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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죄송합니다.


BY 맘 2002-12-09

벌써 12월...올해도 몇일 안남았군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선생님께 고백하고 용서를 빌께요.

울 아들 담임샘님.
(초등 2년)

올 여름이었습니다.

우리부부는 새벽까지 음식장사를 하고 있었죠.
새벽 3시에 가게문을 닫고 집에 돌아와 집청소 대강하고 씻고 자면 5시정도 돼요.

한두시간 눈 붙이고 일어나 아들 아침밥 챙겨먹이고 학교를 보내죠.

아침에 일어나는게 얼마나 괴롭고 힘든지 말로 표현 못합니다.

그날은 늦은시간까지 손님이 계셔서 늦게 들어왔어요.
새벽 6시에 눈붙이고 7시에 일어날려고 알람을 맞췄거든요.

근데 퍼뜩 눈떠보니 아침 9시....

얼마나 놀라고 정신없던지 자고있던 아들,신랑 막 깨우고....

옷을 입히고 가방을 둘러메고나니 지각의 사유가 진짜 걱정스러웠습니다.
엄마가 되가지고 늦잠자느라 아이 지각을 시키다니..

그래서 아들보고 배가 아파서 늦었다고 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들이 자기는 절때 거짓말 못한다고 하네요.
[차라리 결석하는게 나아.] 이러는 거에요.

난 절때 안된다고 하고 신랑보구 오토바이로 데려다 주라고 했죠.
그리고 선생님께 배가 아파서 늦었다고 거짓말하라고.
신랑도 성질을 버럭 내면서 그런거 시킨다고 막 화를 내는 거에요.

[세수도 안했는데 어떻게 선생님을 보냐?]

제가 그랬어요. [헬멧 벗지말고 그냥 가서 보면 되잖아. 그럼 세수 안한거 티도 안나.]

겨우겨우 달래서 신랑오토바이를 타고 아들은 등교.

윽..
전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습니다.

신랑이 와서 헬멧 벗어던지고 벌렁 눕더군요.
[아우, 쪽팔려 혼났네.]

어휴....

또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꼬치꼬치 캐 물었어요.
[선생님이 뭐라 안하시디?]
[응, 배 괜찮냐고 물어보셨어. 엄마, 제발 늦잠좀 자지마. 지각하면 선생님한테 매맞고 한시간동안 벌선단말야. 그리고 거짓말하면 더 나빠.]

으흑...

진짜 할말 없습니다.
엄마로써 아들에게 거짓말시키고 거기다 선생님한테까지 거짓말하고...

진짜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분명 선생님도 거짓말인거 알고 계셨을꺼에요.
아무말씀 안하시고 이해해주신 선생님께도 감사드리고요.

앞으론 절때 늦잠자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용서해 주실꺼죠? 아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