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현재 북미간 대결을 중단시킬 수 있는 당사자는 오직 남한 정부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새로이 구성될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할 능력과 철학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아래 글중 일부 인용)
핵에 이어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향후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북일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런데,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가 이렇게 계속 제기되는 배경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군사적 안전보장과 국제사회의 경제적 협력을 바라는 북한의 이해와 요구가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미 94년에 북한은 핵무기 재료가 될 수 있는 플로토늄 추출을 중단하고 대신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 건설과 군사적 안전보장, 경제제재 해제 등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또, 클린턴 정부는 제네바합의 이후 북한과 미사일협상을 벌여 지난 2000년말 타결을 거의 목전에 두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부시정부 등장이후 북미관계가 꼬이기 시작하여 그동안 한반도 평화의 버팀목이었던 여러 합의들이 하나 둘 소용없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북미간의 갈등은 커지고 한반도 평화는 위기를 맞게될 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서로의 요구를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문제를 상호 일괄타결하는 길 뿐입니다. 클린턴 시절 북한과 미국이 합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서로 보장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즉, 북한은 '핵개발 계획 포기'와 미사일 수출 중단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확산을 중단하고 동시에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과 군사적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일, 부시 정부의 주장대로 남한 등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고 경제적으로 고립, 압박하게 될 경우 이에 맞서 북한은 94년 제네바 합의를 부정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미사일 수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주권침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할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우리는 대북정책에 대한 또 한번의 선택을 해야할 상황과 마주치게 됩니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크게 세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계속 북한을 고립압박할 것이냐(핵개발, 미사일 수출에 맞서 고립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냐) 둘째 부분적인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느냐 셋째, 아니면 다시 94년의 경우처럼 대화를 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서울이 받을 타격, 중국, 러시아의 반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의 여러 이유로 아무리 강경한 부시라 하더라도 군사적 공격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또, 군사적 충돌은 공멸이기에 절대 선택되어서도 안됩니다.
그렇다면 결국 고립정책과 대화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립정책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중국, 러시아는 북한이 최소한의 체제 유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할 것이며 북한 내부적으로도 최소한의 버티기는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힘으로 밀어부친다고 북한이 그것에 굴복하여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나서서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대북 고립정책, 강경정책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실제로 추진하도록 몰고 갈 뿐입니다. 또,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늦출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주변정세는 불안해지고 남북은 다시 94년 상황으로 돌아가 긴장과 불안의 긴 시간을 소모하게 될 것입니다.
하기에 오직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대화뿐입니다. 또, 그것은 실제로 가능합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로 다른 어는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군사적, 경제적 안전 보장이기 때문입니다. 클린턴 정부 시절 북미간 서로 지키기로 했던 것으로 되돌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기존 합의정신을 복원하고 그 절차를 다시 밟으면 됩니다. 우선, 가존 합의를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존합의에 문제부분이 있다면 수정보완하면 됩니다. 그 방향은 앞서 밝힌대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을 중단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를 서로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상황은 자꾸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가 계속 위협받고 있습니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서로 끝을 향해 치닫는 북한과 미국의 이러한 불안한 대결을 하루빨리 멈추게 해야 합니다. 이 상황을 멈추지 못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북미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재 북미간 대결을 중단시킬 수 있는 당사자는 오직 남한 정부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새로이 구성될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할 능력과 철학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통령 후보들중 우리의 대안은 누구이겠습니까. 북미간 대결국면을 중재하여 한반도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정부는 과연 누가 이룰 수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에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