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구나
나만 시간이 흘러가는줄 모르고 있었나봐
모두가 바쁘게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데
나만 그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느낌이야
난 1년전도 어제같고 1년후도 내일같은데
내 생각만 그런거지 시간은 가만 있지 않았어
그런적 있지 않니?
아주아주 친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거야. 몇년만에
매일같이 붙어다니고, 밥먹고, 얘기하고
그땐 눈빛만으로도 그친구의 기분이 어떤지
하고싶은말이 무언지 알수 있었지
그런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기쁜거야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그친구와 나 사이에는..
그런데 그친구가 자꾸 그러는거야
그랬니..? 우리가 그랬었구나. 글쎄.. 모르겠는데
친구의 눈을 봐도 아무것도 느낄수 없는
시간이 만들어 놓은 낯설음.. 그래서 서글펐던적 없니?
한시간만 마주앉아서 얘기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논쟁이 아니라 그냥 얘기 말이야..
무슨 영화를 보았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오늘은 무슨 반찬을 먹었는지
H양 비디오의 진실은 무엇인지.. 그런 얘기들
나 그동안 많이 힘들어했어.. 알겠지만..
처음엔 상실감이 너무커서
모든걸 다 끝내버리고 싶었다
술을 많이 먹었고.. 그땐 정말 괴로웠어
그리고 될대로 되란식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허비한 시간만큼 또 괴로웠어
그시간은 온통 상실감과 기약없는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가득했으니까..
하지만 어젠부턴가 그렇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괴로워만 하면 안되겠다고
다시 떨어질 낭떠러지라고 해도 나는 희망을 보았어
헛되고 헛되지 않은 그리움일거라고
어떻게되든지.. 행복할수 있을만큼은 사랑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이젠 괴로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그래서 더이상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어
아주 열심히 일을 시작했어.
파김치가 될 정도지만 잠을 잘 수 있어서 좋았어
시간만 있으면 책을 읽었어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하려고 햇어
그렇게 난 괴로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하긴.. 그런다고 다 해결되는건 아니더라
마음속에는 언제나 누가 새겨져 있었으니까..
갑자기 한가해질때나,
특히 새벽공기를 맞으며 아직 어두운 밤하늘을 볼때면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아프긴 하더라
건드리면 힘없이 톡 터져버리는 비누방울처럼
일도 책도.. 상처를 감싸안을 만큼 단단하진 않더라구
내가 자꾸만 맥없이 주저앉는 모습을 볼때마다
실망스럽고 짜증나기도 하고 그럴거야
이젠 더 노력할께.. 그러지 않기 위해서.
다만.. 당신이 날 이해하고 조금만 도와주면 좋겠어
침묵하지 않기.
공원에 산책나온 개들은 무얼하는지 말해주기.
H양 비디오에 대한 최신 정보 알려주기.
침묵하지 않기..
맥없이 무너질 이유가 또 뭐가 있겠니..
비누방울은 철근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질거야
...
지난번 당신이 했던 부탁..
속시원히 그러겠다고 하지 못해서 나도 속상해
당신이 원하는데로 하지 않은건 별로 없었는데
그렇게 말 잘듣던 나였는데
말 안들으니까 속상하지?..
그럴거라고 생각하니까 맘이 아프다
생각이 틀리다고 느끼니까 더 마음 아파
미안해.. 내가 무슨 할말이 있겠니.. 믿음을 보여주질 못했는데
하지만 알아줘.. 나쁘진 않다는 걸
항상 짧은 대화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오해하는것 같아서 안타까워
그러니까 편지라도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