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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면 여기서 자고 가지?


BY 호호호 2003-02-17

스무살때인가?
수원사는 언니가 실신해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난 정신없이 수원 으로 향했다. 마침 방학중이라 평일이었지만 2틀간의 여유가 있어서 꼬박 병실을 지켰다. 남동생이 고등학생이어서 방학중 학교에서 수업이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오시자마자 나는 그날 저녁으로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고 이틀밤을 꼬박 세운 나는 1시간 거리의 버스 안에서 단 잠에 쏟아지고 말았다.

신나게 꿈까지 꾸며 자고 있는데...누가 나를 막 흔들어 깨운다.
집이 어디야? 부시시 눈떠서 보니까 이곳은 버스 안이고 나를 깨운 사람은 버스 기사 아저씨였다. 한 40대초반정도...목소리는 인자한데..
눈빛은 능글거렸다. 옴마나~ 그 아저씨 그렇게 졸리면 여기서 자고가지? 이불도 있는데...그 이야길 듣는데...온몸에 닭살이 쫙 돋으면서 잠이 확깼다. 그리고 머리속에 이 위기를 어찌 모면할까 하고 순간적으로 온갖 방법이 다 떠올랐다. 나는 한 수다를 하므로...울 동생이 고3인데...부터 언니가 병원에 입원한 이야기...내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야기...돌아가신 아빠 이야기...뭐 떠오르는 이야기는 죄다가 막 떠들었다. 한 2십분이 흘렀나? 그 아저씨가 죽 듣더니 웃는다. 내가 택시 타는데 까지 바래다 줄께? 하면서 우산을 펴들었다.
그리고 아저씨가 택시를 잡아 주셨다. 그곳은 버스 종점이었다.
그 버스는 심야 버스였다.
지금 나는 33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정신만 차리면 호랑이 굴에서도 살아 나올수가 있는 것이다. 그??의
일을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하마터면 큰일 치룰뻔 했던 일이지 않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나는 정말 어렸다. 옷차림새도 고등학교1년2년 정도 되어보이고 자그마했었다. 그러니 그 아저씨가 음흉한 생각을 품었다가 집에 있는 자기 딸자식이라도 생각 나서 그만 두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이후로 나는 기차여행이건 버스여행이건 아무리 장시간 여행을 하더라도 단 한차례도 존 적이 없고 졸리워 본 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