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울 며느리들은 늘 하던대로 부엌에서 남정네들과 아이들 먹거릴 만드느냐고 부산떨고 있었다. 그래봤자 그 음식이 그 음식이고 먹는것 만드는것에 영 취미가 없는 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순간포착을 잘하시는 아주버님이 여자들 눈치를 신랄하게 살피더니 드디어 엄청난 결단을 내리셨다. 큰 형님과 아주버님이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살고 계셨었는데 방에서 상표가 제법 부티나는 양주 한병을 꺼내 탁 내놓으며 하는말. ''자.. 우리 먹고 합시다.. 이거 저번에 출장길에 사온건데 오늘 개시하려고 숨겨둔 겁니다. 자 안주도 많고 얼른 오세요..'' 사실 난 양주는 관심도 없고 오직 맥주아니면 와인을 즐겨 먹는데 하필 양주란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기름냄새 음식냄새 속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시간 벌 욕심으로 자리 찾아 앉았다. 한잔씩 따라주는데 뚜껑을 열자마자 향긋한 레몬향이 막 퍼지면서 여자들을 유혹하는 거였다. 그래도 제법 유명한 보드카라는 설명과 함께 여자들 분위기 막 띄워주는터라 그동안 살면서 하지못했었던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시간은 부담없이 흐르고 있었다. 보드카 한병을 6명이 마시고 나니 술이 더 필요했고 이번엔 와인을 가져왔다. 와인과 그것도 모자라 맥주를 원없이 떠들면서 마시는데 어머님이 주무시다 나오시더니 대충하고 그만 자라는 말씀을 흘려들었던게 최초의 실수였다.
아이들과 어머님 아버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보드카에 폭 빠져버린 부부3쌍은 현재 상황파악 못하고 새해엔 어쩌고 저쩌고를 떠들며 술잔을 비워대고 있었다.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오늘 아니면 뭔가 큰일이 날것처럼 조급해진 맘으로 ...
그러다 난 시계바늘을 확인하고 그만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에 막 일어서고 있었다. 근데 이게 뭔가 말이냐. 일어서자마자 뭐가 빙글빙글 돌더니 여자의 직감으로 사태가 심각하단 생각에 얼른 작은방에 들어가 누웠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다음엔 '꺼억'하더니 뭔가 솟구쳐 올라오는데 옆에선 신랑이 ''애고.. 이거 . 참.. 여기서 이러면 어쩌냐.. 화장실 가야지.. '' 그러다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는 내가 쏘아대는 내용물과 별난 괴성땜에 깨서 울고 난리였다. 아주버님들은 괜찮냐고 문 열어 보려고 하는것을 신랑이 민망해서 잠가버렸고.. (그땐 잘 몰랐고 기억도 나질 않지만 나중에 말해줘서 알았다.) 상황이 종료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머릴 싸매고 다시 누워버렸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
연이어 신랑이 궁시렁대는 소릴 희미하게 들으면서 새벽에 깨어났는데 머리속이 엉망진창 된건 내 탓이라고 원망해도 할수 없지만 침대시트며 베개를 내가 저질러 놓은 것들로 인해 눈 뜨고 봐야 한다는 사실이 참혹했다. 보는것 만으로도 기막힌데 냄새는 또 얼마나 참을수가 없던지.. 그 냄새땜에 일어나자마자 또 한번 저지를뻔 했으니 말이다.
상황설정이 이러니 다른방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들은 그냥 그럭저럭 견딜만한데 여자들이 문제였다. 겨우 일어나서 머리감고 (내용물이 엉키고 뭉치고 제멋대로 였다.) 세수하고 안간힘쓰고 얼굴엔 미소까지 그어대야 하니 고문이었다. 어머님이 먼저 일어나셔서 하시는 말씀이 '' 애들아.. 근데 아까부터 이상한 냄새가 난다. 뭐 음식 상했냐? 이게 뭔 냄새냐..'' '' 할머니.. 내 방에서 냄새나요. 술냄새 비슷한거.. 아휴. 지독하다..'' 형님 아들방에서 현장을 들키고 나니깐 어머님 이젠 상황파악 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시는 말 씀 '' 내가 이럴줄 알았다. 니네들 다신 모여서 술 먹으면 내가 가만 안 둔다. 내가 아침부터 며느리들 술국 끓여야 하냐?''
그래도 아침 세배는 해야한다고 다들 모여 앉았는데 허리가 휘청거리고 머리는 뽀개질듯이 쏘아대고 눈앞은 어질어질 대더니 세배하고 일어서다가 방바닥에 머리 쪼아대고.. 떡국은 끓여 놓고도 다들 국물만 난장판이 되버린 뱃속에 털어넣기에 바빴다. 레몬향에 유혹당해 한없이 얼굴 구겨진 그날은 보드카땜에 두고두고 술 얘기만 나오면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지금껏 회개하면 살고있다. 그래도 그 레몬향 듬뿍 발라진 보드카 맛이 여자들 입맛을 사로잡는 엄청난 바람둥이 역활을 충분히 한것을 보면 분명 매력적인 남정네가 아니었을까?