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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백수와백조12


BY 아줌마1 2003-03-14

----백수-----------
에휴....이 한여름 ,
더구나 휴가철에 어디가서 차를 빌린담.

예상에도 없는 인원이 두 명씩이나 불어나서
도저히 친구 놈의 소형 자동차로는 움직일 수가 없게 되버렸다.

나와 그녀, 친구 부부 거기에 그녀들의 친구 둘 까지 여섯 명이 가려면
봉고가 아닌 다음엔 차가 두 대가 필요했다.

그나마 추가 인원이 여자니까 참는다....^^;

아~ 이 자식은 걍 렌트 하자니까 꼭 어디서 구해보라고 난리람.
하긴 젤 싼 차가 하루 최하 55,000원은 되는데 그 돈이 아깝긴 하겠지.

사람들이 차랑 마누라는 빌려 주는게 아니라는데
도대체 이걸 어디가서 빌린담.

회사 다닐 때가 좋았는데...
기름값 걱정도 안하고..
팔지 말았을 걸 하는 후회가 진하게 밀려든다.

문득 일가족이 모여 사는 친구 녀석이 떠 올랐다.
그 놈거랑 형거랑 매형거랑 어쩌구 저쩌구 해서
집에 차가 3~4 대는 됐다.

형이랑도 친하고 하니까 말만 잘하면 될 것도 같다.
하긴 나 회사 다닐 때 그 자식이 나한테 바가지 씌운 것도
많으니까 완전 쌩은 못 까겠지.^^



------백조--------------
이년들은 할 일 없으면 집에 자빠져 있지
뭘 남들 쌍쌍으로 가는데 끼고 난리람.

은미 이 년이 더 밉다.
지는 결혼 했다 이거지?

왜 지가 발 벗고 나서서 같이 가자고 설레발이야~~~!!!
기집애들...애인들 없으면 지네끼리 가서 현지조달을 하던지.

암튼 내색도 못하고 출발 날짜는 다가왔다.
근데 이 인간은 차 구해온다 더니 왜 이렇게 연락이 없담.

전화를 했다.

"여기 지금 다 모여 있거든, 차 구했어?"

"어? 어....지금 가는 길이야."

"차종이 뭐야?"

"어....넌, 잘 모를거야. 라보라고. 다마스 사촌 쯤 되는거.."

"라보? 우리나라에 그런 차도 있어?"

"응....있어. 그런게. 암튼 다 왔으니까 끊어."

들어본 것도 같은데 뭐더라? 외제찬가?^^
다마스는 알겠는데...
그럼 그것도 승합찬가? 아님 뭐지?

은미 신랑 한테 물어봤더니 "라보요?"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잠시 후 표정이 일그러진다.

뭔데요~~ 하고 다시 물어 보는데 빠앙! 하고 경적이 울렸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0.5톤 미니 트럭이었다!!!!



-------백수-----------
역시나 였다....-.-

새끼는... 차 멀쩡한 거 같은데 뭐 쇼바가 나갔네
어쩌네 하며 핑계람.

그러면서 지가 납품 때문에 며칠전에 중고로 산
트럭이 있는데 그거라도 빌려가겠냔다.

낡고 귀엽지도 않은 라보(LABO) 트럭이었다....-.-
무슨 물건 팔러 가는 것도 아닌데 난감했다.

물론 나야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여자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는 승용차에 타고
나만 이차에 타면 될 것 같았다.

뒤에는 짐도 싣고....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거라도 빌려 주는게 어디람.

역시나 사람들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ㅠ.ㅠ 그문 어카라구....!!



--------백조-------------
차를 보니까 생각났다.
맞아, 저 차 이름이 라보였지...ㅜ.ㅜ

솔직히 조금 실망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저사람 주변머리에 차를 빌린것만 해도 대견하단 생각도 들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치만 그때 속마음은 그 차에 타고 싶은 맘이 안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가 "넌 편하게 저 차 타고 와." 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래도... 될 까." 라고 말해 버렸다.

아주 잠시... 쓸쓸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엄~~" 하고 이내 밝게 웃으며 나를 승용차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타는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할 때부터 그가 우리 차 앞뒤를
오가며 손을 흔들어 댔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서 흔들며 빵빵 경적도 울려댔다.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친구들은 연신 깔깔댄다.

짐칸에 아이스박스와 온갖 짐을 실은 채 밝은 얼굴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고단한 일상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외로운 가장 같았다.


어쨌건 지금 앉아 있는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친구 신랑이 길 안 막힐 때 쉬지 말고 가자는 걸 화장실이
급하다며 쉬어가자고 졸라서 휴게소에서 내렸다.

화장실 앞에서 그가 "너 급했구나?" 하며 놀린다.

트럭에 타겠다니까 불편하다며 눈치없이 자꾸
밀어낼라 그런걸 밀치고 올라탔다.

다시 서해안으로 향하는 길...
의자는 다소 불편했지만 마음은 세상 어느 곳 보다도 편했다.



--------백수----------------
고속도로에서 왔다갔다 하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데 영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왜 그런지 물론 알것 같다.
그래서 그런 기분 안들게 장난을 친건데 반응이 없었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를 보니 눈이 빨개졌다.

미안하다.
좀 좋은 차를 빌려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에어컨이 가스가 떨어졌는지 잘 안 나와서
창문을 열지 않으면 무척 더웠다.

이 자식이 부채랑 수건을 갖다 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창문을 거의 올리더니 대신 부채질을 해 줬다.

시원했다....

어느덧 <무창포 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니이야아아~~~ 바다다~~~~~냐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