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한번 맘에 들길래 올려봅니다.
출처는 오마이 입니다.
분명 조선일보 두뇌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할 수 있겠는가.
송경희 청와대대변인 경질과 관련한 조선일보 5월 9일자 사설 '대변인 탓만으로 돌릴 일 아니다'를 읽고 조선일보 독자들을 생각할 때 비판이전에 걱정이 앞섰다. 그 동안 뜻있는 독자들이 조선일보에 반대해온 것은 최소한 조선일보가 '제정신'은 차리고 신문을 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제정신'이라고 할 때 '제'는 '나름대로'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인데, 어쨌건 '자기 주장을 할 만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설은 도무지 조선일보가 '제정신'이라고 보기 힘든 주장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조선일보가 누군가에 반발해 비난할 때 썼던 '허위, 왜곡보도' '편파보도' 등의 행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을 '노무현 대통령이... 대변인을 경질한 것은, 현 정부 출범에 맞춰 이뤄졌던 청와대 인사(人事)와 초기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시작하고 있다.
이 사설 전반부의 논지는 '대변인 한 명을 경질하지 말고 청와대운영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다. 만일 이 사설이 주장하는 논지가 여기까지라면 우리는 별반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없다. 그 정도라면 언론 고유의 비판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러나 조선일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문장에서 "청와대측은 대변인 교체를 발표하면서 청와대 비서관 운영을 ‘팀장제’로 재편하는 등 일부 보완책을 함께 내놓았지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쓰면서 슬슬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대변인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진실을 전달할 수 있도록 청와대 홍보 및 취재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게 일의 순서"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도무지 이 문장이 주장하는 바를 헤아릴 길이 없다. 이 문장의 주어는 '대변인'인데 뒷글에서는 엉뚱한 주장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변인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진실을 전달할 수 있도록 청와대 홍보 및 취재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게 일의 순서"라는 게 무슨 소리인가.
홍보시스템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취재시스템을 뒷받침하여 대변인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진실을 전달할 수 있게 하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대변인이 기자들과 매일 만나 술좌석이라도 가지면서 이런 말, 저런 말을 흘리라는 말인가. 대변인의 업무수행과 취재시스템은 같은 영역의 다른 일이다. 사설필자는 다시 한번 이 문장 앞뒤 주장이 이치에 맞는지 생각해주기 바란다.
이어 이 사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지금 정권은 언론의 청와대 취재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면서 대변인 브리핑을 유일한 취재 창구로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대변인이 모든 분야에 정통하거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먼저 언론을 대하는 청와대의 발상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대변인이 제대로 일할 토대가 마련된 뒤에야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즈음 되고 보면 조선일보는 '오버'를 해도 어거지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대변인 브리핑이 유일한 취재창구'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청와대 혹은 정치관련기사를 쓰면서 등장시켰던 '청와대 관계자' 혹은 '청와대 비서팀' '홍보관계자' 등은 '취재창구' 혹은 '취재원'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은 귀신인가, 아니면 조선일보는 이 사설을 통해 그 익명취재원들의 말 전부가 작문임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대변인문제와 취재시스템이라는 어떻게 보면 같은 연장선상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확연히 다른 행위- 취재에 응하는 대변인과 취재하는 언론행위-의 문제를 함께 놓고 청와대를 비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다시 말해 '취재를 제한하고 브리핑을 유일한 취재창구로 열어놓고 있다'는 문제제기와 송경희 대변인 경질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성 있는 사안이 아님에도 조선은 무엇이든 청와대 비난을 위해 갖다쓰다 보니 '어거지 논리'를 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를 가장 당황하게 만든 것은 이어지는 결론 부분이다. 이 사설의 결론 부분은 심한 논리의 비약으로 인해, 도대체 조선일보가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 바로 그 대목이다. 사설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인사(人事)의 기준과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송 대변인은 처음부터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적임자가 아니었다고도 할 수 있다. 다른 직책이 주어졌다면 훌륭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인재가 정권 초기 시행착오 인사의 ‘희생양’이 된 것은 바로 대통령의 인사권이 잘못 행사됐기 때문인 것이다. ‘개혁성’이나 ‘코드’보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의 원칙이 서지 않는 한 개인의 명예손상은 물론이고 국정혼란도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사설의 마무리 부분에서 송경희 대변인에 우호적인 척하며 결국 화살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조선일보의 '사설관행'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판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엉뚱하게 전개되면 곤란하다.
우선 "대통령의 인사권이 잘못 행사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은 무슨 뜻으로 쓴 것인가. 인사를 잘하지 못했다"는 말과 "인사권이 잘못 행사되었다"는 말은 다른 말이다. 송경희 대변인 관련 부분은 '인사를 잘못했다'는 지적으로 충분한데 굳이 '인사권'이라는 말을 동원한 조선일보의 '꼼수'는 무엇인가.
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은 마지막 문장이다. "'개혁성'이나 '코드' 보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의 원칙이 서지 않는 한 개인의 명예손상은 물론이고 국정혼란도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조선일보는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말 제정신인가.
송경희 대변인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고 '개혁성'도 뛰어난데 '전문성'이 부족해서 문제였단 말인가. 송경희 대변인이 개혁성이 부족하고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대변인으로 발탁되는 순간부터 나온 지적들이다.
오히려 송경희 대변인은 방송인으로서의 제한적 전문성이 평가받아 대변인에 발탁된 케이스라는 것을 조선일보는 모르는가. 또 송 대변인의 '명예손상'문제가 정말로 청와대 운영시스템에서만 기인한 것인가.
하나의 사건이 터졌을 때 적어도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차분하게 '곰곰 생각해보고' 글을 쓰고 지면(인터넷의 지면포함)에 실을 줄 알아야 한다. 하나의 사건을 가져온 여러 가지 배경과 원인들을 꼼꼼하게 짚어 우선 글 쓰는 사람이 사건을 정확히 이해해야한다. 이해했다고 곧바로 글을 써서도 안된다. 자신의 생각을 교열하고 또 교열한 뒤 글을 써야 한다. 그게 언론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글쓰는 자세 아닌가.
이번 사태를 놓고 제대로 비판하려면 조선일보는 오히려 청와대가 개혁성과 코드를 인선원칙으로 대변인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한다. 스스로 내건 인선원칙을 왜 대변인인선에는 적용하지 않았느냐고 써야 조선일보가 걸핏하면 예로 드는 '워싱턴 포스트' 근처에는 가는 '사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선일보는 왜 모르는가.
조선일보는 늘 "권력비판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주장해왔다. 권력비판도 물론 언론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실보도'기능이다. 권력을 비판할 때에도 사실에 기초해서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보도 다음으로 중요한 기능은 정확히 논평하는 기능이다. 논평을 제대로 하려면 사실에 기초하여 자기주장을 해야 하고 글을 쓸 때 논리적으로 합당하게 구성해서 써야 한다. 논리가 비약되거나 자가당착에 빠져서는 독자를 설득하기 힘들다. 권력을 비판할 때에도 논리적 비약과 자가당착에 빠져 비판하면 '반발'과 '비난'밖에 안된다는 밀이다.
조선일보의 이번 사설은 정말 실망스럽다. 대변인 경질의 배경과 직접적인 원인분석도 사실에 기초하여 해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글의 기-승-전-결에 있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마디로 "건수가 잡혔으니 욕이나 하고 기선이나 제압해보자"는 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최민희 기자 (ccdm@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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