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미국입니다. 예전에 억압적이고 획일적이며 폭력적인 한국의 선생님들을 비판하는 글들을 올려 상당한 논란을 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선생님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여전합니다만 오늘은 우리 스스로를 좀 돌아보자는 취지로 글을 올립니다.
이 극성스러운 조기교육과 사교육이 과연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무엇을 가져다 줄것인가? 진정으로 이 아이들을 붙잡고 문자교육, 영어교육, 수학교육을 3살 4살부터 시키는 것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9-10시까지 학원에서 끊임없이 가르키는 것이 지금 당장이 아닌 성인이 된 이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당장은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결과에, 아이들 성적표에서 확인되는 결과에 부모도 아이도 같이 만족할 지 모르겠으나..인생은 길고 긴 것... 중요한 인생의 승부는 20대가 지나서야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과연 우리는 이 아이들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걸까?
내가 미국와서 만난 매우 충격적인 한 사람 이야기. 그 여자는 나 또래였으며 미국의 유수한 사립 대학 조교수로 근무하는 여자였다. 그 교수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으며 석박사만 미국에서 했었으며 그 후에 미국의 대학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와서 미국의 대학교, 그것도 미국내 랭킹 1-2위를 다투는 유수한 사립대학교에서 교수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나는 그 교수가 당연히 서울의 S대학교를 나온 재원으로 어릴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혹은 잘 나가는 부모밑에서 여러가지 혜택을 받으면서 큰 사람일 거라는 막연한 선입관을 가지고 그 교수를 처음 만났었다.
그 여교수는 첫인상부터 매우 활달하고 건강해 보였다. 말소리가 명쾌하고 자신이 있었으며 옷차림은 여느 미국교수들처럼 검소하면서도 편안해보였다. 그 녀는 자신이 현재 주도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뚜렷한 애정이 있었으며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대화도중 엿볼수 있었다. 어느 프로젝트든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치기 마련인데 이러한 어려움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해쳐 나갈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하다가 놀랍게도 나는 그 여교수가 서울의 S대학교출신이 아닌 지방에 있는 전문대학을 졸업했으며 전문대학 졸업후 한국에서 4년인가 5년동안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만 그 직장생활을 미군과 관련된 업종에서 했다는 것이 색다르다면 색다른 경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운동권 출신이었던 남편을 따라 유학을 오게 되었는데, 유학온 후 공부가 하고 싶어 남편이 다니던 주립대학에 등록해서 자신도 석박사과정을 밟게 되었으며 그러는 와중에 자신이 공부와 연구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석박사를 하는데 돈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돈을 받아가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물론 미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과거의 학벌이 아니라 현재의 능력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는 정녕 없는걸까? 나도 아이들을 매우 자유롭게 키우고자 노력하는 사람중 하나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미래 가능성을 극대화하며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며 현재의 학습능력에 좌우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의식화된 학부모를 자청하며 노력했던 부모중 하나이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 있을 때 그 흔한 학습지하나 하지 않았으니까.. 그 덕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 아이들은 다른 한국아이들과는 좀 다른, 어떤 자질을 가진 아이로 큰 것 같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된다. 과연 난 계속 이 아이를 내 소신대로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이 교수를 보면서 나는 정말 또 다시 우리 나라 교육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아이들의 육체와 정신을 좀먹고 있는 그 온갖 조기교육, 사교육, 결국은 대부분 대학입학에 목매고 있고, 어떤 대학에 입학하느냐가 그 아이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이 한국사회에서.. 그러나 정말 공부로 승부걸 인생은 대학 혹은 대학원에서 판가름난다. 즉, 자신이 가치판단을 할만한 나이가 되면 스스로의 욕구와 능력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다.
내가 판단하건데 공부로 인생을 승부 걸 사람은 전체 인구중 10%도 안 될거다. 나머지는 공부와는 다른 어떠한 자질로 인생을 설계하게 되며 이 때 중요한 것은 국영수가 아니라 근면성, 창의성, 정직성 등의 자질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된다. 고등학교 아니 대학까지는 모든 아이들은 기본적인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살수있는 수준까지로만 키워지면 된다. 그렇게 많은 교과목을 배울 필요도, 그렇게 수준높은 내용을 배울 필요도 없다. 결코... 지금 배우는 내용의 1/3 혹은 1/2만 배워도 차고 차고 넘친다. 다만 책을 많이 읽게 만들고 토론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여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도록 하면 그것으로 그 교육은 성공이고 완성이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때 최우등상을 타고 졸업한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중고등학교때 배운 그 잡다한 지식들이 내가 지금 사는 내 인생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정말 모르겠다. 내가 지금 내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면 그건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책읽기과 신문읽기 때문이며 그로 인하여 논리적인 사고력이 남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사회적인 기질때문에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뒤집어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러한 기질이 약간의 창의성으로 바뀌어서 발휘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대체 아이들이 3-4살때부터 이 무슨 난리법석인가..
오늘 아침 인터넷에서 싱가포르에서 유치원을 2군으로 나누어 한 군은 전통적인 방법, 많이 가지는 교사의 일방적인 교육과 훈계, 과제물 해결, 예절바른 아이 등을 강조하는 종래 교육방식을 사용하고 다른 한 형태는 아이들이 글씨를 잘 쓰든 못 쓰든,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일절 간여 않고 아이들끼리 서로 떠들고 놀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자유 놀이방 스타일’의 교육방식을 사용했더니만 새 교육방식의 완승. 자유스러운 놀이방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전통적인 아동교육생들보다 교육능력이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새 과정 참여아동들이 사물을 구성하고 짜깁는 능력, 즉 수학적 해결능력이 훨씬 더 뛰어났으며 동료들과의 사회활동과 협력면에서도 앞섰고, 묻고 대답하는 사교기술도 높아 결과적으로 영어능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이 결과에 따라 앞으로 싱가포르내 모든 유치원 교육은 자유놀이방스타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엄마들이 이 나라의 교육현실을 바꾸는데 어떤 힘이 될 수는 없을까??? 교과목 수를 절반이하로 줄이고, 필수과목 3-4과목, 선택과목 2-3과목정도로만.. 필수과목의 수준도 완전히 낮추고.. 예능과목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나만 선택하여 정말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학교에서 배울 수 있고.... 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