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연애한 지 8개월쯤 되 가는 30대 초반의 연인입니다.
결혼을 서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사이입니다만 최근에 제게 혼란이 많이 생깁니다.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답답함은 그 남자와의 '짧은 대화'입니다.
언제인가부터 그와 통화할 때 제가 무슨 얘기를 좀 하려고 하면,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오래 통화할 힘이 없다는 투로 어서 전화를 끝내고 쉬려고만 하기에 전 그냥 그렇게 따라가 줬죠. 제가 유난히 말이 많은 여자라 긴 수다를 떨려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일상을 잠시 나누려고 한 것 뿐이었지만 그걸 들어 주기엔 그가 지금 너무 피곤하고 부담이 되나 보다 해서, 아주 큰 일이 아니면 그냥 간략하게 안부만 교환하고 전화를 끊는 일상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들은 정말 필요한 말 외에는 말을 많이 안 해."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시키려는 말을 언젠가 한 게 기억이 나는데, 처음 만날 당시에는 전화로도 2~3시간씩 쉬지 않고 얘기 잘만 했던 사람입니다.
물론 회사 일이 무지 피곤하고 힘드니 이해하기도 하고, 또 혹시나 제 대화법에 문제가 있나 싶어 연구를 해 보기도 하고, 재미난 얘기도 준비하고 애교도 부려 보는 등 애를 썼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저 잠시 웃거나 '그랬구나.. 다른 별 일 없지?'하는 시큰둥하고 썰렁한 말투에 번번히 답답하고 맘만 상하던 저도 점점 포기하고 간단하게 끝내고 맙니다.
만나서도 뭐…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에 1~2주에 한번 만나면 그저 짧막짧막한 대화가 오갈 뿐이거나, 애써 화제거리를 떠올려 대화를 좀 생기 있게 해 보려는 저의 필사적인 노력이 애처롭게 느껴질 뿐 가면 갈수록 더욱더 싱겁게 끝날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때 그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그냥 삭이는 버릇을 몇 개월간 들여 오다 보니, 제 스스로도 이제 그와의 전화통화가 1~2분 넘어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당황스러운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사소한 일은 커녕 큰 일이 생겨도 이런 얘기를 굳이 그 남자한테 지금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그냥 삭이고 넘어가 묻혀지기 일쑤입니다.
제가 원하던 동반자로서의 남편상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하며 한숨만 나옵니다.
저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거나 하는 의심보다는, 지금 모습이 그의 진정한 성격과 대화방식이란 생각과 동시에 그 남자가 나를 정말로 자기 여자로 철석같이 믿고는 편안하고 안이하게 대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30 넘어서 오래 연애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 이런 이유때문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사람은 안 변한다고들 하던데, 지금도 이렇게 답답하고 괴로운데 결혼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많이 망설여집니다.
간혹 달라지기도 하나요?
비슷한 경험 갖고 계신 분들의 조언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