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기님이 아래글은 서프라이즈(seoprise.com)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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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와 절차' 모두 바람직했다
현대 상선의 대북 2억달러 지원문제를 두고 수구세력들의 공세가 거세다. 이들은 ‘뒷거래’나 ‘몰래’와 같은 말들을 사용하면서 처음부터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 전제 위에서 대북 지원 문제에 대한 논의를 풀어가고 있다. 사실 논의와 논쟁 과정에서 용어 사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무질서하게 어지럽게 풀어져 있는 일들의 본질을 밝히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잡아주는 데에 있어서 개념 규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수구세력들은 이 문제를 접근하는 데에 있어서 ‘뒷거래’니 ‘몰래’니 와 같은 말들을 동원하면서 처음부터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몰아가고 있다. 나는 수구세력들의 그 뻔뻔한 이중적 행태를 생각할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점을 우선 밝힌다.
위와 같은 수구세력과 달리 한 편에서는 지원의 의도는 이해한다고 전제하지만 절차적 측면에서 문제삼는 흐름도 존재한다. ‘의도는 좋지만 방법에는 문제가 있었다’라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우선 현실을 외면한 이상주의적 논의라는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냉철한 현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어진 조건 내에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는 김대중 정권이 당시에 주어진 역사적 조건을 고려해 볼 때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도는 좋지만 방법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은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과거의 사실을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 당시의 고민에 대한 성찰을 결여하게 되어서 단선적인 비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볼 때 당시에 김대중 정권이 현대 상선의 2억달러 지원을 용인한 것은 잘한 일이며 방법상으로 볼 때도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그런가?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 대북 2억달러 지원을 비판하는 세력의 가장 큰 오류는 이번 사건의 핵심 변수에 김대중 대통령을 두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와 같이 문제의 중심에 김대중 정권을 놓고 사고를 하기 때문에 김대중 정권의 의도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절차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적 변수는 바로 북한 정권에 있다. 이러한 절차적 불확실성을 낳게 하는 요인은 김대중 정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북한 자체의 특수성에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 북한의 불확실성이 절대적 독립 변수이다. 그런데도 대북 화해 협력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접근하는 데에 있어서 김대중을 중심 변수로 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듯이(이 부분에서는 확실한 전제를 해야 한다) 돈을 요구한 주체는 북한일 것이다. 요구할 때 어떠한 논거를 제시했을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대측에는 ‘대북 사업 독점권에 대한 약속(구두 약속이 되었든 혹은 문서 약속이 되었든)을 우선 내세웠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로는 민족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성의를 보여달라고 했을 수도 있다. 명목은 성의가 되겠지만 실제로는 사업 대가에 대한 돈을 달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사실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자신들보다 경제적으로 우월한 남측의 지원을 은근히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정부는 현대의 이러한 행동을 용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으로서는 현대의 대북 지원을 한국 정부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 뿐만 아니라 현대측에서도 단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적자로 인하여 사업 지속이 불분명해질 때 정부가 나서서 금강산 사업이 지속되도록 도움을 줄 경우 동원한 논리가 바로 대북 사업의 특수성에 관한 것이었다. 위와 같이 볼 때 현대의 대북 사업은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정치적 요인이 처음부터 깊숙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현대의 대북 사업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평화 사업이라는 성격이 있다. 이것을 다른 예를 통해서 생각해보자. 작년에 월가를 중심으로 해서 미국의 자본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야기가 한국에도 퍼지고 있었다. 미국 자본들은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과 경제정책에 대한 칭송에 가까운 평가를 내리면서 한반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김대중 정권의 정치철학을 계승하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다는 식의 보도를 하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는 것이 한국에 투자한 자신들의 자본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란 말이 설득력 있게 퍼졌었다. 이것은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한 외국자본 유입이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는 힘의 하나가 되었다는 논리로 이해될 수 있었다.
이것은 대북 사업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도 좋은 인식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대북 사업은 단기적인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평화를 담보하는 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대북 사업은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게 되며 이것은 민족 공동체적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정당성이 있다. 사실 그 뒤에 보면 북한은 대북 사업에 대한 약속을 비교적 충실하게 잘 지키고 있다. 개성공단 건설과 금강산 육로관광 등이 실시 예정에 있는데, 사실 이와 같은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다.
