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아버지 존재 잊고 살았다"
'아버지는 스페인계 미국인'
인기 탤런트 이유진(26)이 혼혈아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이유진은 28일 밤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동안 감춰왔던 자신의 출생에 관련된 비밀을 털어놨다.
이유진에 따르면 아버지는 스페인계 미국인. 아버지는 1976년 주한미군 파병 당시 이유진의 어머니와 만나 결혼했고, 77년 이유진을 낳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80년 미국으로 건너가며 부모가 이혼한 뒤 이유진은 줄곧 외가쪽 가족들과 살아왔으며, 외할아버지의 딸로 입적됐다.
이유진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힌 이유에 대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상황이 너무 싫었다"고 말했다.
이유진은 "처음부터 속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혼혈아라는 인식이 박히면 활동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을테니 일단 처음에만 사실을 숨기자'는 뜻으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유진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 생활을 할 때도 한번도 아버지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감춘 적이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튀기'라고 놀리는 아이들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유진은 "이제 사실을 털어놔 후련하다. 어쨌든 나는 지금까지 한국인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한국인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앞으로 본의 아니게 혼혈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냈으면 한다"며 "앞으로 혼혈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더욱 올바르게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데뷔 이후 이유진은 데뷔 이후 줄곧 '사실은 혼혈아'라는 소문에 시달려왔다. 이유진의 출신학교 동창이라는 몇몇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어렸을 때부터 모습을 봐 왔다. 틀림없는 혼혈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눈 색깔을 감추기 위해 컬러렌즈를 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유진의 '비밀'은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도 철저하게 감춰져 왔다. 이유진의 매니저들까지도 28일 당일까지 아버지의 국적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유진에게 정확한 내용을 들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유진은 지난 95년 슈퍼엘리트모델 대회로 데뷔한 뒤 KBS 2TV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MC를 거쳐 SBS TV 드라마 '신화'와 시트콤 '여고시절' 등에 출연하며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 송원섭 기자 five@>
< 이유진 일문일답>
이유진은 처음 밝게 웃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또박 또박 대답했으나,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글썽였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나.
▲워낙 어렸을 때 헤어져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어머니가 늘 사진을 보여주며 아버지 얘기를 해주셨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나.
▲아니다. 외할아버지 호적에 올라가 서류상으로는 어머니가 언니인 셈이고, 외삼촌 이모 등 외가쪽 대식구와 쭉 함께 살았다.
-다 큰 지금은 아버지를 찾을 생각은 없나.
▲사실 너무 어려서부터 아버지라는 존재를 지우고 살았다. 지금 와서 새삼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_아버지가 찾은 적은 없나
▲아버지가 미국으로 건너간 세살부터 편지왕래를 하다 다섯살때 어머니에게 '애데리고 들어오라'고 했다 한다. 어머니는 망설이다 결국 날 보내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이다.
_학창시절은 어땠나
▲가족들은 항상 나에게 미안해했다. 초등학교 입학할때부터 고교때까지 생활기록부 가족사항 아버지란엔 외할아버지 이름을 썼지만 진학때마다 담임선생님에게 '아버지가 미국사람이다'며 모든걸 실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연예인이 된 뒤 혼혈이라는 사실을 숨겼는데.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들이며 친구들이 다 알고 있는데, 굳이 거짓말을 해서 뭐 하느냐'고 했지만, 신인때만이라도 혼혈이라는 선입견 없이 평가받고 싶었다.
-한 방송에 이모부가 아버지 대신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몇해 전 MBC TV '박상원의 아름다운 TV 얼굴'의 '셀프 카메라' 코너에 내가 가족들을 비춘 적이 있는데, 어머니 옆에 있던 이모부를 '우리 대장'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방송 제작진이 이모부 얼굴 밑에 아버지라는 자막을 넣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혼혈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없어지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어렵게 살아가는 혼혈인들이 있으면 돕고 싶다. < 송원섭 기자 f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