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80

대구사고 생과 사..그 백짓장 한장의 차이..인연 이야기.


BY 비안 2003-02-21

오늘 출근해서 저희 과장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대로 옮길께요.
----------------------------------------------------------------
내가 예전에요,몸이 많이 안좋아서 한방병원에서 몇년을 치료를
하다보니 그병원 원장님과 아주 친분이 생겼었거든요.그래서 무료로도
치료를 해주시기도 하고 도움말씀도 많이 주고 해서 너무 고마워서
시골서 과수원을 하시는 우리 형님께 부탁을 해서 어쩌다 한번씩
배를 한박스씩 선물을 해드렸었거든요.

그랬더니 원장님이 배가 아주 맛있다고 매년 몇개씩 더 부탁을 해서
자기 지인들에게도 수시로 선물을 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달초에요.대구서 혼자사시는 자기 노모께도 한박스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저한테 형님한테 이야기를 해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형한테 이주소로 이렇게 배를 한박스 보내라 부탁을 했거든요.

그런데 몇일전에 형님이 저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00 야..배가 맛있는건 동이 나서 아무거나 보내드릴수는 없으니
그냥 이번에는 못보내드리겠다고 받은 돈을 송금해드릴테니
계좌를 가르쳐달라고 병원원장님께 이메일을 보냈는데 수신을
안하시는구나,네가 얼른 말씀을 드려서 메일확인하시라고 해라"
하시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원장님께 전화를 드려서 말씀을 드렸는데요.
어쩌다 보니 "배가 발송이 안될거다" 라고 이야기를 안드리고
그냥 "형님이 메일을 보냈다니 확인하세요" 라고만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아,글쎄,,,,어제 원장님이 전화가 와서는 하는 이야기가요.
-어머니가 매일 그시간쯤에 다른노인 친구분들과 지하철로 치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시는데 내가 메일확인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배가 안갈거라는 말씀을 못드려서 어머니는 도착무렵에 무턱대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배가 오려나 하고 병원을 안가고 그날도
집에 계셨다는 겁니다....그날,,,다른 친구 할머니들 모두다
사망하셨답니다-

라는거예요...
---------------------------------------------------------------

여러분..

저는 목덜미에 소름이 쫙 돋더라구요.

만약에 메일을 바로 확인해서 어머니를 기다리지 말라고 해서
치과를 평소대로 가셨더라면..

또만약에 우리 과장님이 '메일확인하세요'하지않고 배가
안갈거래요..라고 말씀을 드렸었다면..

그날 그 지하철에도 늘 그렇듯이
급하게 후다닥 뛰어들어 마지막으로 겨우 탄사람이 있겠고
바로 눈앞에서 문이 닫혀 차를 놓쳐버린 사람이 있었겠죠..
그렇게 많은 아픈 사연들이 있었겠죠..

사람목숨은 어쩌면 내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유난히 겸손해지고 쓸쓸해지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