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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생들에 대한 지우고 싶은 기억들


BY 여기는 미국 2003-04-04

몇 달전에 제가 한국에 있을 때 겪은 한국 선생들에 대한 참.. 더러운 기억들을 올린 적이 있다. 당연히 많은 지지의 글과 함께 반론도 적지 않게 올라왔었다가 언제나처럼 또 묻혀버렸었는데. 오늘 오마이뉴스에 가보니 한 사립학교의 교무실에서 체육교사가 웃통을 벗고 병을 깬 다음 다른 선생들한테 앞으로 교장이나 교감한테 대드는 것들은 죽여버린다고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 기사에 줄줄이 달려있는 독자들의 의견.. 그 중의 한 글을 보니 다시 한국 선생들에 대한 혐오감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현재 한국교육의 문제는 교사와 학부모의 합동작품이긴 하나 그 죄질의 강도나 심각성, 아이들한테 미치는 폐해의 측면에서는 교사들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얼마전에 나, 너무 속상해방에 나온 선호의 선생과 같은 경우도, 당장 파면당해야 하며 사법처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다음은 퍼온 글

이 글 주제와는 별 관계 없지만, 추천수 1위의 글을 보고 나도 개인적인 경험이 생각나서 몇자 적는다.

영화 '친구'를 보면 리얼리티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선생이 주인공들을 불러내서 "네 아비 뭐하는 사람이냐?" 면서 "아비는 공부시킬라고 뼈빠지게 일하는데 자식이란 놈은 왜 이모양이야?" 하면서 하나씩 귓방망이 - 귀싸대기와 구별된다. 후자가 손바닥으로 뺨을 친다는 느낌이라면 전자는 귀와 뺨 중간 지점을 손으로 강하게 밀듯이 후려치는 개념이다.- 를 갈기는 장면 말이다.

영화보고 나서 여자들에게 느낌을 물어봤더니 의외로 '설마~'하는 반응이 주류던데, 당시 남학교에서는 자연스런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나오는 정해진 멘트...."어금니 꽉 깨물어!"


80년대 의무교육받으면서 기억에 남는 참교육인을 담임으로 맞은건 중학교 2학년때 국어선생님 말고는 하나도 없다.

초등학교 6학년때 난 이미 맞을만큼 맞았다.

우리 담임은 그야말로 군국주의 교사의 표본이었는데, 당시엔 일반화 되어있던 소지품 검사를 통하여 학생들에게서 이런 저런 물품을 압수하여 자기 책상에 너절하게 널려놓은 상태에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친구들과 떠들어서 불려 나갔는데, 그 당시 나는 100원 200원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당시엔 꽤 큰 돈인 수천원을 조그만 동전 지갑에 가지고 있었다.

담임이 몸을 수색하여 그 돈을 보더니 첫번째로 훔친 돈으로 의심을 햇지만 난 그 당시까지 모범생의 전형이어서 의심이 억울함을 낳는 일은 없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담임은 우리를 칠판앞에서 교탁을 보고 꿇어앉히더니 내 무릅위로 돈과 압수한 만화책을 바꾸자며 휙 던져버린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렇게 무식하게 용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변태같은 담임에 대해서 불만도 많은 터에 난 내 무릅위에 떨어진 만화책을 집어서 냅다 교탁으로 던져버렸다.
(싸가지 없는게 맞을 짓 했네 어쩌네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날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썽한번 부린 적도 없었고 공부도 꽤 잘했었다.)

그러고 나서 난 공중부양의 세계를 곧바로 체험했다. 내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공중으로 들어올린 담임은 목을 조르며 교탁에 눕히더니 싸대기를 날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떨어져 나가자 발길질로 온몸을 자근 자근 밟기 시작하였다.

싸가지 없게 감히 선생한테 개겨서 당시 사회분위기에 걸맞게 두들겨 맞아야 한다는 걸 인정한다고 해도, 국민학교 6학년 상대로 지금도 이해가 안가는 엄청난 태클이 아닌가?

그런데 눈물 한방울 안 나오더라. 어이없고 애들 보는데 쪽팔려서 울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었나 보다.

그리고 내가 울게 된건 교실에서 ?겨나 복도에 무릅꿇고 있을때 지나가던 다른 반 선생이 의외라는 투로 "어쩌다가 그러고 있니?"하면서 지나가고 난 다음이었다.

다음날 난 곧바로 전학당했다. 묻지도 않았고 말도 안해주셨지만 어머니께서 담임과 상담후 곧바로 결정난걸로 보아 학교내 징계를 당할 것인지와 전학을 갈 것인지를 상호 교환하였던 듯 하다.

한 학기만 마치면 졸업을 하는 그 시기에 난 엉뚱한 동네의 학교로 전학을 가서 이전 학우들과의 관계는 그걸로 거의 대부분 끊어지게 되었다. (아이 러브 스쿨 통해서 한명 만났다.)

일단 국민학교때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중고등학교에서 맞는 것도 강도만 높았을 뿐이지 별반 충격은 아니었다. 인간이 폭력에 길들여지고 무감각해 진다는 사실이 맞긴 맞는가 보다.

