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몰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구 정치인, 수구언론, 수구적 지식인들이 자꾸 호남의 몰표를 들먹이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도 그 선동에 속아 의아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원인을 알고 싶은가? 속시원하게 얘기해 주겠다.
첫째, 과거 호남 몰표는 저항의 표시였다.
'지역감정'이란 용어는 과거 독재정권이 만들어낸 국면 호도용 세뇌문구다.
지역감정의 본질은 '호남차별'이며 이는 박정희 정권이 정적 김대중을 제거하기위해 조작해낸 국민 세뇌 공작의 일환인 것이다.
작가 이문열이 얼마전 자신의 퇴행적 정치 발언에 항의하는 부산 출신 독자
화덕현씨에게 이런 망언을 했다. '당신 전라도지?' '아닌데요' '그럼 부모가
전라도인가?' 이 역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누군가 수구적 작태를 일삼
을 때 '당신 경상도지?' 또는 '당신 충청도지?' 라고 하지는 않는단 말이다.
중앙정보부가 조작해낸 호남인의 인성에 대한 근거없는 말들은 국민들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재생산되었으며 선거 때 마다 악용되고 증폭되어 기정사실화 되어 갔다.
호남인은 사기꾼이다. 배신잘한다. 사돈맺으면 안된다. 빨갱이다...
마치 히틀러가 독일인을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유태인을 차별한 것과
동일한 수법이었다. 호남인을 제외한 전국민이 이 수법에 철저히 속았다.
호남인들은 지난 수십년간 취업, 승진, 사교, 결혼....등에서 처절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멸시와 불이익을 받았다.
그들의 절대적인 김대중 지지는 단지 경제적 불이익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 리영희씨는 '호남인은 한국의 유태인이었다. 그들의 가슴엔 '별'이 붙어 있었다' 라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정혜신씨가 잘 지적했듯이 이렇게 이면에서 자행되던 호남차별이 극명하게 현실속에서 터진 사건이 광주항쟁이다.
광주사람들은 지금도 이런 얘길 한다.
만약 부산이나 대구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면 이렇게 악랄하게 진압을 했었을까....호남인들은 제정신을 갖고서는 군사독재세력과 그 후신인 한나라당등엔
절대 표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둘째, 그 후에도 계속된 호남 고립화 작전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대표적 전략이 무엇인줄 아는가? 바로 '영남에서 지역감정 자극하고 호남에선 지지도 얻지 않기'이다. 뒷부분이 중요하다. '호남에선 지지도 얻지않기'가 한나라당의 핵심 전략이다.
지난 선거 때,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과연명망있는 사람, 단 한명이라도 공천했는가? 노무현 처럼 도전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그들은 호남에서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내심 기뻐했던 것이다.
왜? 그를 빌미로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만들 수 있으며 호남의 몰표를 근거로 영남 민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 인구는 호남인구의 두배가 넘는다. 그리고 호남에 대한 혐오감 자극은 타지역에서도 효과를 거둔다)
이런 한나라당을 호남인들이 어떻게 지지하는가? 걸핏하면 유언비어 유포하며
'영남인은 이렇게 나가다간 영원히 호남인의 종살이를 한다...' 라고 떠들어대는
한나라당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민주당의 부패한 인물들을 울며 겨자먹기로 지지했던 호남인들의 심정을 그들이 과연 알까?
셋째, 노무현이라는 지역화합의 상징 인물 때문이다.
호남고립화 작전이라는 군사독재세력의 전략이 아예 시스템으로 형상화 되어 나온 것이 '삼당합당'이었다.
이 폭거에 유일하게 맞선 현실 정치인, 게다가 영남인인 단 한 사람, 그가 노무현이었다. 남들이 편한 길 걸으며 ??어갈 때, 혼자 십자가 지고서 호남당 딱지 달고 부산가서 떨어지고 또 떨어진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었다.
제정신 가진 호남 사람이 이런 의인을 지지하지 않으면 누굴 지지하겠는가.
호남왕따의 부당성을 온몸으로 증거하고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 편에 서며 지역통합을 외치는 '영남인' 노무현! 이 이상의 선택이 있을거라고 보는가?
민주당 국민경선이 광주에서 치러졌을 때, 이인제, 한화갑을 떨궈내고 노무현을 우뚝 세워준 호남인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정말 모른다.
넷째, 노무현이라는 사상 초유의 올곧고 깨끗한 정치인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민주당에 대해 울분을 갖고 있다. 그렇게 빨갱이 소리까지 들어가며
밀어서 정권교체를 시켜놨더니 부정부패로 말아먹어? 경제 그만큼 회복해 놓고
남북관계 진전시킨 공은 있지만 호남편중 인사와 측근의 부정부패로 호남인들은
이중 삼중으로 욕을 먹고 있는게 현실이다.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이 뽑힌 것은
동교동계와 김대중에 대한 호남인들의 냉철한 심판이었던 것이며 지역화합과 진정한 정치개혁을 바라는 염원이었던 것이다.
호남인들이 저항의 의미로 김대중을 밀었었지만 김대중과 그의 측근들의 어두운 면까지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뜻인 것이다.
지난 총선 때, 낙선연대가 골라낸 부패인물들 몇을 떨궈내고 무소속 의원을
찍어준 호남의 선택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단지 김대중에 대한 필요이상의 부당한 혐오증 때문에 정형근이나 정호용 같은 군사독재 시절의 어두운 인물들에게 전국 최고 지지율로 금뱃지 달아준 영남인들은 이 심정,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지역차별에 저항했던 행태가 되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매도당했던 호남인들의 몰표, 이제 화합해 보자고 노무현을 밀었더니 그것도 지역감정 부추기기라고 또 매도당하는 호남인들....이거 너무하지 않느냔 말이다.
대체 호남인들 보고 어떻게 하란 말인가. 호남고립화 작전 쓰며 지역감정 부추기는 이회창을 지지해줘야 멋지다고 할텐가? 그런 말도 안되는 억지가 어디 있는가?
이제 제발,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무슨 공산당식 투표로 매도 하지 말기 바란다
호남의 몰표는 이러한 명백하고 떳떳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결코 부끄러운 일도 아니었으며 너무도 당연한 일일 뿐이었다.
단지 지지율만 갖고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만약 지금 당장 '일본의 조선 강점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봐라. 거의 99프로의 사람들이 '절대 정당하지 않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걸 보고서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 이거 다 공산당 아냐? 어떻게 설문
조사해서 99프로 같은 답이 나올 수 있어?' 라고 말한다면 한국 사람들, 열 무진장 받을 것이다.
퍼센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답이 나오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이 중요한 것이다.
호남 몰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