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테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의 아내. 그래서 최대한 기살려주려고 노력하는 남자입니다. 요즘 다들 아시겠지만 경기가 안좋아서 먹고살기 힘듭니다. 의료관계 홍보컨설팅사업을 하고 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사정이 나빠져서 요즘같으면 수입이 작년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어들었지만, 생활비 갖다주는건 그대로 유지합니다. 말하자면 사업이 적자는 나고있지만, 생활비는 예년수준을 맞춰주고 있는 것이지요. 언젠가 집사람하고 얘기를 하다가 "요즘 사업이 어려워졌는데---"하며 은근히 생활비를 좀 줄일 수 없을까 하는 뜻을 비춰봤지만, 아내는 생활비를 어떻게 줄이느냐고 말을 딱 막더군요. 솔직히 섭섭했습니다. 부부라는게 뭡니까? 어려울 때 서로 터놓고 얘기하고, 무슨 방안을 찾아보고 하는게 부부일텐데. 솔직히 아내입에서 "사업이 힘들면 생활비 좀 줄여서 쓸테니 액수 좀 조정해봐요"라는 말이 나올줄 알았는데---. 그래서 요즘엔(몇달전부터) 반토막수입에다가, 모자라는건 잘될때 조금 세이브해두었던 통장에서 돈을 빼내 생활비를 맞춰주고 있습니다.(월7백) 한마디로 출혈이지요!
문제는 얼마전 차얘기가 나와서 기아에서 새로 나온 오피러스를 사자는 얘기를 했고 아내는 차값의 반만 내가 해주면 나머지는 자기가 할부로 하겠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지요. 현재 SM520을 타고 있는데, 5년되다보니까 바꾸고싶다는 아내의 의견과 나역시 남한테 지기싫어하는 성격은 마찬가지라 새차를 뽑고싶었던거지요. 그런데 내가 아무래도 앞으로의 사업도 불투명하고 해서 좀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니까 아내가 "차는 올해 안뽑겠다"고 하는겁니다. 그런데 아주 기분나쁜 식으로 말을 하는겁니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차만 달랑 뽑아서 뭐해.속빈 강정처럼" 그래서 내가 "금년 하반기에 가면 경기가 좀 풀린다니까 겨울쯤 해서 뽑지 뭐"하니까 퉁명스럽게 "관심없어"하는겁니다. 점심때 밥 잘먹고 나서 둘사이가 냉랭해졌습니다. 솔직히 요즘 끼니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밥먹고 사는거에 감사해야지, 새차타령하다가 남편 기분 잡치게 할일 있습니까? 같은 말이라도 "요즘 경기도 어렵다는데, 새차는 조금 있다가 뽑읍시다"라고 얘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자들은 어디서 돈이 저절로 생긴답니까?
여자분들이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결혼 13년차 동안 (월급쟁이생활이든 사업이든) 집에 생활비 한번 안갖다준적 없습니다. 그동안 딱 3개월 실업상태에 있을 때에도 책을 출판해서 인세받아다 생활비는 맞춰주었습니다. 결코 자랑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다른 남자들도 그렇게 할테니까요. 문제는 (이 부분은 정말 다른 여자분들의 의견을 구하고싶은 건데요) 너무 딱딱 생활비를 맞춰주다보니 으례껏 우리남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생활비는 갖다주는 사람이라고 믿게된건 아닌지, 그래서 내가 형편이 어려워져도 생활비를 줄여서 달라든가 하는 식으로 남편의 어려움에 동참을 할 수 있는 마음자세가 안돼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흔한 말로 '버릇'이 그렇게 들은거 아닌가---. 좀 어폐있는 얘긴지 모르지만, 우리부부는 너무 계산적으로 남자는 무조건 생활비 얼마를 보장해줘야한다는 식으로 틀에 박히게 된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거기다가 새차문제로 불편한 속마음을 내가 갖게 되다보니 근본적인 회의가 드는 겁니다.
살림 똑부러지게 하는건 좋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환경에서 다른여자들 다 마찬가지로 잘들하고 살겁니다.
요즘 나의 갑갑한 상황, 어떻게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참 은근히 부아가 치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