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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의 공통점


BY 지나다 2003-03-19

나와 내 남편은 결혼을 하여 7년 가까이 살았다.
여태껏 우리 부부는 정말 공통점이 뭘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로 닮은 점이 없는 듯 했다.
나는 문과 남편은 이과,나는 책이나 음악 그리고 스포츠 관람하는 걸 좋아하고 우리 남편은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기계란 기계는 다 관심있고 스포츠는 또 별로다.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좋아하는 분야에 지독하게도 문외한이다.
나의 부모님은 서로 동등한 위치로 사셨고,남편의 부모님은 아내와 남편 사이가 거의 주종관계다.
그밖에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정말 맞을 법도 한 부분까지 우린 사고나 행동면에서 너무 너무 달랐다.
그런데 난 최근에 우리에게도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서로가 갖고 있지 않았으면 더 좋을 법했다.
남편은 차남이고, 나는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 외동딸이다.
남들은 남편이 차남이라면 장남이 아니라 부담없겠다 하고, 나도 외동딸이라 귀하게 자랐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남편의 형(아주버님)은 정말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좋게 말하면 자기 삶에 열중인 사람이다.밖으로는 성실하게 일하는 한사람의 의사이고 아내와 자식들에도 충실한 편이다.하지만 그 밖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집안 대소사던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관한 것이던,자신의 범주안에 있는 그것만 딱 챙기는 분이시다.
그래서 우리 남편이 집안 일들을 거의 맡는다.좀더 정확히 말하면 나와 남편이 맡는다.정말 사소한 일 하나까지도.그러다가 일이 좀 그릇쳐지거나 하면 어머님 아버님으로부터 꾸지람을 얻는다.
형제에게 돈 들어갈 일이 생겨도 우리가 챙겨주는 건 시댁식구 모두들당연하게 여기고 어쩌다 형님네서 챙겨드리는 건 엄청 고맙게 그리고 미안하게 받는다.
형님네는 시댁에서 1시간 거리에 사는데도(우린 차타고 5시간 거리다) 제사때 힘들다고 오지말라 하시고 우리 안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명절때도 형님은 아주버님 차타고 거의 음식 다하면 나타나고 나는 명절 연휴 하루 전날 밤부터 와있는데,그걸 너무 당연할게들 여긴다.
9번을 그렇게 잘 하다가 1번 일을 그릇치면 부모 형제에게 무심하다는 둥...잘했던 9번은 없어져 버린다.
첨엔 그게 너무 힘들었다.남편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하면 어려서부터 원래 그랬단다.형은 대접받고 자기는 자질구레한 일하면서 그렇게 살았다고.그렇게 살아왔으니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사는 남편이 더욱 미웠다.
하지만 난 나 역시도 우리 집에서 그런 존재라는 걸 요즘 더 확실히 느끼고 있다.
언제나 모든 걸 받기만 했던 오빠,전형적인 막내 남동생,힘겨워하는 엄마,그 사이에서 엄마를 도와줄 수 있었던건 나 밖에 없었다.
난 엄마에게 연민을 느꼈는지도 모른다.하지만 엄마는 학업이나 외모 많은 면에서 뛰어났던 오빠와 동생을 더 위했다.
나는 엄마에게 언제나,답답하고 머리 안 돌아가는 애였다.
그러나 내가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사고치며 다니는 오빠와 동생의 뒷처리는 항상 내 담당이었다.우리 형제들은 모두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부모님은 지방에 사시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정작 사고치고 다니는 형제들보다는 그 뒷처리에 미숙한 내가 더 많이 혼나고 꾸지람을 들었다.
오빠네와 돈문제가 얽혔을 때도 엄마는 오빠에 관대하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사실 어찌 그 이상 관대할 수 있었을까).
이제 동생이 결혼하려 한다. 우리 오빠 동생 결혼 준비하는데 강건너 불구경하고,같은 서울 사는 죄로 또 내가 동생 결혼준비를 맡았다.
동생은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한다면서 나를 엄마 삼아 의지하고,역시 그런 엄마도 내게 거의 모든걸 맡겼다.
나는 시댁 친정 양쪽으로 힘든다.
좀 벗어난 얘기지만,누가 점을 봐주는데, 우리 남편은 장남 노릇하며 살 팔자고,우리 친정엄마는 아들 자식 복은 전혀 없고 딸 덕에 산단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남편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따지듯 묻지 않으련다.
나 역시 그런 상태에서 못 벗어나는 사람이고,남편이니 나나 참 불쌍한 팔자를 가졌으니,서로 동병상련을 느끼며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