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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A개정...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BY 높고평안한 구름 2002-12-08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이 헛되이지 않기를 소원하며 글을 적습니다.

SOFA의 개정문제는 한국의 가장 커다란 쟁점이 되었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조차도 삼켜버릴 정도입니다.
SOFA 개정과 올바른 한미관계구축을 위한
우리의 쟁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하며,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번 쟁점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매우 못마땅합니다. 얼마전 부시라는 미국 대통령이 주한대사를 통해서 사과문을 발표했답니다. 그러면서도 <SOFA는 정당하며 손볼 곳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규약>이라나요? 이건 완전히 <배째라> 아닙니까? 미국의 사과는, 있을수도 없을 수도 있는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건을 한국인들이 하도 원성하니까, 우는 아기 달래듯 한 마디 한 것 밖에 안되는 것이지요. 그들의 시각은 본질적으로 왜곡되어 있는 한미관계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은 밑에 깔려 있는 감정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 지도세력이라 불리는 일련의 집단들의 행태는 참으로 한심해 보입니다. 한 나라의 국방장관이란 사람이 자국의 쟁점을 들고 협의하러 가놓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실실 웃는 신문사진이란 참으로 불쾌했습니다. 더욱이 언론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SOFA 문제에 대해 본질적인 접근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마치 얼마 안지나 없었던 일이 될 것이라는 식입니다. 아마도 이들은 과거 정치바닥에서 정치꾼들이 무슨 무슨 "풍"이라 부르는 작태들이 일반인들에게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도대체 미국의 오만한 태도와 소위 한국지도층의 저자세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한국에서 아무리 외쳐부르고, 미국 백악관이라는 곳까지 찾아가서 항의해도 그저 콧방귀나 뀌는 부류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요?

누군가는 (이는 한국인들 중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는데) "당장에 미국이 떠나봐라 어떻게 되겠냐?"며 자주국방의 문제를 듭니다. 사실 우리들 중에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한국에서 자주국방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왜냐구요? 최소한 제가 알기로는, 한국군이 현재 쓰고 있는 많은 무기와 탄약들이 미국소유이기 때문이지요. 한국군이 쓰는 무기들 중 상당량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조건으로 즉, 병참기지가 되어주는 조건으로 그것들의 일부를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이라더군요(이것이 현재로도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어렸을 적에는 그랬답니다). 따라서 만약 미군이 철수한다면 우리의 아들딸들은 맨손으로 나라를 지켜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들 중에는 이런 류의 군사적 종속때문에 큰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들 중에 미국인이 한국땅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당한 한미관계 회복이지, 반미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미냐 SOFA 개정이냐는 식의 주장과 논의는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밖에 없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켜 버리게 됩니다.왜냐하면 현재의 쟁점에 대해 콧방귀를 뀌는 사람들은 이런 분단국이라는 우리의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미가 아니면 도대체 뭘하자는 것이냐?> <SOFA 개정을 안한다면 어쩔래?>라는 식의 반문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반미가 아니라는 우리의 입장이<냅둬도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반미라고 하는 내용이 현재의 이슈에 자꾸 끼어들게 되면 우리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할 정도여서, 사실 현재 이슈를 담당하는 두 나라 정부 사람들은 사건에 대한 논의를 애초에 이렇게 바라보지도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제가 보기에 SOFA 개정에 한정된 이번 사태에서 나타나는 미국과 한국지도층의 태도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한국군대가 동티모르 같은 지역에서 주한미군과 같은 입장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해외주둔 한국군대가 비도덕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한국군을 보호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이 한국군에 대한 보호규약은 현재 한국의 SOFA보다 더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호적인 한미관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리고 그 대부분이 한국의 소위 지도층인사들인데요, 이런 상황을 이용하여 SOFA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을 위험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즉, 한국군도 똑같은 위치에 있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한테 SOFA개정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냐 되묻고 있습니다.

비록 다른 경우이지만, 이와 비슷한 논리가 한국사회에 또 하나 있기에 잠시 확인해 봅니다. 한국인의 미주이민사가 시작부터 그랬듯이, 우리의 이민자들은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민을 한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들이 바다 건너 먼 이국땅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많이 얘기를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땅에도 그런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지요. 소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 혹은 인터걸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 한국인들은 불법체류라는 이들의 지위를 이용하여 실컷 단물을 빼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도 수수방관하고 있지요. 이들은 우리도 과거에 이렇게 당했는데 우리라고 못할쏘냐 주장합니다. 그리고는 국제적 우위관계를 줄기차게 주장하지요. 과거 제국주의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는 한심한 작태입니다.

이제야 분명해지는군요. 도대체 한국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어째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는지를! 이걸 약간 꼬아서 생각해 보면, 우리도 당하는 만큼 딴 데에서 하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이런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뭐, 우리도 과거에 그렇게 당했으니까, 그리고 현재 그렇게 당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경우에 따라 똑같이 행동하면 된다면 괜찮을까요? 우리한테 득이 될 수 있다면 잘못된 것은 눈감고 넘어가 줘야만 할까요?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어느 경우에나 고쳐야만 하는 것이 양식있는 사회의 태도일 것입니다. 이미 우리내부에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나가려는 노력들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이런 노력에 동의하실 것입니다.

저는 SOFA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마찬가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딴나라에 함부로 하면서 미국한테만 SOFA를 개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생각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군이 실수로라도 잘못하면 그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우리 한국군의 자세와 능력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있다면 정말 만에 하나 정도겠지요. 하지만 이 때문에 한국의 자세가 이렇게 형편없어져야 한다면, 마치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구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밖에 있는 가족이나 집안에 있는 가족이나 모두 소중한 우리 가족입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 전체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나아가 우리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가족도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저는 SOFA 개정과 관련한 지금의 사태와 관련해서 한 가지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미국에 종속된 한국이라는 정서에서 벗어나, 당당한 독립국으로서 국제관계를 고려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남들이 우리에게 피해준다고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일들을, 우리도 약소한 국가에게 똑같이 저지르고 있지는 않는지 늘 되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런 문제들이 보이면, 남들과 함께 우리도 스스로 고쳐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과 다른 약소국들의 관계를 인식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외국주둔군 지위에 대한 통일된 표준규약들을 만들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만약 한국정부가 이런 노력을 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정상적인 한미관계의 구축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우리는 국제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우리의 입장은 지나치게 우리만을 생각합니다. 한국정부가 못하니까 우리라도 가서 따져야겠다는 태도는 그다지 환영할 만한 것은 못될 것입니다. 오히려,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따져서, 정부로 하여금 우리가 바라는 일들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대일 방식으로 국제관계를 다루기보다는 모둔 국가가 해당하는 문제로 발전시켜 다룰 수 있도록 정부의 관점을 바꿔 줘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