 눈치를 보든 아들넘
낑낑 거리며 나올려는 개를 발로 슬슬 밀어넣는다.
'제가 먹이고 씻길께요. 걱정마세요"
근데 그게 가능한가 말이다
방학도 아닌데 냅두고 학교를 가버리면 결국
밤늦게까지 내 차례인걸...
근데 난 왜 이리 개가 싫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말이다
얼른 숨기길레 난 뭐 그렇고 그런짓한줄 알았지.
너무 오바했나? ㅎㅎㅎ
"근데 너 나 안경 못봤니?'
"그거요. 제가..."
슬며시 내어놓는 안경을 보니
세상에나 이건 또 뭐야?
안경테가 부러져있다.
내가 베란다 빨레 너는동안 강아지 낑낑거리는 소리가나서
얼른 뛰어가다 안경을 밟았다나?
"아니 너 좀 모자라는 애 아냐?
나 정말 너땜시 미치겠다 눈은 어디다 뒀냐?"
인상쓰며 안경 받아쥐고 한대 팰려고 하는데
'우지끈"
뭔가 발에 밟핀다.
이건 또 뭐야?
애구~
이번에는 울 아들넘 휴대폰 열어놓은걸 내가 밟아버렸다.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어서
'미안 미안"
얼른 방을 나왔다.
모전자전인가?
오마니가 이리 덜렁대니 아들이 덜렁대는가?
아들이 덜렁대니 오마니가 따라서 덜렁대는가?
헷갈린다.
야단을 할려고 하다 본전치기도 못할거같아
입 꾹 다물었다.
며칠전에는 햄스타를 가져와서 사람 놀래키드니
이번에는 강아지 다음에는 또 뭘 데리고올런지...
등치만 크다랗고 하는짓이란게 꼭 애들같으니
좀 모자라는게 아닐지... 걱정이 태산이구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