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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너희가!!!!!!!!


BY 친구?? 2003-01-07

제 생일이었습니다.
친한 친구 셋이 있는데, 서로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주면서 10여년을 넘게 지냈지요.

그런데...언짢은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저희는 모두들 돈벌이가 넉넉한게 아니라서 무리한 선물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로 묵언하에, 금액을 비슷하게 맞추어 선물을 하지요.

20대 초반에는 1만원 안팎, 중반에는 2만원 안팎, 후반에는 3만원 안팎, 30대 초반인 요즘은 4만원 안팎....뭐, 4만원으로 마련할 선물이 다 비슷비슷하지만..그래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선물들을 합니다.

저희는, 생일인 사람이 필요한 물건을 말하면 그것을 준비해서 생일 맞은 사람이 생일 식사를 삽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밥 사는 친구들이 부담스러울까봐 선물만 주고 밥 먹는 시간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평소에, '선물'이란 것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이라서 선물에도 작은 정성과 센스를 발휘합니다. 친구가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매우 염두하는 편이지요. 그래서 '선물' 받을 때도 그 사람의 안목과 정성을 매우 중시합니다.

그런데요....이번에 좀 언짢았습니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어줍잖은 음식솜씨지만 몇 시간을 매달려서 몇몇가지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대접했습니다.
그냥 밖에서 갈비를 먹으려고 했느나, 정성을 보이고 싶었지요.

그리고, 사실 이번엔 친구들에게 기대를 했었습니다.
왜냐하면..이제는 모두 아주 형편에 쪼들리지 않을만큼이 되어서 선물에도 변화가 있겠거니 했거든요.
게다가 제가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해주었어요..

1. 랑콤 립스틱...입술이 너무 건조해 진무르기도 하는데 친언니가 쓰는 것 보니 너무 보습력이 뛰어나더라...꼭...그것을...^^
2. 속옷세트...더데이나 헌트에서 예쁜걸로...
3. 귀걸이...큐빅이라도 알 굵은 걸로...^^

그런데..1번친구..집 근처 동네 화장품 갔더니 랑콤 없다고, 주인 아줌마가 권해주는 보습력 뛰어난, 라네즈 피팅 립스틱(별로 안 촉촉합니다..) 사왔습니다.

2번친구..우리도 좀 이런 거 입어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비너스에서 신랑과 함께 입을 반팔런닝(세련되었음.파란색..감촉 죽임) 세트로 사왔습니다. 사실, 이 친구 돈벌이가 가장 어렵습니다..

3번친구..압권입니다. 뵈지도 않을만큼 작디작은 하트모양..정말로, 바닥에 떨어뜨리면 어딨는지 찾지도 못할 만큼 작습니다. 아시죠? 귀걸이 봉부분..부러질듯 가느다란 거..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이 정도인가 싶어서요..이렇게 성의없는 선물을 하다니요..내가 매일 해죽해죽 웃으며 지네들 비위 다 맞춰주니까 귀한줄을 모르나봅니다.

1번..랑콤..왠 수입화장품이냐고요..그래봤자, 3만원도 안됩니다. 물론 친구가 모르고 동네 화장품 매장 갔겠지만..그래도 백화점으로 가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요?..친구한테 뭘 그런거 바라냐구요?
..그 친구,..남자 친구 장갑 사주려고 온 백화점을 다 뒤졌답니다..게다가 남자친구 고딩 여동생 목도리까지도요...T.T

2번친구..정말 고마웠습니다. 말이 필요없지요. 하지만, 제가 말한 헌트에서 속옷세트 사왔어도 고마워 했을겁니다. 전, 작은 것에도 잘 고마워 하거든요.

3번친구.."정말 보이지도 않네? 그렇게 작은 줄 몰랐다야." 합니다.
너무 합니다. 내 나이 32살에..20살 어린 아가씨들이 하는 뵈지 않을 만큼 작은 하트 귀거리 해야하나요..

정말 속상했습니다.

뭐,..친구끼리 선물 가지고 이렇쿵 저렇쿵 하느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한 번도 선물 투정해본 적 없습니다.
대신, 제가 정성을 기울이려고 했지요.

특히 1번친구...저는, 그 친구 생일날..그 친구가 말한 선물 외에도 작은 몇가지 선물을 더 했습니다..야박하게 보이지 않으려고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선물은 정말, 정성 아닙니까?

....저,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너희들 생일 두고 보자..똑같이 해줄테니...라구요.

저 이상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