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잃고 살아온 1년.
사람에게 있어 고통스럽고 힘든 일들을 말하라면 수없이 많겠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이 으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괴로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너무나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많습니다. 다치는 날 내가 집에 있었더라면, 구토를 하는데도 원인조차 찾지 못하는 의사를 보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이렇게 했더라면, 저렇게 했더라면, 머릿속에 생각들이 지나가면 정말 하얀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는 그날 아침까지 나는 엄마라면서 어쩌면 그렇게도 멍청하게 다시 좋아질거라는 믿음만 갖고 있을 수 있었는지, TV나 영화 같은데서 보면 엄마가 먼저 알던데, 죽음이 어린 아들을 휩싸고 있는데도 어쩌면 나는 그렇게도 아무것도 모를 수가 있었나 싶어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더구나 의사의 말만 믿고 아이가 의식이 있을 때 그렇게도 마시고 싶어했던 물 한방울 주지 않은 것이 내 목구멍에 무엇을 넘길 때 마다 미안하기만 합니다.
아들이 죽은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도대체 우리는 부모로써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얼마전 검찰에서 날아온 '내사종결'이라는 공문을 보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도 무능한가 싶어 주눅들고, 의사가 그렇게도 대단한가 싶어 주눅들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호소를 해야 내 말에 귀 기울여 줄까싶어 주눅들었습니다.
아들이 죽은 날 아침, 미처 아들이 죽었다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나를 파출소로 불러 사건 조사한다고 온갖 것을 다 물어보았습니다. 내 아들과 병원에서 생활한 한달여를 소상히 다 답하였고, 경찰은 검찰에서 더 자세히 물어볼 것이라기에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고 기다렸습니다. 더구나 지금도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 부검... 아빠가 부검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반대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집안 어른들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고통스럽게 죽은 것도 불쌍한데 부검까지 하여 더 고통을 주지 말자고...
그런데 부검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조사할 수가 없다고 경찰에서 한다기에 아들을 또한번 죽인다는 죄의식과 어른들의 모질고 독하다는 말을 뒤로 하고 동의하였습니다. 그것도 다른 누구에게 대신 가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아빠 친구와 아빠 둘이서 가야 했습니다.
너무도 사랑한 아들이 죽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지는 아빠에게 부검까지 보게 해놓고 경찰은 무엇을 조사하였습니까? 한달내내 아들 곁을 떠나지 않고 모든 순간을 지켜본 엄마 한번 불러 질문 하나 하지 않고 의사들의 변명만 듣고 내사종결 시킬 것이라면 왜, 무엇 때문에 내 아들을 두 번씩이나 죽이는 부검까지 했더란 말입니까?
의사기록지의 기록과 의사의 말은 다 믿으면서 아이의 모든 경과를 지켜본 엄마의 눈은 왜 물어보지도 않는단 말입니까? 흔히 하는 말로 체해 배아픈 사람한테 소화제를 안주고 배꼽에 머큐롬 발라주는 격으로 진료한 것도 의사의 기록이고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의사는 책임없다는 것입니까?
심한 구토를 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 간호사실에 의사 불러달라고 달려갔던 나의 행위는 어디에 기록되어야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성한 사람이 구토를 한번만 하여도 그건 어느 곳이 이상이 있다고 등 두드려주고 약먹이고 병원가자는 것이 일상인데, 췌장을 다쳐 이미 오랫동안 입원하여 치료받던 아이가 수십번씩 구토를 하였는데 원인조차 알지 못하는 레지던트가 처방인들 제대로 했단 말입니까? 애가 혼수상태인데도 MRI 찍는다고 신경안정제 주사 놓자고 하는 의사가 제대로 된 의사란 말입니까?
