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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다음 세상에선 엄마 몸종이 되게 해주세요...


BY 이쁜꽃향 2003-02-28

엄마.
엄마가 가장 싫어하시던 계절 겨울이 가고 있네요.
예전에,
절대 겨울에 돌아가시지 말라고 말했던 내가 미워
이 겨울 넘기시기 싫으셨던가요...
그렇게 힘 든 역경 모두 이겨 내셨으면서
그깟 감기 하나 못 이기시겠던가요?
아님 사는 게 넘 힘드시어 그냥 포기하셨나요?
나 이제 어떻게 속죄하며 살라고
그리도 허망하게 가셨나요?

평생을 엄마 자신을 위해선 단 한 시도 못 사시더니
그 가여운 생을 어떻게 그리 쉽게 마치시다니요.
아직도 문득 '나다'하고 전화 하실 것만 같은데,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방 안에 오두마니 앉아 계실 것만 같은데...
엄마 제사 음식을 먹어야 하다니
정말 기가 막히네요.

엄마.
얼마나 이 나쁜 딸이 미우셨나요?
고열로 기진맥진하신 엄마께
맨날 아프다고 짜증 냈던 이 못된 딸,
엄마가 그깟 감기쯤 이겨 내실 줄 알았는데...
효도할 기회가 다시 올거라 여겼는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요까만
엄마, 제발 꿈에라도 생시처럼 한 말씀만 해 주세요...
'내 금쪽같은 내 자식아~
너 그렇게 울지 마라.
네 맘 내가 다 안다.라고...

엄마.
혼자 지고 가는 짐이 너무 버거워서,
엄마 마음 고생 하시는 게 너무 가슴 아파서
짐짓 그걸 숨기느라 더 짜증스럽게 대했는지 몰라요.
망나니 아들 때문에
평생을 힘겹게 사시는 엄마가 너무 가여워
마음 속으로 흐르는 눈물 감추느라
늘 퉁명스럽게 대했는지 몰라요.
어린 지아들놈까지 늙으신 엄마한테 떼어 넘기고 간
불효막심한 망니니놈.
그넘들 아니었으면
엄마한테 그렇게 툴툴거리진 않았을 거란 거
엄마도 잘 아시죠?

엄마도 심장병 환자신데
그 어린 것 아플 때마다 신경 쓰시고
먹일 거 입힐 거 신경 쓰시고,
팔 부러져 입원하고 한 달 넘게 통원 치료할 때 결국은
그 마무리 내가 다 하게 되고...
엄마 혼자시면 그 부양이 뭐가 힘 들겠어요?
나 원래 친정에 쓰는 거
안 아까워하는 거 엄마 잘 알잖아...

하지만 차라리 그냥 암 말 말고
엄마 하시는 거 지켜만 볼 걸
뭐하러 싫은 소리 했었나 너무 후회가 되요
이렇게 훌쩍 가실 줄 알았더라면
그냥 내 팔자려니 모두 감수해 버릴 걸...
어차피 모두 내가 지고 갈 짐이었는데
싫은 소릴 엄마 가슴 아프시게 뭐하러 했을까...

엄마 살려내지 못해 정말 미안해
난 병원에만 입원하시면 사실 줄 알았는데...
중환자실에서 매일 마음 졸여가며
엄마 회생만 기다렸는데...
엄마.
이젠 누구한테 맛있는 거 챙겨다 줄까...
선물 들어 오면 누구에게 자랑할까...
누가 엄마만큼 즐거워해 줄까...
누가 엄마처럼
가슴 아파해 줄까...

엄만 내가 아프면
당신 몸도 안 좋으시면서 당장 주방으로 가셨지
'녹두죽 쑤어 주랴?
찰밥 해 주랴?'
그러시는 엄마 편찮으시면
난 솔직히 귀찮을 때도 있었어.
너무 자주 아프시니까...
엄마가 너무 힘들게 사시니까...
난 바쁜데 엄마 전화는 늘 아프다는 전화가 대부분이었잖아.
그럴 때마다 퉁명스레 대했던 거 엄마 너무 미안해...
직원들이 전해 주는 말에 가슴이 정말 아팠어.
'그냥 전화왔더란 말 하지 말어,
또 화 낼지 모르니...'

엄마.
왜 당당하게 자식들에게 요구 못했어?
나 뭐 해 주라
뭐 사다 주라... 왜 못해...
엄마.
난 아들이 아니라 딸이야 딸...
내게 엄만 너무 많은 역할을 바랬어.
그런게 버거웠어...
하지만 그깟게 뭐가 어려워서 짜증을 내었을까...
엄마 안 계시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엄마.
나도 얼른 늙어서 죽어버렸음 좋겠어.
엄마 곁으로 가서 함께 살게...
그리고 엄마.
다음 세상에선
절대 아프시지도 말고
맘 고생도 안 하시게 태어나세요.
그리고 나는 엄마의 몸종으로 태어나게 해 줘.
조금이나마 속죄할 수 있게...

불쌍하신 우리 엄마.
세월이 흘러서
내 기억 속에서 엄마 생각이 희미해지면 어떻할까
그렇게 되면 우리 엄마 넘 불쌍하셔서 어쩌나...
엄마.
그럴 땐 꼭 꿈에라도 나와서 깨우쳐주세요.
엄마 잊어먹지 않게...
엄마 곁에 갈 때까지 절대 엄말 잊지 못하게...

산소에 가서 아무리 불러도
엄만 내가 온 줄 도 모르시고...
내 소리도 못 들으시겠지...
늘 맨발로 반기시고
나올라치면 등 뒤에서 눈물 훔치시던 엄마가 너무 가여워
가슴 속으로 얼마나 통곡을 했었는데...

엄마.
엄마.
이젠 언제 불러 볼 수 있을까...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