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명계남 선배가 무섭습니다.
오후에 방송국 로비에서 만난 동기한테서 명계남 선배가 명동에서 있은 노무현 후보 지지연설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은 주로 코미디언들로 우리와는 종자가 다르다! 우리쪽은 지적이고 의식있는 사람들이다” 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그 놈의 심각한 표정을 보기 전까지는 농담인 줄 알고 별로 개의치 않았는데 농담이 아니더군요.
명계남 선배!!
존경하는 선배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후배들의 요즘 심정이 어떨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셨습니까. 밥 한 그릇, 술 한 잔 사주는 것이 그냥 고마운 “예스맨” 이 아닌, 오직 선배를 목표로 열정을 쏟고 있는 많은 애기들도 생각해 주셔야죠. 착잡하기만 합니다. 이제는 너무 깊이 들어가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저희들은 정치를 잘 모릅니다. 아니, 선배가 지적한 대로 ‘아는 것이 전혀 없는 깡통’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선배가 ‘노무현이 아닌 이회창을 지지한다’ 는 이유 하나만으로 후보나 동료들을 향해서 “대가리 빈 종자들” 이라고 비아냥거려도 논리적으로 반박할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온전히 그 육두문자를 다 덮어 써야만 했고, 오늘 또 이렇게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회창을 지지한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까놓고 얘기해서 ‘이회창을 지지하는 명확한 이유’ 가 있다고 하더라도, 감히 누가 하늘 같은 선배에게 반론을 재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랬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바닥에서 완전히 매장 당하겠지요. 우울합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라는 진보정치를 추구한다면서, 노무현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 “왜, 무엇 때문에 그를 지지하느냐” 며 “그 놈보다는 노무현이 훨씬 낫다” 는 주입식 반복교육에 후배들을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냥 자기 취향에 따라서 좋아하면 안 됩니까?
한국연예인조합 석 현 회장님도 코미디언 출신으로 가장 열성적인 이회창 지지자입니다.
개그맨과 코미디언을 제외하더라도, 이덕화, 유동근, 전인화, 사미자, 양택조, 김인문, 이순재, 한진희, 최수종, 하희라, 최재성, 송혜교, 김혜수, 김지호, 소유진, 박 철, 한혜숙, 옥소리, 김나운씨 등의 영화배우.
쥬얼리, 핑클, 베이비복스, DJ D.O.C 등 10-20대 팬을 거느린 젊은층에서부터 조용필, 윤형주, 현 철, 김수희, 설운도, 태진아, 현 미, 최진희, 정수라, 조갑경, 변진섭, 신성우씨 등의 중견.원로가수.
성악가 김동규, 방송인 이상벽, 허참, 이상용, 국악인 박송희, 김영임, 만화가 이현세씨와 체육인 유남규, 심권호, 김기훈씨 등 공개적으로 이회창 지지를 선언한 연예인들이 13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후배와 동료는 물론, 하늘 같은 선배와 이들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마저 세치혀로 희롱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연기자가, 가수가 지지하는 정치인에 따라서 “종자” 가 다르다는 호통치는 선배의 충혈된 눈매가 떠 오릅니다. 선배… 무섭습니다. 이제 그만하시면 안됩니까?
2002-12-05 [어느연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