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30대 요절하시기 까지 '잡초'를 생활 신조로 살아 가셨다.
'밟히고 밟혀도 끝내 다시 일어 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끝내 다시는 일어나시지 못했지만,
80년대 민중의 잡초와 같은 저항 정신에 나는 정서적으로 쉽게 다가 설 수 있었다.
나는 기꺼히 밟혀도 굴하지 않는 '잡초'이고 싶었다.
10여년 흐르면서 최근에는 기어히 '길가에 이름없이 방치되어 있었던 야생 들꽃들의 생활과 이름 그리고 그 쓰임'에 까지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나는 나의 이런 새로운 관심사를 우리 나라 대통령과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지금처럼 구체적인 잡초의 형태와 성격까지 규명해 주셨으니 말이다.
정치적 상징이며 은유이긴 하지만, 실지로 잡초에 전혀 문외한일 것 같은 대통령에게 나는 몇마디 조언을 드릴 수 밖에 없다.
첫째, 잡초는 농부가 논이나 밭에서 필요로한 것을 뺀 무조껀 뽑아 버려야 할 나머지 '쓰레기'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잡초중에는 자운영 처럼 논과 밭을 기름지게 해서 오히려 벼나 작물의 생장을 촉진하고, 땅속 미생물의 활동을 도와 주는 것들이 대단히 많다는 점이다. 게중에는 심지어 약초로 대접받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그러니까, 잡초란 쓸모 없어서 무조껀 뽑아 없애 버려야 할 것들이 아니라 지금 변산공동체라는 생태 공동체를 꾸리고 계신 윤구병 박사님 처럼, '아직 인간에게 그 쓸모가 명확하지 않은 풀' 로 정의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둘째, 잡초를 통제하고 싶다면, 모든 일이 그렇듯이 다 때가 있고 다루는 방법이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못자리를 만들어 어린 벼를 미리 키워서 논에 물을 댄 다음 모내기를 하는 이유는 아직 어린 모가 잡초의 기세에 눌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즉 잡초를 뽑아야 할때는 잡초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작물의 생장을 촉진을 저해할 때 뿐이라는 점이다. 즉 잡초에 비해 작물의 경쟁력이 뒤처질 때이다. 봄에 우리는 우리가 필요로한 작물을 제치고 엄청나게 자라나는 잡초를 속가 주어야 한다. 그러나, 여름에 일단 우리가 수확을 기대하는 작물이 웃자라 잡초로부터 일정한 경쟁력을 확보 받았을 때는 괜한 욕심을 더 내는 것이 오히려 더운 여름 농부를 일사병으로 내모는 화를 부른다. 그렇다고 그런 고생에 비해 성과도 별로 없다. 아마도 잡초의 생리를 잘 아는 노련한 농부라면, 벼의 생육을 조절하듯 잡초의 생육을 적절할 수준에서 조절할 줄 알 것이다. 즉 어느때 어떤 잡초를 뽑아 주어야 하고, 어떤 잡초끼리는 경쟁을 유도하고 어떤 잡초는 그대로 놔두고 봐야 할지 잘 연구해 놓았을 것이다. 사실 잡초에 대한 무한정 끓어 오르는 증오와, 무조껀 때려잡겠다는 열정은 실재 잡초를 통제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셋째, 그래도 엄청난 생명력으로 뻗어가는 잡초를 제거해 달라고 '제초제'를 써달라는 엄살을 부리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차라기 그 잡초와의 이종 교배로, 잡초 만큼의 생명력을 확보해 나갈 망정. 왜냐하면 제초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벼 자신의 저항력도 저해 시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살충제와 제초제의 지원을 받더라도, 이전의 자체 저항력을 갖추지 못한 통일벼들 처럼 민감한 환경의 변화에도 또 쉽게 전멸하고 말 테니 말이다. 차라리 적당한 내잡초와, 내병충해를 가지면서 충실한 몇개의 낱알을 가지는 건강한 야생잡종벼가 더 소득의 안전을 보장해 줄 지 모르니 말이다.
사실 이번 새 대통령처럼 이런 저런 비유를 잘 사용하는 대통령도 드문 듯 하다. 나름대로 가능하면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씀을 전달하려는 노력으로 가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칠례 자유 무역 협정으로 그러지 않아도 정부에 대한 농민의 시선이 곱지 않고, 정부또한 그닥 농민들의 처지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지 않으면서, 국민을 농민에 빗대어 하는 비유가 매우 '작위적'이며 어색하게 보인다. 물론 농민에 대해 맘대로 상상하는 도시적 '어버이'들과, 도대체 농사에 관심없는 젊은이들이야 어떤 공감대를 엮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헌법1조가 거듭 강조되고 재천명됨도 왠지 쓴웃음을 자아냈다. 이라크 파병으로 손상된 헌법조항은 도대체 관심도 없고 수호할 의지도 없다는 뜻일까?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정말 우리가 시골에 방치한 늙어가는 부모님들께 효도 하기를 바란다면,
제발 '잡초'론에 이어 '해충'론까지 확산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위기의식을 조장하지 않더라도 시골에 계신 우리 농부님들은 지금도 충분히 '농약'이란 '위기'에 찌들어 사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