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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고


BY vicki57 2003-02-19

하루를 제끼고 이 영화를 보았다.
'색즉시공'을 보러 영화관엘 갔다 예고편만 보고 왔는데
넘 보고 싶었던 영화였고 실망하지 않을 확신이 있었는데
역시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다.

피아니스트 스필만의 원작을 바탕으로 실화인 이 영화는
독일의 유태인 학살 정책에서 간신히 살아 남은 한
예술인을 잘 그려낸 것 같다.
학살의 사실성은 물론, 스필만 역을 맡은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종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한 독일 장교의 명령으로 다 허물어진 거실에서 먼지 가득
앉은 피아노를 장엄하게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고
장면의 설정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예술은 인간의 존엄성이 갖추어진 그 다음의 단계라는 생각도 들고
존엄 자체를 표현한 근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뭏튼, 정장을 잘 차려 입은 관중앞에서 연주하는 그나
덥수룩한 수염에 완전 거지 몰골로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연주해야만
했던 그나, 모두 피아니스트였고 예술이었다.
타이틀엔 '전쟁보다 위대한 예술'이라 써있었지만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은 안든다.
그는 생의 본능을 끝까지 간직했으며 자신의 예술성을 자만하지도
비관하지도 않은 것 같다.
너무도 충실히 순간들을 보냈고
신도 그를 버리지 않았다.

또 한가지 느낌.
인간은 어차피 전쟁이 나면 서로의 인간성을 간직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데
왜 굳이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그 무서운 전쟁을 일으키는 걸까?
대구 지하철 방화범이나 전쟁 발발자나 다 같이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 누구도 함부로 인간의 생명을 갖고 농락할 권리는 없다.
시간은 흘러도 과거는 바뀌지 않는 법.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 나치를 처단하려는
유태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그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일본은 너무 무책임하고 안이하며
그런 일본의 과거 만행을 쉽게 잊으려 하는 우리 스스로도
다시 한 번 되세겨 볼 만한 영화라 생각된다.
관심 있으신 분 꼭 한 번 보시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시리라
장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