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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조·중·동과 전쟁 벌이나


BY truman2580 2003-05-11



발췌:시사저널




노무현 대통령은 KBS 이사회(이사장 지명관)가 사장으로 제청한 정연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을 지난 4월25일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 4월28일, 정연주 사장 취임식을 앞둔 서울 여의도 KBS 사옥은 ‘폭풍 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KBS의 한 직원은 “역대 KBS 사장 가운데 이처럼 개혁적인 인사는 처음이다. KBS로서는 혁명적 상황이다”라며 신임 사장을 맞는 분위기를 전했다.

정연주 사장을 맞는 간부들과 노조의 표정은 다르다. 강대영 부사장을 비롯해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은 정사장 취임과 동시에 일괄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반면 ‘정연주 사장’을 만들어낸 KBS 노동조합(위원장 김영삼)은 ‘정연주 사장과는 생산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하겠다’면서도 환영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방송계는 KBS의 보수 풍토를 감안할 때 정사장 취임은 김중배 전 MBC 사장 재임 때보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본다.

‘동아투위’ 출신으로 1975년 해직된 정연주 사장(57)은 언론 개혁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한다. 지난 1월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한겨레>를 방문해 최학래 사장·정연주 논설주간·김선주 논설위원 등과 환담을 나누었다. 당시 노당선자는 대북 및 한·미 관계에 정통한 정연주 논설주간의 견해를 경청했고, 언론 개혁에 대한 정주간의 소신에 깊은 신뢰감을 표시했다.

정사장 “매체 비평 프로그램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연주 사장으로부터 ‘언론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온 조·중·동은 일제히 정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4월25일 기사에서 ‘두 아들의 미국 국적과 병역 미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정 전 주간이 작년 ‘부자들의 잔치’라는 칼럼에서 상류층의 미국 국적 취득을 비난했었다’라며 정사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방송이라도 좀 공정하게 해서 왜곡되고 편파된 보도를 상쇄해주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정연주 사장의 정치적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정연주씨는 자칭 친북 언론인’이라는 제목의 상자 기사를 내보내 한나라당이 제기한 ‘색깔론’을 거들었다. 반면 <한겨레>는 ‘한나라 무차별 색깔 공세’라는 제목으로 정연주 사장을 친북 성향이라고 공격하는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4월25일자 1면 머리 기사로 올렸다. <조선일보>의 한 논설위원은 “정연주 사장 때문에 앞으로 흥미로운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라고 말해 KBS와 <조선일보>가 언론 개혁과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KBS 노조는 지난 4월23일 토론회를 갖고 MBC <미디어 비평>과 비슷한 매체 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주 사장도 “KBS도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말해 신문 시장을 장악해온 ‘조·중·동’과 대결 구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48쪽 인터뷰 기사 참조). KBS가 5월 봄 개편에서 매체 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해 주류 언론을 비판할 경우 언론 개혁을 둘러싼 대결은 ‘조·중·동’ 대 ‘KBS·MBC 연합’ 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정연주 사장은 밖으로는 조·중·동과의 대결을 준비하면서 안으로는 ‘공영 방송’의 기치를 내걸고 개혁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주 사장의 개혁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금석은 5월 초에 있을 부사장을 비롯한 간부 인선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KBS 한 직원은 “박권상 전 사장 때 전횡을 휘둘렀던 전주고 인맥이 중용된다면 개혁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료적이고 비대한 기구를 만들었던 전임 사장 체제를 개혁하고 대선 무렵에 정치권에 줄을 댔던 권력형 인사들과 비리 관련자들을 척결하는 ‘인적 청산’이 KBS 개혁의 첫 번째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