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세계] 2003년 02월 17일 (월) 15:21
최근 도널드 럼즈펠트 미국방 장관의 "주한 미군의 후방배치와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 라는 발언과 미 의회 청문회에서의 “새 한국지도자는 주한미군 주둔을 원치 않는 것 같다”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있어 현재의 한·미 동맹관계가 최대의 위기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런 사실을 갖고 ㅈ 언론지 같은 몇몇 보수를 자처하는 언론사들은 사설을 통해 새정부의 미국 자극이 이런 결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새정부는 다시 예전의 정상적인 한·미 동맹의 관계를 회복하여야 해야 할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좀더 신중하게 입장을 표시해야 할 것이라고 논하고 있는데
이는 지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의 개인적인 악감정이 앞서 현재의 상황을 전혀 구별 못한 상태에서 쓴 '아이 같은 칭얼거림'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눈을 크게 떠서 미국을 바라보면 왜 미국이 이런 발언들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이런 발언의 이면에는 세 가지 중요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즉 한국에 새로 시작되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압박과 안보공백의 위험을 가장시켜 한국을 미사일 방어계획(MD)에 적극인 참여 강요, 그리고 여중생 치사 사건이후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국내 반미(反美) 물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미 등의 중요한 의도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우선 미국은 예상을 뒤엎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한국의 대선 결과에 당황하였을 것이다. 아무래도 미국은 보다 친미적인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방향이 미국에 있어서 보다 수월하게 대 한반도 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에 비해 미국에 대하여 덜 친미적인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차질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집권 초기부터 새정부를 압박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를 얼마 안 남겨둔 이 시점에서 주한미군 후방배치와 감축의 발언을 던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을 아직까지 적으로 안고 있는 지구상의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이며 이로 인해 안보에 있어 상당히 민감한 국내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 주한 미군 후방배치와 감축의 발언은 새정부에 있어 상당히 부담이 되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정부는 미국에게 '유화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며 미국은 그 손을 잡아주면서 자신의 위상을 새정부에게 깊이 각인(刻印)시키고 보다 많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주한 미군 철수에 관해 깊이 걱정을 하고 있는 보수 언론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절대 철수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당신들이 미국이라면 아시아에서 대만 다음으로 큰 미국의 무기 시장인 한국을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주한 미군의 철수는 이 중요한 무기 시장을 포기한다는 말이 된다.
주한 미군이 있어 무기의 호환성, 연동 체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이 미국의 무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주한 미군 철수를 빌미로 한국의 안보 공백을 가장시켜 한국을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의 미사일 방어 계획(MD)에 참여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주한미군 후방배치와 감축은 미사일 방어 계획 참여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한 시위인 것이다. 앞으로도 미군의 부분적인 감축과 미군 철수에 관한 제스처는 계속 되리라고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사일 방위 계획에 미국 쪽이 원하는 정도로 참가할 때까지.
마지막으로 이번 럼즈펠트 미 국방장관의 발언은 최근 국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반미 감정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가 강하다.
미국은 이번 발언으로 '주한 미군 철수 = 안보 위협 = 체제 전복'이라는 간단한 명제로 국내 보수층의 단결을 유도하여 기존의 반미 세력이나 미국을 비판하는 세력에 대한 역비판 세력을 양성하고 강화시켜 반미세력의 입지를 좁히려고 할 것이며, 또 반미 세력에게는 '반미 = 주한 미군 철수'라는 경고를 주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주한 미군 = 대한민국 안보'라는 공감대를 널리 형성하여 "대한민국은 주한 미군이 없으면 당장 무너진다"라는 위기 의식을 고조시켜 주한미군이 당연히 주둔해야 한다는 여론을 한국에 뿌리깊게 박으려고 하는 것이다.
새정부는 이번에 주한 미군과 관련하여 어려운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한·미 동맹관계를 보다 새롭게 하기 위해서도 당연히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새정부는 주한 미군 후방 배치와 감축 발언의 이면(裏面)에 숨어 있는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분석, 파악하여 의연하게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이 국가 대 국가로서 당당하게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고 존중해 주어야 진정한 동맹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아울러 새정부가 보다 확고한 자주국방의 의지를 갖고 자주국방을 실현시켜 나가고 또 남북관계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보다 당당하게 미국과 얼굴을 맞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