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구성될 남한 정부가 할 일은 북한과 미국이 다시 제네바 합의의 기본정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강력한 중재력을 발휘하는 일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새로이 구성될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할 능력과 철학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에 핵동결 해제 조치를 취한 것 역시 햇볕정책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부시 정부 등장 이후의 북미관계 악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즉, 햇볕정책이 아니라 대북한 강경정책 때문에 그리고 남북관계가 아니라 북미관계의 악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이상 본문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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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핵심 당사자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입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세 당사자의 관계가 원만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남과 북은 서로 정상적 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의선, 동해선도 곧 연결이 됩니다. 금강산 육로관광도 실시될 예정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제도적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입니다. 클린턴 정부시절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확산 중단과 군사적 안전보장과 경제적 협력을 서로 맞교환한 북한과 미국의 잘 나가던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정부 등장 이후입니다.
급기야 서로 대결국면으로 치달으며 지금 핵문제, 미사일 문제가 한반도 평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중유지원 중단에 맞서 북한은 핵시설 동결조치 해제와 재가동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맞대응하는 이러한 악순환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당사자는 남한 정부밖에 없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새로이 구성될 정부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한 이유입니다.
남한 정부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하나는 '현금지원 즉각 중단(즉, 금강산 관광 즉각 중단) 등 계속 고립압박하여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인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류협력을 지속하는 전제아래 대화의 테이블로 유인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방법으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압박 정책을 취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의 모 후보처럼 "현금지원 즉각 중단(금강산 관광 중단)"을 취하면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한다면 북한이 이를 수용할 리가 전혀 없습니다. 대화의 전제가 붕괴되기 때문입니다.
또, 대북 고립압박정책 자체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더라도 이 정책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북한을 벼랑끝 전술로 몰고가고 있을 뿐입니다. 북한은 결코 힘에 밀려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직 현실적 대안은 두 번째 방법뿐입니다. 그것만이 북한과 미국의 대립을 남한 정부가 중재할 수 있는 방법이며 또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이 배제되지 않는 길입니다. 지금의 남북관계를 유지할 때만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 제의에 북한도 호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교류협력 지속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로 다른 어는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군사적, 경제적 안전 보장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클린턴 정부 시절 북미간 관계 정상화가 거의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기존 합의정신을 복원하고 그 절차를 다시 밟으면 됩니다.
새로이 구성될 남한 정부가 할 일은 북한과 미국이 다시 제네바 합의의 기본정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강력한 중재력을 발휘하는 일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새로이 구성될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할 능력과 철학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냉철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끝으로 햇볕정책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과 핵개발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이번에 핵동결 해제 조치를 취한 것 역시 햇볕정책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부시 정부 등장 이후의 북미관계 악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즉, 햇볕정책이 아니라 대북한 강경정책 때문에 그리고 남북관계가 아니라 북미관계의 악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