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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의 지혜로움과 눈물겨운 모정(퍼온글)


BY 아줌마 2003-05-28

일요일이면 아들과 함께 안양천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곤 한다.
목동사람들이라면 안양천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리면서 모처럼 편안함을
느끼는 특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잔뜩 우거진 억새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파란비명소리를 질러대고
한쪽에 조성된 주말농장에선 토마토,상추,감자 등이 자라고 있다.
유채꽃은 온통 노란손수건으로 변해 둔치를 뒤덮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거나 뛰면서, 혹은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 잠시 해방되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그날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대목동병원 옆을 지날 때쯤 사람들이 모여서서 개울물을 바라보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개울의 양쪽 둔치에서 개울의 한가운데를 바라보는 사람들.
나도 자전거를 멈추고 개울 쪽을 내려다보았다.
놀랍게도 개울에선 한 청둥오리가 개한테 쫓겨 도망가고 있는 중이었다.
청둥오리는 최대한 빠르게 헤엄을 치면서 도망을 가고 있었지만
개 역시 헤엄을 굉장히 잘 치면서 오리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오리는 개한테 물릴 것처럼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저걸 어째" "저 개주인은 뭐하는거야?" "개한테 돌을 던져!"
하면서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었고, 개주인은 개이름을 부르며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산책나온 개주인이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그 개가 오리를 잡는다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개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리를 계속 뒤쫓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오리가 푸드득하고 하늘로 뛰쳐오르더니
2,30미터를 날아 개울의 반대편쪽으로 떨어졌다.
거기엔 대여섯마리의 새끼오리들이 있었고, 잠시후 오리는 새끼들을 데리고
유유히 헤엄쳐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안도의 박수를 치며
오리가족의 무사한 재회를 축하해주었다.
알고보니 새끼들과 헤엄을 치다가 개의 습격을 받은 어미오리는
본능적으로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를 다른 곳으로 유인해서 도망을
친 것이고 새끼들과 개가 충분히 떨어졌다는 것을 판단한 후 그곳을
탈출해서 개를 따돌리며 새끼들한테로 온 것이다.
그야말로 그 침입자는 "오리쫓던 개 하늘 쳐다보는" 격이 돼서 한참
멀뚱하니 있더니 둔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람들은 어미오리의 지혜로움과 눈물겨운 모정에 대해 감탄했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그 침입자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면서, 그 위험을
고스란히 뒤집어쓴 어미오리. 그 미물도 그렇게 새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하물며 인간이야 더 말할 것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 인간이라고 해서 꼭 동물보다 나으란 법은 없다.
바람이 나서 자식을 팽개치고 집을 나간 여자들이 부지기수며, 밖으로만
돌며 자식건사는 뒷전인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가?
주색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않는 아빠들은 얼마나 많으며
나태한 생활 끝에 노숙자신세가 돼 서울역 지하도에 쳐박혀있는 남자들은
얼마나 많은가? 참으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일요일이었다.

***출처: http://column.dreamwiz.com/19594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