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73

잠시한 투기를 부끄러워하며...


BY 초보 투기녀 2003-05-25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소위 말하는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

작년에 주변에서 이 아파트 분양을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며칠 동안 줄을 섰다거나 뭐가 어떻다거나 관심조차 없었다.

열심히 맞벌이하여 저축하고 여행다니고 집안일에 넉넉하게 돈을 내어놓을 줄 알고 미래 대비한 연금이나 보험이 내 유일한 재테크였고 꽤 많은 액수의 저축도 있었기에 나와는 다른 사람들로 여겼다.

물론 사람도 부리지 않고 열심히 시간을 아껴서 직장일과 집안일을 병행했기에 돈도 모았다.

그런데 이십여일전 아는 언니와 대회를 하다가 얼핏 그 아파트에 관해 들었고 퇴근후 직접 가보니 참 좋은 위치였다.

독신인 막내 여동생은 장사하느라 바빠서 집에 관심도 없고 오빠도 외벌이에 그냥 열심히 사는 중산층이다.

친정식구들중 내가 제일 잘 사는 편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도 입주한지 일년인데 그당시보다 일억오천 이상이 올랐고 그 위력을 느끼던 차에 혹 오빠나 동생이 사고싶을 때 대책없이 있다가 영영 힘들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주변 선배들은 별 투기는 안했지만 보는 안목이 있어 요지에 헌 건물을 사다가 리모델링하여 멋진 건물을 만들어 파는 것도 지켜보았지만 골치 아픈일은 싫어 애써 그런 것은 멀리하려던 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도 한번 투자를 해보고자 했다.


내가 저축한 돈을 찾고 또 직장생활을 오래 했기에 내 이름으로 융자도 상당히 많은 액수를 받을 수 있었다.

거의 일억에 가까운 퇴직금이 누적 되어있기에 싼 금리로 대출도 받았다.실제 엄청난 (나에게는... )현금을 쥐고 나혼자 결정한 일이다.

남편에게 말하려다가 이것은 내가 번 돈이고 내에게 재량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약간 모험을 했다.

(잃으면 할 수 없고 하는 마음으로...)

남편은 회사에서 요즘 아주 바쁘고 모든 것은 내가 알아서 하라고 재량을 준다.


각각 약 이천 가량의 프리미엄을 주고 계약금 , 샷시대금 등등을 주고 세개를 좋은 층을 계약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

내가 한 시점은 거의 오를려고 기지개를 켜는 순간이라나 ...
불과 한달도 안 되어 엄청나게 올랐고 나는 거의 수천만원의 차익을 보았다.

내 연봉은 약 사천이 넘는다.

그런데 그 보다 훨씬 많은 돈이 생긴 것이다.
불과 한달도 못 되어....
아하 이래서 하는 구나 이러다가 전 국민이 투기꾼이 되는구나하는 놀라움과함께 즐겁지만은 않았다.

하나는 누가 간절히 원하여 팔았다.


나머지는 동생과 오빠를 위하여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중에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이 세상은 돈이 돈을 번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무 돈 맛을 알면 모든 관점이 그렇게 되니 신경끄라고 한다.


그래 나는 돈을 동원할 줄도 알고 그만한 입장도 되나 이제 하지 않으련다.

연일 방송에서 부동사 투기가 화제다

나 역시 짧은 경험에 이것이 가져오는 이익도 안다.

하지만 절대 하지 않으련다.

하나를 팔아서 약 삼천 만원의 이익은 실제 아주 비싼 옷도 두벌 사입고 큰 동생 아이 백일에 아주 후하게 썼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돈을 벌다가는 사치와 낭비벽이 생길지도 모르고 내 생활이 이상하게 흘러 갈 것을 남편은 경계한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터로 향하고 아이둘은 열심히 공부하고 투기없이 모든 사람이 원하는 보금자리를 가지는 나라가 진정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에 생긴 그 이익금을 열심히 일하는 두 동생과 우리 부모님 제사를 정성껏 지내주는 올케언니에게 사이좋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방송에서 부동산 투기라는 말이 나오면 혹 사리 판단이 분명하고 비판적인 내 아들이 알까봐 괜히 부끄럽고 죄를 지은 것같다.

만약 자식들이 안다면 아이들은 부모를 어떻게 보며 과연 땀흘려 공부할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절대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리라

부동산 투기는 무엇으로라도 합리화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화면에 나오는 줄을 선 사람들도 나처럼 있는 사람들이 빨리 그 권리를 포기하고 그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같이 나누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잠시 맛본 그 쾌락으로 혹 누군가가 힘들지 않았으면 하고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