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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어떻게 하시나요?


BY 100won 2003-04-28

아래 글은 아컴의 아지트 중에 봉사활동을 하는 모임인
100원의 이웃사랑에 올린 글입니다.
전 남자지만 봉사모임이라서 가입했고 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119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입니다.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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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 참 좋지요?
아주 화창하다 못해 덥더군요.

오늘은 넷째주 월요일로 정기이발봉사가 있는 날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발도구를 챙겨서 가락시장에 있는
무료급식소 하상바오로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이발기구 파는 곳에 들러 빗을 두개 샀습니다.
노숙자분들은 대부분 머리를 잘 감지 않기 때문에 기계와 가위가
금방 날이 무뎌지는데 플라스틱으로 만든 빗은 살이 더욱 잘 부러집니다.

얇고 가는 빗을 두개 사고 차를 몰고 가다보니 낡은 앞치마를
새로 산다는 것을 까먹고 나왔더군요.
되돌아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무료급식소로 부지런히 갔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노숙자분들과 백발이 성성한 독거노인분들...
저를 보는 그분들의 미소에서...
밤새 출동으로 잠못잤던 어제의 피로가 스르륵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를 깎기 시작하면서 3사람 정도 깎았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더군요.
아침에 너무 피곤한데다 바빠서 식사를 못하고 나왔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디서 배고픔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기에 그냥
머리를 깎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책없는 제 뱃속은 줄기차게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꾸 절 쳐다봐서 무쟈게 쑥스러웠습니다)

"아저씨 아침식사 안했어요?"
"........."
"배에서 계속 밥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ㅋㅋㅋ"
"........."
"식사부터 하고 머리 깎으세요...ㅋㅋㅋ"
"........."

나중에는 꼬르륵 소리가 들리는 범위 안에 있던 사람들이 실실 웃더군요.
대답을 못하고 계속 머리를 깎고 있는데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줄기차게도 연속해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 배고프다...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참자)

한참을 머리를 깎고 있는데
무료급식소의 수녀님이 식사부터 하고 머리를 깎는 것이
어떠냐고 하시더군요.
평소 같았으면 이발을 마치고 식사를 하겠다고 했을텐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머리를 깎던 노숙자분께 양해를 구하고
무료급식소르 들어가서 밥을 한그릇 뚝딱 해치웠습니다.

밥을 먹고 나와보니....
정신없이 머리를 깎다가 들어갔기 때문에 머리를 깎이고 있던 사람의
현재상태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
그분은 제게 스포츠로 깎아달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뒤는 짧게 앞은 조금 길게 길이를 설정하고
중간 중간 깎다가 갔었던 모양입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의자에 앉아서 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머리를 보니....
뒷머리는 오른쪽만 바짝 기계로 밀린채 있었고
왼쪽은 어깨까지 닿을 정도로 긴머리가 바람이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또 앞머리는 길이설정을 하느라고 가운데만 자르고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움푹 들어간 모양이 마치 산의 중간을 깎아 길을 내놓은 것 같더군요.

이곳에서 5년째 노숙자분들의 머리를 깎아드렸지만
이처럼 황당하게 일을 처리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 희안한 모양으로 남겨두고 밥을 먹으러 들어갔으니
머리를 깎느라고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은 그곳 사람들과 오가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는
실력 이상으로 더욱 정성껏 머리를 이쁘게 깎아드렸습니다.

우리 회원님들도 봉사하는날 아침에 굶고 오지 마세요.
혹시 주방에서 또는 여기저기서 일하다가
그곳 시설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100원의 이웃사랑 맏일꾼 현철호
100원의 이웃사랑 주소 : http://azit.azoomma.com/@2131babyh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