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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속에 묻.어.둔. 사람.


BY ganhosa91 2003-06-12

인터넷이 좋긴 좋다고 난 감탄과 찬성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인터넷땜에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수가 있었고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자료찾기에도 내게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었으니깐... 자료를 찾다가 의료정보가 필요했다. 난 간호학을 전공했고 그래서 의료정보는 내게 당연한거 였다. 그러다 낯익은 이름에 내 시선이 곤두박질 하는걸 첨엔 멍청하게 앉아있었다. 그 이름은 내게 먼 기억속으로 단숨에 달려가 줬고 순식간에 또렷하고 선명한 칼라사진처럼 내 앞에 놓여있었다.

간호대 졸업후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할때 였었다. 누구나가 그럿듯이 난 신졸 간호사라는 호칭부터 부담스러웠었고 마냥 의료진들이 어렵고 낯설어서 적응하느라 다른곳에 관심을 둘 여력도 없었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병원생활땜에 내 사생활엔 여유가 없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유난히 말랐었던 난 언제나 긴장해야하는 응급상황과 시간에 맞춰 바쁘게 살아내야 하는 간호사 였었고 그래서 그나마 남아 생존해있는 살들이 더 빠져버려 육체적으로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다 어느정도 환자들에게 정신적인 간호수행도 가능해지고 내게도 시간적 여유를 가질수 있을만큼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날은 마침 전체회식 이었다. 신졸 간호사와 인턴 선생님들이 주축이 되는 일종의 대학에서의 신입생 환영회와 비슷한 거였다. 거의 대부분의 간호사들과 의국에서도 많은 의료진들이 함께 했었던 회식이었었는데 나도 그 중의 한사람 자격으로 참석했었다.

대부분의 회식자리가 그렇듯이 저녁식사후 자연스럽게 클럽으로 자리를 옮겼고 막 그곳에 도착했을때는 학교 다닐때 응원가로 많이 불리워졌었던 노래가 시작되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의료진들이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며 많이들 들떠 있었다. 마침 그날은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 이었었고 다들 아쉬운 기억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아님 시간을 잡아두고 싶었었던 욕심때문인지 그렇게 소리높여 노래를 불러대도 아무렇지도 않았었다.

근데 이상하고 우스운건 학교 다닐때 미팅이라도 하는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녀가 짝을 이루어 자기들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주로 같은 병동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끼리 앉아서 일하면서 부딪쳤던 간호행위 라던지 어쩐지 갑갑해서 불편했던 일들 의료수행 하면서 미안하게 발생했었던 어쩌지 못했던 많은일들 긴장과 어색함으로 똘똘뭉쳐서 좀처럼 분위기 파악이 안 됐었던 팀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내겐 아직도 어렵고 낯설었었던 병원생활 이었지만 그날 만큼은 나도 예외일수가 있었다. 정말 아주 오랫만에 많이 떠들었었고 조심스럽게나마 선생님들과 잔도 부딪치면서 환하게 웃으며 그날의 당참에 폭 빠져들고 있었다. 내 옆에도 나와 비슷하게 유난히 마른 선생님이 앉아 있었고 병원에서의 막내라는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공통점땜에 어색함도 많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다 답답해짐을 느껴서 난 밖에 나가고 싶어졌고 내가 먼저 일어섰는데 선생님이 당연하다는듯이 따라 나왔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가까운 월미도에 갔었다. 아마도 바다가 보고싶어서 그랬었던것 같다.

그날은 유난히 추웠었다. 내가 말라서 더 춥게 느껴졌었는지 아님 그곳에 바다가 있어서 그랬었었는지도 모르겠고.. 바람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렸었던 걸로 기억된다. 서로 말을 하지 못했다. 난 추워서 입술이 오돌오돌 떨려서 그랬고 선생님은 무척이나 수줍게 그냥 바다만 내려보고 있었으니깐.. 난 떠는게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이젠 그만 이곳을 떠나고 싶어 겨우 막 말하려고 하는데 먼저 얘길 하셨었다.
병원에서 간혹 어쩌다 무척이나 불안하게 마른 아이가 눈에 띄었는데 그게 나였더란다. 회식때마다 기다렸었는데 오늘이라도 나와줘서 반가웠다. 일주일 후면 다른병원으도 다시 돌아간다. 많이 춥냐. 병원식당에서 밥이라도 같이 먹길 바랬는데 그게 잘 되질 않았다. 밥 잘 먹고 많이 보고싶을것 같다.
뭐 더 많은 얘길 한거 같은데 그런 얘길 하면서 무지 쑥쓰러워 했었다. 그리고 나니깐 내가 더 어색하고 난감해서 그만 집에 가자고 했었고 첨으로 손을 같이잡고 걸어나왔었다.

그후 일년이 지나서 레지던트로 다시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오셨었는데 난 딱 한번 병동에서 마주쳤었고 그게 전부였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그 선생님 이름과 메일 아이디를 읽을수 있었고 난 망설이다가 지난 기억을 찾아주고 싶었었다. 그리고 기억을 찾았고 반가워 했었다. 결혼해서 인천에 개원하고 계셨었다.
내 소식도 전해줬고 그래서 우린 시간을 잠깐만 되돌리기로 했었다. 어릴적 소꼽친구처럼 막 떠들어댔고 인터넷이 좋다면서 감동에 젖고 그랬었다.
서로에게 변한게 없어서 어색하지 않다면서 많은 기억을 나눠가지며 각자의 위치에서 더 좋은 기억 나눠갖자며 결정 되어진 지금의 상황
을 아까워했다.

첫사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슴 시린 아픔도 아니지만 알수없는 애틋함 비슷한 조각난 맘 덩어리는 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내가 알수있는건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건 내 기억속에서 가끔씩 치밀어 오르는 이 무언의 그리움을 난 내 맘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왜냐면 그 기억을 같은 하늘아래서 같은 기억으로 묻어 둘 이유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