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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모습


BY p0001111 2003-05-20


FM2 방송 듣다가 우리가족에게 심어주고 싶어, 다시듣기에 들어가 어렵게 복사해서 애들방에 붙여 놓았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드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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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에 우리나라에서 살았던 한 서양인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은 제정신을 잃을 만큼 격하게 노한다.”
“자기목숨 따위는 어떻게 되던 상관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이빨을 드러낸 짐승으로 변신한다.”
“입에 거품을 물고, 마치 짐승과 같은 얼굴이 된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분노의 충동과 제정신을 잃는 나쁜 버릇은 남자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여자들도 겁날 만큼 희스테리를 일으킨다.
어린이들도 어른들을 본받아서 맘에 들지 않으면 그야 말로 미친 듯이 생때를 부리는데 결국은 자기 뜻을 관철하던가, 그렇지 못하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야 간신히 진정된다.

오늘 우리 한국인에 기질과 극단주의에 대해 반성한다.
우리는 아무래도 만사에 극단적이고, 격하기 쉽고, 생각보다 감정을 앞세우기가 쉽다
우리의 이런 격한 기질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 잘 나갈 때는 세계가 놀랄만한 순발력으로 나타나곤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격한 기질은 대화와 타협과 양보를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너 나할 것 없이 물러서기를 꺼려한다. 이쪽이 한발 물러서면 상대방도 따라서 한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한발 더 앞으로 나오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청이 크지 않으면 격한 욕설과 주먹다짐을 두려워하면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는 양보하는 것을 굴복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격한 모습과 극단주의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야 상대방이 이쪽을 어려워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힘으로 몰아붙이고 힘으로 저지하는 실력행사를 좋아한다.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자기편 이외의 모든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 왜 사소한 일에 쉽게 분노하고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제정신을 잃을 만큼 격해지는가?”를 반성한다. 우리는 아무래도 대화와 타협의 훈련이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양보하며 사는 일에 익숙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넉넉하면 화도 덜 내게 되고 양보도 잘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아무래도 마음이 가난한 탓에 쉽게 격해 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