중학교 3학년때 담임은 체육선생이었다. 성적 발표가 나면 떨어진 등수대로 대걸레자루로 때리는데, 평소 맞을 만큼 맞고 산 내게도 상당한 충격일 정도의 [풀스윙]이었다. 앞서 얘기한 영화 [친구]의 장면들도 자주 연출되었고, 학급비중 상당부분이 마대자루 사는데 들어갔으니 대충 어떤 선생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알거다.

그런데 내가 그 선생을 국민학교 6학년 이후 특히 더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있다. 바로 때리는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맞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간적인 수치감을 극도로 자아내는 묘한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육시간에 야구를 할 일이 있었는데, 이유는 분명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를 포함한 몇몇 학우들이 지목되어 나갔다. 당연히 귓방망이를 맞아야 하는데, 왠일인지 하나씩 1,2,3루로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린 인간 베이스가 되었다.

지금 기억에 난 2루 베이스였던 것 같다. 결국 수업끝나고 기어이 1루 베이스 하던 놈하고 안타치고 나가서 고소하다는 듯이 계속 밟고 있던 놈하고 싸움이 났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고3때의 담임도 명성이 자자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아침 방송수업시간에 교재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도에서 종아리를 걷고 특유의 넓적한 몽둥이로 맞았는데, 당시 굽히지 않고 맞는 버릇이 있어서 실컥 맞고 나니까 살점이 떨어져 나간 사실을 쉬는 시간에야 알게 되었고, 그 상처는 졸업후 몇년을 갔다.

체벌교사들은 맞는 학생이 아픈 모양새를 내지 않고 뻣뻣하게 치는 대로 다 받아내면, 이내 열이 올라서 웃장까고 손목시계 푼다. 그러고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박세리 골프 스윙하듯이 풀스윙으로 후려친다.

그러나 진짜 충격은 어느 급우의 맞는 장면에 있었다. 평소 장난끼가 많긴 했지만 결코 문제아도 아니며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이었는데, 교탁에서 교실 맨뒤까지 선생이 신고있던 슬리퍼로 계속 싸대기를 맞는 모습..... 처음엔 슬리퍼로 맞으니 그리 아프진 않지만 창피한 기분에 겸연쩍은 웃음이 배어나던 얼굴이 교실 맨뒤로 가니까 씨뻘겋게 상기되어 당황감과 수치감으로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던 그 친구의 얼굴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이게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요즘하고 다르게 당시만 해도 학교 분위기라는 것이 맨뒷줄 포진하고 있는 몇몇 잘나가는 애들 조차 선생의 권위(?)에 도전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단폭력은 공포분위기를 통한 자신 학급의 성적유지와 자기 분풀이 용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수단은 당해 학생의 인격을 철저히 짚밟는 방법이었다는게 정말 큰 문제라는 것이다.

당초 체벌을 통한 교육효과를 노린다면 그냥 자기가 정한 기준에 맞게 몇대 때리고 훈계 몇마디 하면 그만인데, 체벌교사 치고 이러는 선생은 한명도 못봤다.

뿐만 아니라 앞서 지적한 것처럼 그 수단이 만약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면 대부분 위헌판결을 받을 만큼 비인격적이고 상식이하이다.

학생이 교내에서 담배피우면 안돼지... 그렇다고 꽁초랑 주머니에 남은 담배를 다 씹어먹게 해야하나? 학생이 선생한테 대들면 곤란하지... 그렇다고 반지낀 손으로 면상에 린치를 가해도 되나?

나는 교내 체벌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지난 기억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 이런 주제가 1~2년 주기로 게시판에 오르곤 하는데 언젠가 논쟁이 붙어서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었더니, 어느 분이 "참 끔찍한 기억만 가지고 사시는 불쌍한 분이군요."라고 비아냥 거리며 이런 특수한 예로 교단에서의 체벌이 전면 부정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본적이 있다.

뭐...어찌보면 불쌍할 수도 있고, 어찌보면 그런 부분만을 극대화한 오류가 있었다고 하자.... 하지만 이건 나와 같은 동시대에 살았던 수많은 남학생들에겐 매우 일상적인 일이었지 결코 특수한 예가 아니라는 사실과 당시 맞고 자란 내 동년배들이 지금 교단의 5~6년차 교사들로 재직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은 강조하고 싶다.

남자들 문화란 앞서 말한 것처럼 폭력에 길들여지고 당연시 되는 풍조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을 통해서 확고히 다져진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이등병때 야삽으로 개머리판으로 맞으면서 내가 고참되면 이러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던 전방 소속 군인중에서 초심을 유지한 예비역 얼마나 되냐?

오히려 고참되니 왜 맞아야하는지를 알았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고, 말많은 고참보다는 한때 때리고 마는 고참이 인기가 많았으며, 그래도 냉정한 지식인이란 사람들 조차 분명 말로 해결되지 않고 매로 다스려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군사문화의 잔재가 사회에서 가장 뿌리깊게 박혀있는 학교사회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이 바로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체벌은 전면 부정되고 금지되어야 한다.

왜? 폭력의 악순환이 세습되고 순환되니까......

교단의 현실 운운하면서 체벌을 옹호하는 선생들은 일부일지 몰라도 그로 인해 벌어지는 폐해들에 대해서 자신의 교직을 걸고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교단의 권위는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의 평소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그리고 그것은 매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으며, 그로인한 폐해만 늘어가고 확대 재생산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