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너무 심란한 관계로
무슨 변화라도 주고 싶어
미장원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늘 반듯한 단발머리 수준인 내머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짧은 쇼커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홀가분함이란
지금까지 내안에 쌓여있던 답답함이
잘려나간 머리카락과 함께 사라지는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기분이 새롭고 조금은 안하던
머리스타일이라 어색하고 거울보기조차
낯설기만 한데
운동갔다 들어온 남편
갈증난다고 맥주 두병과 포도주 한병을
사들고 와서 저녁하느라 바쁜척하는 나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리고 자기 피곤하다는 이야기만 하면서
자기가 사온 술과 안주로 사온 순대를
먹어대며 먹어보란 소리 한마디 안한다
내 머리 스타일이 파격적으로 바뀌었음을
정말 못 느낀 걸까
아니면 아는척 하는게 불필요하다고 느낀걸까
빨리 밥이나 달라고 한다
혼자서 술과 순대를 꾸역꾸역 다 치우고 나서
콩나물 김치국에 밥을 한대접 말아서 먹어댄다
이번에도 같이먹자는 소리한마디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먹어댄다
하긴 결혼생활 9년이 다되도록 밥먹으라는 소리
밥먹었냐는 소리 한번 못들어보고 산 나다
그것은 집안의 내력인듯 싶다
언젠가 시어머니가 아들 며느리들 앞에서 하소연한
레파토리중 한토막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이런 무관심에 익숙해질만도 한데
아직도 포기가 안된다
이십여년이 지난 어느날에도 나의 속내를
다들여내놓지 못하고 서운했었다 서운하다를
연발하고 살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