아마도 후대의 사가들, 아니 몇 년만 지나도 현재의 변화를 한반도의 냉전 50년이 해체되는 극적인 시간으로 규정할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과 분단이 가져온 민족사적 비극을 생각해보면, 현재와 같은 변화는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다. 만약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남북 화해 협력 정책을 파기하고 지속적으로 냉전 체제를 유지하려고 했다면 정부는 잘못된 인식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과의 화해 협력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 확대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고어 후보가 승리하였다면 북미 수교와 북일 수교까지 이뤄졌을 것이고 군사적 긴장 완화까지 이뤄져서 한반도의 냉전은 역사의 종언을 고할 수도 있었다. 김대중의 선택은 바로 위와 같은 거대한 역사적 안목에서 나온 것이다. 만약 정부가 국내 여론을 들어서 현대 그룹의 2억달러 지원을 막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원을 요구한 주체가 북한일 것이라는 점, 그리고 김대중은 한반도의 냉전구도 해체를 위한 기반으로 위와 같은 지원을 용인했다는 점, 북한은 그 이후에 남한에 대한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번 2억달러 지원은 모두가 승자인 그야말로 WIN-WIN게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볼 때 이번 지원은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은 공개할 만한 성격의 일이 아니다. 국가간 문제에 있어서 밝힐 것이 있고 밝히지 않을 것이 있을 텐데, 이 문제는 밝히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북한은 자존심이 강한 국가다. 자존심이 강하지 않은 국가가 어디 있겠느냐는 반론을 펼칠 분도 계시겠지만, 북한은 예외적이다 싶을 정도로 그 정도가 매우 세다. 냉전 시기에서도 중국과 소련과의 외교적 갈등을 펼치면서까지 자국의 자주성을 고수하고 강조할 정도로 북한에 있어서 ‘자주성’이란 요소는 절대적인 부분이다. 그런 북한이 남한과 상대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대가 차원에서 돈을 요구하고 받았다는 사실은 북한 입장으로서 볼 때는 국가적 자존심을 구기는 행위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자금 지원을 요청했을 때 이것을 비밀에 부쳐달라고 당연히 요구했을 것이며 현대와 한국 정부에서는 이것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대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대내적 요인을 생각해보아도 2억달러 지원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대북 화해 협력 정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대북 정책은 수구세력들의 비이성적 공세 앞에 항상 위협에 놓여 있었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준 쌀 한톨, 총알 되어 돌아온다’고 외치고 다니는 수구 냉전 세력들이 강고한 상황에서 위와 같은 대북 지원을 국민들의 합의를 사전에 거친다는 것은 대북 평화 정책을 추진하지 말라는 말과 같은 이야기가 된다. 김대중 정권 집권 기간을 돌아보면 수구세력들의 반이성적 공세는 지칠 줄 모르고 지속되었었다. 이러한 비이성적 토양 위에서는 ‘백로의 색깔이 검다’는 주장도 통용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반DJ정서 앞에서는 최소한의 상식조차 무력화되는 경우가 많았고 대북 지원 문제에 있어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 단계 복잡한 사고를 거치고 진지하게 파악해야만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해낼 수 있는 이번 사안과 같은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수구세력들이 만들어 놓는 여론을 근거로 해서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 된다. 여론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옳은가? 도대체가 여론을 만드는 작자들이 어떠한 세력인데, 그들의 반이성적 주장을 여론이라고 해서 따라야 하는가? 반DJ정서로 인해 이성이 말살된 여론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런 여론과는 투쟁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2억 달러 지원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그 당시의 여건으로 볼 때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를 떠나서라도 민족 문제이자 외교 문제라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남북 문제를 풀어 가는 데에 있어서 모든 과정을 다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위에서 북한이 이 문제의 공개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을 설명했지만 북한의 경우을 제외하더라도 국익을 위해서 공개해야 될 일과 그렇지 않을 일이란 분명 있다. 이번 일도 보면 분명 정부 내에서 외부와 내통한 세력이 정보를 흘렸기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상황에 따른 다양한 경우가 존재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 정부 관계자들이 부인한 것을 두고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 부분도 사정을 따지고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문제다. 나는 그 당시에 대북 지원 사실을 부인한 것은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라고 생각한다. 수구세력들의 광란의 칼춤이 연일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그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과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을 고려해서 이성적 토론이 가능할 때까지 논의를 연장시키기 위해서 우선 사실을 부인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파적 입장을 고려해 볼 때 그 당시에 대북 지원 사실을 부인한 것은 선의의 거짓말(White lie)라고 생각된다.
후대의 사람들이 역사적 문제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은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할 경우다. 지금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세상이 뭐가 좀 바뀐 것 같아서 김대중 정권이 처한 근본적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경향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의 역사를 제대로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권은 척박한 토양 위에서 한국 사회의 총체적 모순과 대결해야만 했었다. 그러므로 대북 2억달러 지원은 통 큰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나는 DJP연합과 대북 2억달러 지원 문제가 김대중이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김대중은 김종필과의 연합을 처음엔 반대하였으나 김대중으로의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서 DJP연합을 추진하였고 결국 이 토대 위해서 김대중으로의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김대중으로의 정권 교체는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며 그 토대인 DJP연합 역시 역사적 정당성이 있는 것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북 2억달러 지원 역시 김대중으로서는 어려운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었으나 이를 통해서 현대의 대북 사업의 틀을 만들고 한반도의 냉전 구도의 해체를 이끌어 내는 역사적 성과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그 당시의 역사는 그 당시의 눈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일관되어서 그 시대가 처한 어려움에 대한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피적인 비판만을 하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남한의 척박한 사회 인식의 토양과 북한이라는 외적 변수를 고려해 볼 때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를 위한 김대중의 고뇌의 선택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국민적으로 승인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번영을 위한 김대중의 위대한 선택이 수구세력들에 의해서 공세를 당하는 현실에 분노하며 이 문제에 있어서 모든 양심적 민주 세력들의 대동단결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