그리고 의사 사회에서 왜 인턴이 있고 레지던트가 있고 전문의가 있고 박사가 있고 교수가 있습니까? 의대만 졸업하면 다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레지던트를 중병을 앓는 환자를 고칠 의사로 보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레지던트는 의사가 될 사람이지 의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만약 성정엽과 권수인이 환자의 상태를 보는 눈이 같다면 왜 한사람은 레지던트고 한사람은 교수란 말입니까? 성정엽의 말대로 모든 보고가 권수인에게 되었다면 아이의 상태가 나빠졌을 때 그때만이라도 권수인이 봐주었더라면 다른 치료방법이 있을 수도 있었건만 그는 그의 본분을 망각하고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 하며 내 아들에겐 오지 않았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마저도 무능한 의사였단 말입니까? 우리 아들은 분명 그에게 특진 환자였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왜 권수인에게 특진환자인데 진료는 성정엽이 한단 말입니까? 왜 권수인은 부모가 팔딱팔딱 뛰며 간호실에 가서 난리를 친 후에야 한번 봐 주었던 것일까요? 그것도 경과가 좋은 때면 몰라도 정상인도 견디기 힘든 심한 구토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도 말입니다. 그의 직무유기로 아들이 죽었으니 그것이 어찌 그의 책임이 아니란 말입니까? 조그만 회사에서도 업무에 실수가 생기면 그 책임자에게 잘잘못을 물어 문책하는데 권수인이 우리 아들의 생명을 방치했는데도 그에게 책임없이 넘어간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권수인의 너무도 화려한 경력이 더 화가 납니다. 그가 정말 실력이 없는 의사였다면 능력밖의 일이라 어쩔 수 없었겠구나 인간적인 이해도 하련만 그 뛰어난 경력에도 그의 무관심과 방치로 내 아들이 죽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화가 납니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우리 가족의 생활에 비해 그의 앞날이 너무도 창창한 것이 화가 납니다.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실이 명백한데도 아무런 제재나 질타없이 죄의식도 없이 또 다른 아이의 생명을 다루고 있는 그의 행위가 괘씸합니다.
죄인의 기준이 무엇입니까? 경찰에서 증거 찾기 쉽고, 잡아 들이기 쉬우면 됩니까? 검찰에서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서 더 깊이 파 헤치지 못하고 대충 면피식으로 내사종결 시키는 것을 보며 우리 성우의 일로 의료사고를 증명하지 못하는 검찰이라면 앞으로 이세상에 의료사고란 없다고 봅니다. 왜 우리 담당검사는 영화나 티비에 나오는 검사처럼 제 자식의 일인양 분노를 갖고 진실을 가려볼 생각을 않는 겁니까? 우리 검사님은 췌장이 어디에 붙어 있는 장기이고 거길 다치면 어떤 증세를 보이고 어떤 치료를 받아야 되는지 알기나 할까요? 정말 부모가 그리움과 분노를 삭이며 하나에서 열까지 다 조사하여 탄원하고 또 탄원해야만 한다면 정의는 무엇이고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왜 남의 가슴 찢으며 부검까지 시켜놓고 이제와서 제대로 된 조사한번 않고 끝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더 조사해 주세요. 숨어있는 진실을 밝혀주세요. 의사란 치외법권자가 아닙니다. 의사가 환자를 제때에 적절하고 타당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분명한 살인행위입니다. 권수인과 성정엽이 우리 아들에게 한 진료행위는 배아픈데 머큐롬 바른 행위입니다. 그의 그 뛰어난 능력으로 적절한 조치를 하여 주었던들 오늘날 아들을 잃고 비통하여 그 울화로 병까지는 생기는 엄마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내 아들 하나만 죽인 것이 아니라 지금도 아들 앉았던 책상만 봐도 눈이 뜨거워지는 엄마, 아들 잃은 슬픔을 술로 달래는 아빠,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이 다시는 못보는 것이라는 걸 체험으로 알게 된 내 두 딸, 손자 잃은 것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는 연로하신 시어머니까지...
성우를 잃고 살아야 했던 우리 가족의 지난 1년동안 고통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 그들이 내 아들 김성우에게 정말로 정말로 깊이 뉘우치며 너의 목숨을 허망히 잃게 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게 해주세요. 그들이 우리집 거실에 붙어있는 가족사진속의 아들앞에 무릎꿇고 미안하다 말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