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남편이 어떤 사람이냐면요? 가계부 생각은 눈꼽만큼도 생각 안 하고, 술값을 카드로 막 긁어대고는 통에 싸움도 많이 했답니다. 정말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어? 근데 자긴 뭐가 문제인지 도통 모르는 거예요. 살림을 뭘로 하는 건지.... 원. 주말에는 말이에요. 아들 녀석이 늘어지게 잠을 자는 남편 목을 조르며 밖에 나가서 놀자고 떼쓰면, 해가 중천에 떠서야 까치머리집을 하고 일어나 겨우 아들 녀석 데리고 근처의 이마트에 다녀오던 사람이랍니다.
근데요. 남편이 변했어요. 세상에 별일 다 있더라구요. 책하나가 사람을 변하게 하다니. 뭐,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그때까지 실은 엽서도 안 썼는데, 왕편지녀로 변했던 것 같네요. 지금 편질 안 쓰지만.....
암튼, 남편자랑마저 하겠습니다. 울남편 요렇게 변했습니다.
- 백화점에 쇼핑을 가서도, 물건을 깎으려고 하고....
(예전에는 제가 시장에서 물건을 깎으려고 하면 그것 몇 푼이나 된다고 그래? 그냥 주고 말지, 민망해서 같이 다닐 수 없다면서 투덜거리더니 요즘은 남편이 오히려 더 먼저 깎으려고 덤벼드는 거 있죠? 헉!!)
- 평일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주말이면 김밥 싸서, 동네 공원으로 소풍을 가자고 하고(덕분에 우리집 아들은 컴퓨터 게임만 하다가, 요즘은 공원에서 아빠랑 배드민턴 하 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부럽지않아여?^^)
- 맨날 컴퓨터 앞에서 바둑게임을 하던 사람이 부동산이나, 금융 사이트를 면밀히 검토하는 눈치구요.(설거지하고 있는 저를 불러서 당신도 아줌마들이랑 수다만 떨지말고, 즐겨 찾기에 올려놓을 테니깐. 수시로 보도록 해. 하면서 잔소리를 합니다. 이런 부분은 좀 싫지만 그래도 확실히 달라진 카드요금청구서와 통장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답니다.)
남편이 갑자기 왜 저렇게 달라졌나 했더니만.............
며칠 전에서야 "당신도 이 책 한번 읽어보지?." 하면서 책 한 권을 내밀더군요.
『한국의 부자들』이란 책이었습니다.
"우리가 뭐 이 사람들처럼 부자야. 월급 가지고 근근히 사는데.....가계부 쓰기도 벅차."
남편도 처음에는 그런 내용인 줄 알았는데,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 얘기라고 하더군요.
책 한 권 덕분에
8년 결혼생활 동안 늘 반복하던 제 잔소리가 무색하리만큼 달라지더군요.
부지런하고, 스스로 카드에 열 십자가를 그어대고, 주말이면 가족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사람으로 바뀌더군요.
저도 오늘에서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그러니 마치 제가 이미 부자가 된 기분이거 있죠. 물론 처음 부자테스트에서 D가 나와서 실망했지만, 이젠 길이 보이거든요. 이제야 남편이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벌어온 소중한 월급을 어떻게 관리하고 재테크 해야 할 지 알게 되었거든요. 너무 좋은 거 있죠. 그렇게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