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고등학교까지 그 시골에서 다녔다.
당연히 초등학교에서부터 쭉 남녀공학이었다.
대학 진학 후부턴
거의 객지에 나와 살다싶이 하다 결혼에 이르니
학창시절 동창들과는 영 만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이십 오륙년이 흘러
이젠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 드니
이따금 옛 고향 친구들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다.
모두들 어떻게 변했을까...
이미 중년 아낙이 되어 있을 갈래머리 여자애들,
그리고 우락부락하던 빡빡머리 남자애들...
한 번쯤은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누군가 동창회 소식을 전해왔다.
요번 토요일 저녁 때 한 번 모이잔다고...
우와~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마음은 이미 고향의 그 학교 운동장으로 가 있다.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몇 명은 이미 와서 있는 모양인지
멀찌감치에서부터 술판을 벌인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여자애들은 아직 안 온 모양인지
반백의 친구,
이마가 훌러덩 벗어진 친구,
속알 머리 없는 친구...
남자애들만 너댓명이서 술잔을 앞에 두고 있다.
세월이 켜켜이 앉은 모양새가
머리에서부터 표가 난다.
이름도 잘 기억이 안 나는 녀석(?)들에게
차례차례 악수를 청했다.
"야~ 정말 오랜만이다!
무지 반갑다야!!"
"넌 더 멋있어졌다야~
살기가 좋은 모양이야~"
"넌 반장이었지? 아마?
어디서 뭐하고 있니?"
너무 오랜만이라 금방 시끌벅쩍하게 분위기가 변했다.
서로 다투어 악수를 하고
동시에 안부를 주거니 받거니...
일어났다 앉았다 부산스런 움직임이 끝나고,
"야~
우리 한 잔씩 하자~"
대충 인사가 끝나 자리에 앉는데
그 중 머리 벗겨진 한 친구가 물끄러미 날 쳐다 본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 눈치다.
'그런데...
넌 누구더라...?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넌 누구냐?'
이~런~
학창시절 그 유명하던 이 필순이를 몰라보다니...쩝~~
"얀마!!
나야 나, 이 필순!!
나 기억 못해?
너 혹시 간첩 아냐??"
"맞다! 맞아!!
너 이 필순이지!!"
녀석은 박수까지 쳐대며,
"그런데 이눔아!
넌 날 몰러??
난 니 담임이야,
아무리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고
이젠 옛 선생한테도 반말이냐? 아~앙??"
뭐시라고라고라???
자세히 보니
그는 정말 이십오륙년 전의 우리 담임샘이신
생물 선생님이 아니신가?
일순간에 웃음바다가 되고
동창놈들은 쌤통이라는 듯 박장대소.
난 얼굴이 새빨개져 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할 지 난감.
술잔을 돌리시던 선생님께서
정색하시고 말씀하셨다!!
"으~음.
지도 이젠 나이를 먹었다 이거지~
날더러 '야~ 정말 오랜만이다아~?'
차암,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이고오, 선생님!
누가 그렇게 젊으실 줄 알았냐고요~
전 영락없이 제 동창녀석인 줄 알았지요~"
아무 말도 없이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던 얄미운 동창녀석들!!
에고~
동창회 가면
혹시 옛 선생님 아니신지 꼭 확인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