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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야기...


BY 행운목 2002-12-09

어제밤 진짜 펑펑 흰눈이 내리더군요....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있더군요. 집 뒤가 바로 산이거든요.
아침엔 많이 녹긴 했지만, 그래도 가지위에 하얗게 눈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잠시 마음이 푸근해졌네요.

결혼전 산행을 무척이나 즐겨 했었죠.
지리산종주는 2번 했었구요. 거의 한달에 한번씩 배낭을 메고 산을 올라다녔답니다.
산은 그저 흙, 풀, 나무, 꽃, 바위만 있는 줄 알았었는데 높은 산은 높은데로 낮은 산은 낮은데로 다 제각각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죠.
특히 겨울산행의 백미는 눈꽃을 보는 기쁨이었던것 같아요.
차가운 공기와 푸른하늘 아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눈꽃을 보는 그 기분....
너무 아름답죠.

지금 산은 내게 그저 가끔 꿈속에서나 보이는 존재랍니다.
살다보니 세월이 그렇게 만들어 버렸네요. 산행을 할 수나 있을런지, 세월따라 불어난 살 때문에 아마 산을 오르기도 힘들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것을 잃고, 잊고 사는 것 같아요.

비록 경제적으로 어쩔수 없어서 시작한 사회생활이지만, 다시 시작한 사회생활을 통해서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인생이란 고통속에서도 살만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 힘겹고 어려워도 이 속에서도 많은 걸 배우고 느끼니까요.

지금 아무 어려움없이 무난하시다면 그래서 감사할 거구요, 지치고 힘든 인생의 고비를 맞으신 분들이 있다면 그 것 역시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지금의 이 시련은 당신에게 인생의 깊이와 삶을 보는 눈을 밝게 해줄거니까요.

우리 딸과 함께 산행을 시작해 봐야 겠어요.
동네 뒷산부터....
날이 조금 풀리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