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늘에서 잘 계시죠
엄마가 우리곁을 떠나신지 벌써 일년이 되어가네요
엄마가 보고싶을 때에는 엄마가 입으셨던 스웨터를 얼굴에 묻고
엄마 냄새를 맡아보며 엄마를 생각해 봅니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친정에 가지니 오빠보면 울것같아
큰 시누님댁에 갔지요
상희아빠 학교 다닐때 큰 누이가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우리 살림 날 적에도 모든것 다 해주셨잖아요
시어머님이 안계신 까닭에 말이에요
엄마 어릴적 그이가 먹던 찹쌀떡 해가지고 큰 시누이댁에 갔어요
시누님이 요것조것 싸 주시고
내 보따리속에다 백만원을 넣어 주시는거에요
어찌나 눈물이 나고 가슴이 뭉클한지
내 다음에 잘 살면 꼭 갚으리라 아무말도 없이 받아왔지요
엄마 친구 정완이도 며칠전 월급 탔다고 우리집에 와서
말없이 식탁에 돈 오십만원 놓고 갔어요
엄마 어쩌지요
남에게 줄줄만 알았는데 막상 많은 것들을 받고 보니 너무
짐이 무거워요
엄마 그런데 착한일 하나 했어요
산나물 갔다가 강원도 화천에서 만난 두 할머니가 자식이 없으시데요
엄마 생각도 나고 너무 불쌍해서 얼마간 손에 용돈을 쥐어 드렸지요
엄마 나도 더 많은것을 받고 살잖아요
엄마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목에 이상이 생긴것도 아니고 우연히 유방암 검사하다가
갑상선이 이상하다고 해서 진찰을 받았어요
세번째 오늘 결과를 보러갔지요
버스를 타고 아파트 담장에 걸쳐진 빠알간 장미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꼭 아픈자들에게 위로를 해 주고 있는것만 같았어요
엄마..
그런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의사선생님앞에 섰어요
수술해야겠어요 네?
악성이에요 ? 네
그럼 암이란 말인가요 ? 네
엄마 의사 선생님이 아무리 많은 환자를 돌보느라 피곤하다 해도
너무나 무성의한 대답에 기가막혔어요
한마디 말없이 그냥 나왔지요
다음 6월4일날 오세요..
외과로...
엄마 하늘이 노랗게 변하네요
무덤덤하려고 애써보아도 왜 이리 두렵고 눈물이 나는지요
마음을 어디에도 두어야 할지 불안하고 초조했어요
휘익 기차를 타고 멀리멀리 떠나버리고 싶은 순간이었지요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다 꽃가게에 들렸어요
노오란 나리꽃과 하얀 국화꽃을 샀어요
위로받고 싶어서요
꽃가게 주인한테 아줌마 내가 왜 꽃을 살까요 ? 하고 물었지요
글쎄요... 있잖아요 제가 암이래요..
웃는 내 얼굴을 보고 그 아줌마는 눈시울을 붉히더군요
저보다 더 슬픈가봐요
엄마 아 아줌마가 빨간 장미 세송이를 더 얹어 주었어요
얼른 나으세요 하며...
엄마 집에와서 그이에게 말하니 초기니 다행이라고 하며
혼자 아무말도 안해요
나도 눈물이 쏟아 지지만 애꿎은 찬장문을 열고 먼지쌓인 그릇들을
다 내놓고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정리를 해보았어요
아무에게도 말하기도 싫고
엄마가 계시면 엄마 엄마 하고 울었을텐데
내 주위엔 모두 내가 위로해주고 도와줄 사람들만 보이는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처럼 이렇게 슬픈날엔
더욱 엄마가 보고싶어져요
엄마 하늘에서 이 울보를 위해 기도 많이 해주세요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엄마 지금은 시동생도 밉지가 않아요
늘 불쌍하고 그래요
돈으로 힘들게 했어도 엄마 난 그 시동생이 늘 불쌍한지 몰라요
엄마 오늘은 제가 이런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상희엄마는 분명 잘 살거라고 얘기 했는데
아직도 저는 잘 살 권리도 없고 아직도 저는 엄마처럼 착하게 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슬프지만 밥은 먹어야겠지요
수술하면 주말농장은 누가 가꾸어 줄런지
내가 사랑하던 채소들은 무척 목이 말라 있을텐데.
엄마 보고싶어요 이 뜨거운 한낮에
혼자 소리쳐 엄마를 부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