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스물 여섯이 된 사람입니다.
저는 자라면서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시작된 모진 풍파에
텔레비젼 연속극에서나 나오는 일들을 겪어가면서 자라왔어요.
자살을 결심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삶이 하루하루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늘 잠자리에 들때면 이대로 다시 눈이 떠지지 않게 해주세요
기도하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남들처럼 행복을 꿈꾸는 일이
수도도 전기도 끊긴 컴컴한 집에서
한 겨울 냉기속에 웅크리고 잠을 잤던 대학 2학년,
라면 하나로 세 식구가 하루를 버텼던 3학년 때는
너무나 사치스럽고 먼 남의 나라 얘기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장학금을 받아가면서
몇 개씩 아르바이트를 해서
간신히 대학을 마쳤습니다.
사람에게 곁을 줄 수가 없이
마음은 온통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어요.
그러다 한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참 많이 밀쳐내고 부정했지만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따뜻한 사랑을 준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삶이 지옥같았던 부모님은 늘 지치고 고단하셔서
우리 가족들은 서로를 사랑하기는 커녕
각자 스스로를 단두리하는데도 숨이 차서였는지
부모님한테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주는 그 사람을
끝내는 사랑하게 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스물 넷에 만난 그 사람은 이제 올해 서른이 되었고
저는 스물 여섯이 되어
결혼이라는 것을 고민하는 시기에 와 있습니다.
그 사람을 많이 사랑하지만,
결혼앞에 너무나 많은 고민으로 밤을 지새운지 벌써
석달이 넘었습니다.
그 사람은 결혼을 원해요.
그 사람집에서도.
직장이나 가정형편이나 나이나 또 가정에 대한 확신까지
그 사람은 당장 결혼을 할 수도 있고
그 가정을 훌륭하게 이끌어갈 수도 있을
사랑이 충만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반면 저는
지금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신문사에서 글을 쓰지만
정말 쥐꼬리만큼의 수입뿐입니다.
또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고시공부를 시작하자 마음먹고
서서히 준비하다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대학을 2년이나 휴학하면서 졸업한지라
모아둔 돈도 없고
가정형편은 말씀드린대로
최악입니다.
당장 제가 결혼을 너무나 원한다 해도
돈이 없어서 결혼을 시킬 수 없는 형편이지요.
제가 버는 알량한 돈은
지금 공부하는데에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제 복잡한 마음과 우울한 성격,
그리고 지독한 가난과 성공에의 욕구 등
셀 수 없이 많은 고민들 사이에서
분열하고 분열하고 분열하는데
어제는 남자친구집에서 하도원해서
상견례도 하였답니다.
물론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저희집에서는 공부며 형편을 들어 내년으로 미뤄보자 하였고
그 집에서는 달갑지 않지만
그럼 꼭 1년해서 합격을 하라고
피차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자리를 접었습니다.
제 고민은....
1. 가장 먼저는 결혼 자체가 두려워요.
먼저 결혼하신 분들께 죄송하지만, 아줌마가 된다는 것이 아직 무섭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란걸 아는데 철이 없는지 결혼한 친구들을 보아도 대단해만 보이고... 결혼을 하면 저라는 사람이 아직 찾지 못한 자아정체성은 완전히 소멸되고 그저 나이만 먹고 한심해져가는 필요없는 인간이 될까 두렵습니다. 그러다 남편에게 의지하고 나는 사라지고 그렇게요. 아기도 두렵구요. 임신도 싫고 아기를 낳는 것도 무섭고 그 아기를 어떻게 사랑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2. 결혼을 하고 공부며 희망이며 직업이며 모든걸 다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결혼을 하면 책임을 져야되는거지요? 그럼 새로운 가족들이 늘어나고 신랑에게 해줘야 하는 뒤치닥거리며 그런 일들... 그런일들속에 매몰되다보면 이를 악물고 해온 공부도 그저 흐지부지 될 듯 하고, 고시가 실패했을 때 유부녀라는 점이 직장을 찾는데에 핸디캡으로 작용할까 두렵고... 성공이나 성취와는 영영 멀어질까봐 두려워요.
3. 그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요.
그 사람을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이유들이 결혼을 가로막는 것이 너무 미안할 따름이예요. 참 바르고 좋은 사람이고 너무 사랑많은 훌륭한 사람인데 저같은 사람 만나서 우울한 기운을 전해받고 또 무작정 기다리라는 것도 미안하고...
그래서 헤어지자고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말라고... 말을 못하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인데... 저는 정말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가정형편, 나의 미래 모든 것을 재고 있는 나쁜 사람이네요.
그러면서도 이 사람이 떠날까 무섭기도 하고. 그럼 정말 다시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할것 같고..
4. 그 사람의 어머니가 무섭고 동생들이 무례해요...
그 사람 어머니는 제게 잘해주십니다. 그런데 그 분은 아들을 너무 좋아하시는 나머지 제게 질투를 하시고 우실 정도이셨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영화 올가미처럼 하루에도 전화를 몇번씩이나 하고 묻고 간섭하시는지 정말 심했는데 이제는 그러지는 않으세요. 그래도 저는 그 아들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두렵고, 늘 우리 장남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예뻐한다 하시는 말씀에도 뼈가 들어있는 것만 같아서 불편합니다. 늘 자기를 챙겨주기 바라시고 여자이고 소녀이고 싶은 시어머니자리와 저를 견제하고 자기 형의 여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동생들. 살아온 시간들이 녹록치 않아서인지 저는 사람을 큰 사랑으로 품어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하는 일을 못합니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들도 품어야 하는데 솔직히 3형제의 장남에 유난스러운 시어머니 자리에 버릇없는 동생 두명. 너무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서로를 사랑하기에는 늘 지쳐있는
냉냉한 집안분위기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해서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싶은 소망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인생을 접고싶지는 않아요.
저는 자아를 성취하고 꼭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가족들을 이 끔찍한 가난에서 벗어나게도 해주고 싶고 공부도 많이 하고 싶은 소망이 있거든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이 소소한 것들에 대한 푸념이 제 인생을 바꿔놓을 일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결혼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농축되어 터진 이야기입니다. 두서가 없어도 이해하시고 꼭 좋은 의견들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