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때 전화했더니, 일하느라 늦을거라며 먼저 애들이랑 저녁 먹으라
던 남편은 지금껏 전화 한 통 없는걸 보니, 어디 술자리서 술 먹고
뻗었나봅니다.
저 독한 걸 어찌 먹느냐며.....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만 보면 이죽거리는 남편이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하룻밤을 새워가며 그 독한 걸 마십니다...
언젠가는 거의 두어달을 하숙집 드나들듯 옷만 갈아입고 나가고, 저녁무렵이나 새벽 생각났을때, 술 마시고 있다던가, 사우나에서 바로
출근하겠다던가....하는 전화 한 통이 고작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남편처럼 그렇게 하던 어떤 직원은 와이프가 이혼하자고 해서 한동안
난리가 났었구요.
저는 사내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제가 많이 이해하려 애썼고,
남편 주위 사람들 모두 절 이해심 많은 현모양처형 아내로 알고 있
고, 남편도 은근히 그걸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온지 10년.......
남편은 자신이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내가 잠들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아는건지 모르는건지.....늘상 술 마신 담날이나 다음 다음날 미안하
다는 말이면 끝인줄 압니다.
그나마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면, 오는 내내 전화를 하던가, 라면이
넘 먹고 싶으니 좀 끓여달라고 해서는 아주 맛나고 먹고 코 골며
잠에 떨어집니다. 저는 그 반대로 졸다가 깨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아서 뒤척이구요.
제가 생각해도 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오늘처럼 핸폰 때려도 통화도 되질 않고,또 부어라 마셔라
하는구나....싶은 날은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일쯤엔 또 제 18번이 나올거 같습니다.
'내 인생에 최대의 실수는 당신이랑 결혼한거야!'
하는 말요...
그러면, 또 남편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러겠죠.
'그래? 나는 내 인생에 최고로 잘한 일이 있다면, 너하고
결혼한건데...'
이 무슨 아이러닌지...원.....
이런게 삶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